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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명계남씨가 인터뷰 후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명계남씨가 인터뷰 후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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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연극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배우 명계남씨가 지난 4월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울산, 광주, 서울, 성남, 김해)를 돌며 손글씨 전시회를 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 행사의 하나로 노무현재단이 후원하는 이 전시회는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을 중심으로 추모 헌정시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은 글을 붓글씨로 표현했다.

지난 6일 서울 전시회를 시작하는 날, 전시회가 열리는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명씨를 만나 전시회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가 기억하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명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노무현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아 손글씨 전시회를 지난 4월 20일 울산을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에서 진행하시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전시회에 다뤄지는 내용들은 노무현 대통령께서 한 말씀이나 정치철학, 또 그가 국민을 사랑한 내용들, 그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추모하면서 가슴에 새겨놓은 글, 그리고 세월호와 관련해 시인이나 가족이 쓴 글들을 모아 놓은 것이에요. 유난히도 우리나라가 4월과 5월이 되면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는 달이잖아요. 마침 그때 하니까 오셔서 내용들을 보시고 느끼시고 가시죠."

- 손글씨 전시회는 어떻게 기획하셨어요?
"이걸 전시회라고 하는데 사실은 부끄럽습니다. 제가 글씨를 전문적으로 쓰는 전문가나 서예가도 아니고, 보통 책을 통해 읽거나 인터넷에 다른 분들이 올려주신, 가슴을 저미었던 글들을 되새기면서 제 가슴에 남은 아쉬움, 고마움, 미안함들을 옮겨 적은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이기적인 거죠.

다른 사람의 글을 읽으며 위로 받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했는데, 그분처럼 깊이와 통찰력 있고 따뜻하고 유머 감각과 철학이 넘치는 말을 많이 남긴 정치인이 없어요. 제가 느낀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시길 바라며 하는 거죠."

- 작품이 꽤 되던데 글씨 쓰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평소 제가 모아놓은 글들이 있고, 작업하는 기간은 오래 걸리진 않았어요. 열두 폭짜리 병풍이 있는데 그건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2007년 10월 6일 즈음 참여정부 평가포럼 때 강연한 내용의 녹취록인데 강연을 3~4시간 했거든요. 그 전문을 쓰는 거니까 36시간 정도 걸렸고 나머지는 쓸 글이 많아서 고르는 데에 시간이 걸렸지 실제 쓰는 데는 그렇게 많이 걸리진 않았어요."

- 언제부터 쓰시기 하셨어요?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날 봉하에 가서 며칠을 슬픔과 분노 속에 지냈어요. 이후에 많은 분들이 참배하러 오셔서 리본에 적어놓은 글들, 인터넷에 올리신 글들을 읽으면서 장례기간에 있었어요. 술을 마시는 것보다 그 글들을 옮겨 적으면서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거예요. 그것이 시작이었죠. 가까운 사람들이 전시회를 하자고 해서 부끄러운 걸 내놓게 된 겁니다."

"'사람 사는 세상' 조금씩 한 발 한 발 가야죠"

배우 명계남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배우 명계남씨가 인터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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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뭐죠?
"그런 작품은 특별히 없고, 대통령의 말씀은 아직도 담지 못한 글들이 많아요. 읽고 쓸 때마다 대통령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좋아요. 세월호와 관련해서도 가족분들이나 많은 시인과 일반인이 주신 글들이 있는데 많이 담지 못했어요. 다만, 글의 내용에 비해 제 재주는 부끄럽다고 생각합니다."

- 글 선정 기준이 있었나요?
"순전히 개인적인데, 제 가슴에 오는 것들인가 하는 거예요. 처음엔 대통령 어록을 중심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것만 다뤄도 너무 많고 또 그런 전시를 몇 번 했더니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 '대통령 말씀만 너무 하면 가슴이 아프니까 다른 것도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벼운 글도 섞고 세월호와 관련해서 가슴에 오는 글들이 있어 썼는데 다 담진 못했어요."

- 어느덧 노 대통령이 서거한 지 6년이 되어 갑니다. 6년이란 시간 어떻게 보내셨어요?
"특별한 것 없이 저도 남들처럼 지냈죠. 세월이란 건 빨라서 6년이 되었는데 이렇게 시간이 가며 점점 잊혀지겠고, 잊혀질 만한데 아직까지 저에겐 아닌 것 같고 많은 분들도 잊지 못하시는 것 같아요. 그분을 아프게 하거나 폄훼하는 일을 여전히 하는 사람들도 있죠. 6년이 지났고 세월이 또 가겠죠."

- 명 선생님께 노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나요?
"한마디로 얘기할 수는 없죠. 배우나 연극쟁이로 살던 저에게 세상을 보는 눈을 깨우치게 해준 분이라고 할까요? 그게 가장 맞는 것 같아요."

- 언제 가장 그리우세요?
"저는 사는 데가 그 동네이기 때문에 남들처럼 밥 먹고 놀고 까불고 놀고 보통사람처럼 살다가도 그분이 남기신 책이나 자료를 볼 때 그리고 봉하마을을 관광 삼아서 오시는 분들도 있고 참배하러 오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 보면 생각나요. 또 잘 안 보지만 정치뉴스를 볼 때마다 생각이 나요."

- 노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 사는 세상'이잖아요. 그러나 우리 사회는 사람이 아닌 돈이 사는 세상 같은데 어떠세요?
"모르겠어요.(웃음) 사람 사는 세상을 원하시고 그게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죠. 근데 그 세상은 사람 답게 사는 세상,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공정하게 대접받고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고 원칙과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인데 어떤 의미에서 크게 생각하면 이상적인 사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걸 이루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고 우리가 조금씩 노력해야 하는데 현재는 돈이 중요시되는 세상이기도 하죠. 모두에게 꿈꾸는 세상이니까 조금씩 한 발 한 발 가야죠."

- 아직도 노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많은 분들이 노 대통령을 그리워 하는 데엔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제가 함부로 얘기하자면 '특별한 분'이지 않았을까 하는 거죠. 정치인 측면이나 대통령 측면에서도 다른 대통령과 다른 면이 사람들 기억 속에 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가까이에서 일했던 사람들이나 만나보지 않은 일반 국민들이나 많이 그리워하시는 걸 보면 그분은 만나기 힘든 특별한 분이었죠.

그리고 가장 쉽게 말하면 대통령의 자리는 대단히 높고 권위적인 자린데 그분이 한 업적 중에 권위주의를 철폐한 일이 크잖아요  그래서 '국민이 대통령이다'라고 얘기하고 자기를 스스로 낮추려고 애를 쓰시고 눈높이를 맞추려고 하신 분은 기억되는 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노 대통령을 기억하고 그리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 오랜만에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부끄러운 일인데 자랑하려고 전시한 게 아니라 우리 같이 다 엄하고 힘든 계절 4월, 5월에 생각하고 챙겨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 생각해보자는 거죠. 5월 광주나 세월호의 아픔, 노 대통령 등 우리 일반적인 삶이 다들 힘든 시절이죠. 제가 <오마이뉴스>를 가끔 보면서 용기를 얻듯이 서로 지치지 말고 눈 맞추고 힘을 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공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명계남, #손글씨 잔시회, #노무현,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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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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