배우 김아중

배우 김아중 ⓒ 나무액터스


흔히 여배우에게 누군가의 '엄마' 역할이 주어진다는 것이 일종의 전환점으로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배우 김아중에게 SBS <펀치> 속 신하경이 한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여배우가 아이 엄마 역할이 된다는 걸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그저 '좋은 작품이다'라는 생각뿐이었다"는 그는 "'내가 이제 이런 단계에 올라서야 한다' '이런 역할을 맡을 나이가 됐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조금은 독특한 필모그래피다. 출세작 <미녀는 괴로워>에서는 전신 성형으로 완벽한 미녀가 된 여자를, <나의 PS 파트너>에서는 전화로 사랑을 나누려다 엉뚱한 남자와 인연을 맺게 된 여자를 맡았다. 선배 배우 박신양과 호흡을 맞춘 드라마 <싸인>은 그 흔한 멜로 라인 하나 없는 작품이었다. 누군가는 이 선택에 의아해 했지만, 김아중은 물러서지 않았다.

"늘 비슷한 질문을 받았죠. <미녀는 괴로워> 때는 '전신성형이라는 소재가 어려울 법한데', <나의 PS 파트너> 때는 '소재가 자극적인데', <싸인> 때는 '멜로 라인이 없어 여배우가 묻힐 수도 있는데' 어떻게 출연할 생각을 했느냐고요.

<펀치>도 마찬가지에요. 처음 주변 반응은 '그런 역할을 너에게 준 게 신기하다'였어요. (웃음) 지금까지 저에겐 '싱글 생활을 즐기는 차도녀' 같은 역할이 많이 들어왔지, 모성애가 있다든가 사랑으로 누군가를 품어 주는 여성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저에게 캐릭터는 두 번째였어요. 캐릭터의 설정 때문에 좋은 작품을 놓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엄마 역할은 부담'? 캐릭터 설정 때문에 좋은 작품 놓치면 안 된다"

 배우 김아중

배우 김아중 ⓒ 나무액터스


결과적으로, 김아중의 선택은 또 한 번 옳았다. 자신만의 정의를 위해 서로가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던 드라마 속 세계에서, 그가 연기한 신하경은 좀 더 넓은 의미의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인물이었다. "신하경을 제외한 모든 인물이 자신의 욕망 때문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이득을 취하는 등의 불법 행위를 저질렀더라"는 그는 "다만 박경수 작가님께서 '신하경은 정의로운 인물이되 거래도 할 줄 알고 어느 정도 인간적인 타협도 가능한, 융통성 있는 인물'이라고 하시더라. 그 선에서 (캐릭터를) 풀어갔다"고 설명했다.

"박경수 작가님은 정의나 신념을 바로 세우려는 신하경 같은 캐릭터도 기존 작품의 그것과는 달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셨어요. 실제로 그랬죠. 신하경은 시청자에게 억지로 '나는 정의로운 캐릭터에요, 착해요, 순수해요' 설명하지 않았잖아요. 분명 누군가와 갈등도 했고 상처를 주기도 했어요.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표현할 줄도 알았죠.

생각해 보면 신하경은 프러포즈도 먼저 하고, 이혼도 먼저 요구해요. 보통 다른 드라마에서 정의롭고 신념을 지키는 캐릭터가 본인 남편에게 그런(비리를 저지른 상관을 수사해야겠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지는 않잖아요. 이런 모습만 봐도 신하경은 분명 다른 작품 속 캐릭터와 달랐고, 그런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배우 김아중

배우 김아중 ⓒ 나무액터스


이어 "예린이(김지영 분)를 갖게 된 것도 박정환과 사귀던 도중 일어난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라는 김아중은 "그렇게 막 보수적이거나 (혼전임신이) 두려운 인물은 아니었을 거라 생각했다. 설사 프러포즈에서 박정환에게 차였더라도 스스로 책임질 정도로, 자격지심이나 피해의식 없이 살아오며 굉장히 독립적인 사고를 하는 인물이었을 것"이라 설명했다.

이와 같은 배우 본인의 해석도 신하경을 조금 더 멋진 인물로 보이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특히 죽어가는 박정환에게 "온전히 가족임을 느낄 수 있도록, 그래서 떠날 때 외롭지 않도록" 두 번째 프러포즈를 하는 장면은 <펀치>의 이명우 PD조차 울릴 정도로 여운을 남겼다. "이명우 PD님께서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시면서도 많이 우셨다"는 김아중은 "편집을 마치고도 '나 이 장면에서 많이 울었다'고 전화를 주시기도 했다"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 김아중은 신하경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늘 살았던 대로 살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의 신념이 틀리지 않았다 믿으며, 다시 묵묵히 걸음을 옮길 듯한 신하경의 앞날은 김아중 자신의 앞날과도 닮아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김아중은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 하는 배우로 남을 것이다. "도전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를 해 보고 싶다"는 그는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 여배우들이 많은 걸 연기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으면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아중 펀치 미녀는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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