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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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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특별법은 지난 2000년과 2002년 전북 군산 대명동 성매매집결지 화재 사건 이후 사회적 요구에 의해 2004년 2월 제정됐다. 하지만 성매매 여성들은 이 법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그리고 2012년 7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에서 돈 13만 원을 받고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진 여성 김아무개씨가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그리고 지난 4월 9일 성매매 특별법 위헌 심판 첫 공개변론이 열렸다. 이날 공개변론에는 성매매 특별법 위헌을 주장하는 성매매 여성 측과 합헌을 주장하는 법무부·여성가족부 측이 참여해 치열하게 논쟁했다. 이날 공개변론에 성매매 여성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지난 4월 30일 그의 연구소에서 만났다. 다음은 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성매매와 다른 직업을 이분법으로 구분하는 건 문제"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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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9일 이른바 성매매 특별법으로 불리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대한 위헌 법률 심판에 성매매 여성 측 참고인으로 참석하셨는데, 첫 공개 변론 어땠나요?
"공개 변론은 잘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중점을 둔 논점에 재판관들이 질문을 많이 해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 주장 중 하나가 성매매와 다른 직업을 도덕적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거예요. 성매매를 우리가 다르게 생각하는 이유는 성매매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 때문입니다.

제가 예를 든 것 중 하나가 여러 남자를 상대했다는 이유로 극형을 당한 조선시대 어우동이에요. 당시에는 남자들이 여러 여성과 성관계를 해도 처벌 당하지 않았는데 어우동은 여러 남자를 상대했다고 해서 처벌했거든요. 어우동만 극형 당하고 여러 여성을 거친 남성들은 처벌 받지 않은 이유는, 성차별적 낙인찍기가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 성매매를 직업으로 볼 수 있다고 보세요?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이란 사람은, 성매매가 다른 직업과 다른 것이 무엇인지를 분석했어요. 예를 들어 교수도 자기 육체를 이용해서 강의하죠. 물론 지적 노력도 있지만 수업시간에 가서 손짓 발짓 목소리로 하나의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마사지를 하는 사람도 자기 육체와 지식을 이용해서 마사지를 해주는 것입니다. 물론 마사지사와 성매매 여성이 다른 것은 몸에 삽입이 된다는 거죠. 거기에 대해 누스바움은 '내시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면 실험을 해야잖아요. 그러면 그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자기 몸을 빌려주는 사람에게 보상을 하면 안 되는 것이냐'는 예를 들면서 당연히 성매매도 직업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또 성매매라고 해서 지식과 감성이 불필요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적 낙인 그리고 그 낙인 때문에 여성이 겪어야 할 정신적 피해 때문인데, 동어반복입니다. 사회적 낙인을 찍어 놓고 낙인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로부터 그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성들의 성매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것이 동어반복이라는 거죠.

어떤 분들은 성매매를 '장기매매'에 비유하죠. 하지만 장기매매를 금지하는 이유는 육체를 이용해서가 아니라 장기를 제공한 사람에 대한 피해가 불가역적이고 생명의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난자 제공과 같이 가역적인 인체유해물 제공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수십만 원, 해외에서는 수백만 원이 회복비로 제공됩니다. 물론 직업이라고 할지라도 규제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직업은 규제될 수 있습니다."

- 성매매는 성을 상품화한다는 견해도 있어요.
"그건 매우 올바른 의견이에요. 그건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교육의 상품화, 의료의 상품화 또는 방송의 상품화 등, 모든 것의 상품화는 막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성의 상품화를 반드시 형사 처벌로 금지해야 하느냐는 별도의 문제입니다.

교육을 예로 들면, 돈을 더 낼 경우 더 좋은 교육을 받게 되죠. 그래서 과거에는 아예 과외를 금지했습니다. 하지만 위헌 판정이 났죠. 때문에 학원 다나는 걸 법으로 금지하지는 않아요. 단지 심야에 학원을 못하게 한다거나 하는 시간, 장소, 방법에 대한 규제를 하지요. 교육의 상품화를 원천적으로 형사처벌 하진 않아요. 왜냐면 상품화를 막아야 할 필요도 있지만 시장에서 사람들은 살아나가야 할 필요도 있거든요. 마찬가지로 성의 상품화 방지가 반드시 성 제공자인 여성의 처벌를 통해서만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 성매매 특별법 위헌 심판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경남 통영에서 28세 성매매 여성이 함정 단속에 걸려서 자살했어요. 왜 자살했는지 기사를 읽어보니까, 이 분이 10대에 임신을 해서 공부도 제대로 할 수 없었고 그 아이를 아빠 없이 홀로 키웠어요.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가 돼 아이를 키우는 사람의 삶은 성매매를 통해 유지됐더라도 매우 존엄한 삶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여성은 존엄함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해외 인권기구들이 성 제공자 합법화를 요구한 것을 소개하면서 함정 단속을 중단하라는 취지의 페이스북 글을 썼더니 일간지에서 그걸 칼럼으로 냈어요. 그리고 성매매 특별법 위헌 심판 하는 변호사가 보고 진술해 달라고 해서 참여하게 됐어요."

