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 22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가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 22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케이티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한화 선발투수 배영수가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O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인 배영수(한화 이글스)가 자신의 기록을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배영수는 지난 22일 경기도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이날 경기는 올 시즌 한화의 선발투수들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경기였다.

흔들림을 제어한 노련함, 배영수만의 관록투

두 팀은 초반부터 점수를 주고받았다. 1회 초 한화는 선두 타자 이용규의 스트레이트 볼넷과 권용관의 희생 번트로 순식간에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정근우의 볼넷으로 1사 1, 2루 찬스를 맞이한 한화는 4번 타자 최진행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1-0).

다음 타자는 시즌 도중 방출된 나이저 모건 대신 영입된 제이크 폭스. 폭스는 kt 선발 정대현과의 10구 대결 끝에 우익수 희생 플라이로 물러났다. 그러나 이 플레이로 3루에 있던 정근우가 홈을 밟으며 폭스는 귀중한 타점을 기록했다(2-0).

2점의 리드를 안고 등판했던 배영수는 1회 말 수비에서 다소 흔들렸다. 배영수도 선두 타자 이대형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힘든 1회를 시작했다. 배영수는 이어 박경수와 하준호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실점했다(2-1). 뒤이어 장성우의 좌익수 희생 플라이 때 박경수까지 홈을 밟으며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2-2).

그러나 이후 경기는 상반되게 진행되었다. 베테랑 투수 배영수는 안정을 되찾고 역시 베테랑인 포수 조인성과 호흡을 맞추며 이내 자신만의 경기 흐름을 이어갔다. 반면 kt 선발 정대현은 3회 초에 다시 흔들렸다. 한화는 3회 초 선두 타자 정근우의 2루타로 공격을 시작했다. kt는 정대현에서 김기표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한화는 최진행의 중견수 플라이 때 정근우가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서 폭스가 유격수 플라이로 물러났고, 김경언이 볼넷으로 2사 1, 3루가 되었다. 그런데 다음 타자인 김회성 타석에서 kt 김기표가 보크를 범하고 말았다. 이 보크로 주자들이 각각 진루하면서 3루에 있던 정근우가 홈을 밟았다(3-2). 김기표가 보크를 범했지만, 정근우는 정대현의 책임 주자였다. 때문에 2이닝 2피안타 4볼넷으로 제구력 불안을 노출했던 정대현은 책임 주자까지 포함한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52구).

한화는 5회에 타선의 집중력 발휘로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선두 타자 정근우의 볼넷으로 시작된 한화의 공격은 최진행의 삼진과 폭스의 2루수 뜬공으로 순식간에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최진행 타석에서 정근우는 견제에 걸렸음에도 kt의 수비 실책으로 인하여 3루까지 진루했고, 김경언의 적시타 때 홈을 밟을 수 있었다(4-2).

한화는 뒤이어 등장한 김회성이 kt의 구원투수 앤디 시스코를 상대로 초구에 들어온 시속 147km짜리 몸 쪽 낮은 속구를 잡아 당겨 비거리 110m짜리 투런 홈런을 작렬했다(6-2). 크게 도망가는 점수에 한화 팬들은 김회성의 이름을 외치며 경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한화는 조인성과 주현상 그리고 이용규까지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이용규 타석 때 2루에 있던 조인성이 홈을 밟았으나(7-2), 주현상이 2루에서 3루까지 더 뛰다가 런 다운에 걸려 아웃되는 바람에 공격은 여기서 끝났다.

한화는 8회 초 권용관의 2루타와 정근우의 3루수 땅볼 진루타로 다시 1사 3루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최진행이 김사율의 초구 시속 138km짜리 바깥쪽 낮은 속구를 밀어 치며 시즌 10호 투런 홈런을 기록했다(9-2).

7회까지 마운드를 지켰던 한화 선발 배영수는 최근 과부하 논란이 일 정도로 많은 경기를 소화했던 불펜에 휴식을 더 주고자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이대형을 3루 땅볼로 잡아낸 배영수는 다음 타자인 박경수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김기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또 올라온 권혁, 소방수 역할 해내며 승리 지켰다

7.1이닝은 올 시즌 한화의 경기들 중 선발투수가 가장 많이 소화한 이닝이었다. 교체를 위해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자, 한화 팬들은 일제히 배영수의 이름을 연호했다. 배영수가 마운드를 내려가는 동안 팬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로 그를 맞이했다. 배영수가 올 시즌 가장 많은 투구 수를 기록했던 경기는 지난 4월 10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기록했던 103구였으나, 이 경기는 4.2이닝 만에 조기 강판되었던 경기였다.

배영수가 내려간 뒤 하준호의 연속 안타와 장성우의 진루타로 1사 2, 3루가 되었고, 뒤이어 장성호의 적시타가 터지며 kt가 2점을 만회했다(9-4). 박경수가 배영수의 책임 주자였기 때문에 이 날 배영수의 최종 투구 기록은 7.1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3실점이 되었다(96구). 이 날 배영수는 1회에는 불안했으나 2회부터 속구와 포크볼의 절묘한 제구가 이뤄지면서 kt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장성호의 적시타에 이어 박용근의 연속 안타까지 이어지자, 한화는 김기현을 다시 정대훈으로 바꿨다. 그러나 정대훈은 신명철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추가 점수를 내줬고(9-5), 결국 아웃 카운트를 잡지 못한 채 공 3개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사실 한화의 입장에서 이날 점수 차가 넉넉했고, 이에 배영수가 8회에도 등판하여 필승조 투수들에게 휴식을 제공하려 했다. 그러나 김기현과 정대훈의 난조로 점수 차가 4점으로 줄고, 누상에 주자가 2명이나 남아 있는 세이브 상황이 되었다. 결국 한화는 마무리투수 권혁을 등판시켜 나머지 이닝을 막아내고 승리를 지켰다.

필승조에게 휴식을 주려는 계획이 완벽하게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이날 한화의 경기는 올 시즌 경기들 중 투수 운영이 가장 깔끔했던 경기였다. 선발투수가 최대한 길게 던져주고, 넉넉한 점수 차를 만들어 필승조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기가 팀의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였던 것이다. 다만 이 날 김기현과 정대훈이 보여줬듯이 필승조와 추격조의 격차는 앞으로도 한화가 시즌을 치르면서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게 되었다.

이날 승리로 배영수는 통산 126승을 달성, 김용수(LG 트윈스 출신, 전 중앙대학교 감독)와 조계현(현 KIA 타이거즈 수석코치)의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KBO리그 다승 순위에서 역대 공동 6위로 올라섰다. 2000년부터 커리어를 시작한 배영수는 어느덧 프로 16년 차(부상 시즌 포함)에 접어든 베테랑으로서, 현역 최다승 투수로서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이후 숱한 고난을 겪은 뒤 재기한 배영수가, 향후 KBO리그에서 어떤 기록까지 세우게 될지 주목된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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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KBO리그 한화이글스 배영수126승 KBO리그역대다승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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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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