-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유는 뭔가요?
"최저임금법이 최저 임금 이하를 주는 사람(사용자)을 처벌하지 적은 돈을 받는 사람을 처벌하지 않잖아요. 착취 당하는 피해자는 보호돼야 합니다. 근데 성매매는 무조건 나쁘니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경직된 생각에서 성매매 특별법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성매매 특별법이 만들어질 때 '성매매 피해자 보호법'이 같이 만들어졌어요. 피해자는 '위력이나 강제로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에요.

그 법의 목적은 '성매매 피해자 보호'로 좁게 되어 있지 않고, '성을 파는 사람의 보호 또는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 법이 한날한시에 패키지로 통과됐어요.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경직된 도덕주의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성 제공 여성까지 처벌하게 된 겁니다. 그래서 성의 상품화, 육체의 객체화로 성착취인 것 다 좋지만 착취의 피해자는 처벌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 위헌이라고 한다면 합법화해야 한다는 것인가요?
"이 부분에 오해가 있는데 저는 성매매의 완전 합법화를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틀림없이 성착취와 성의 상품화, 육체의 객체화를 최대한 막을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그걸 위해 성 제공자 여성을 처벌하는 건 과잉이라는 겁니다.

또 다른 오해가 있는데 제가 성매수 남성을 처벌을 주장하느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저는 성매수 남성을 처벌하자고 주장한 적이 없습니다. 성착취나 성의 상품화, 육체의 객체화 등을 막을 목적으로 성 매수 남성을 처벌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지, 타당한지에 대해 실질적인 조사가 필요합니다.

2014년 유럽 의회 결정을 보면, '성의 상품화 등 막기 위해서 성매수자 처벌이 필요한 게 아니다. 성산업에는 자발적 성매매도 있지만 강제적 성매매도 있다. 그리고 이 둘은 분리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그래서 성산업을 완전히 개방해 주는 것은 강제적 성매매를 활성화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했어요.

강제적 성매매는 모든 사람이 반대하거든요. 강제적 성매매의 수요를 위축 시키기 위해서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고, 그래서 여성주의자들은 성 매수자를 처벌하자고 해요. 저는 이 주장을 우리나라에 적용할지 말지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에서 강제적 성매매 요소가 얼마나 강한지 또는 강제적과 자발적 성매매의 관련이 어떤지 등을 토론해서 성매수 남성이나 성 알선자의 처벌은 따로 논의돼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핵심적으로 주장하는 건 성매매 여성은 어떤 이유에서건 처벌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피해자... 피해자 처벌해선 안 돼"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 성매매특별법 위헌심판 첫 공개변론 지난 4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열리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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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론에서 박 교수께서는 "비생계형 성매매는 없다"고 하셨어요. 그러나 김강자 전 종암 경찰서장은 "집장촌(성매매집결지) 여성만이 생계형이기 때문에 집장촌에 한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부업으로 성매매를 하는 건 셍계형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성매매가 가져오는 사회적 낙인을 생각하면 저는 절대 취미로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걸 안 하면 절대 빈곤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하는 것만 생계형으로 볼 수는 없어요. 예를 들어 프로야구 선수가 1억 원을 받는다고 해도 자기에게 주어진 탤런트와 존엄성 하에서는 반드시 그걸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겁니다. 그것도 생계형입니다.

여러 남성을 상대하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고려할 때, 돈 받고 그걸 하는 사람은 그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돈을 벌어서 자기 삶을 가꾸는 것이 자기 존엄성에 부합하기 때문에 일을 해요. 그런 취지로 저는 모든 성매매가 생계형 성매매라고 생각합니다,"
- 성매매 여성들을 "(본인들이) 사회적 성차별의 피해자이며, 성적 자기결정권을 형사 처벌로 제약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어요. 강제라면 모르겠지만 자발적 성매매 여성을 피해자라고 하긴 어렵지 않나요?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분도 자발적으로 하시는 거죠. 근데 피해자죠. 저는 비슷하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발적이라고 해서 사회적 구조의 피해자가 아닌 건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 분들을 수동적인 보호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아닙니다. 자발적 성매매를 하는 분들은 자신들을 피해자로 보지 말라고 합니다. 왜냐면, 자발적 성매매를 한 사람을 피해자로 보면, 성매매가 나쁜 게 되고, 매수자와 제공자 다 처벌하자는 경직된 도덕주의로 간다는 겁니다.

저는 경직된 도덕주의로 넘어가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성매매 여성이 성차별적인 한국 노동시장의 피해자일 가능성은 높다고 봅니다. 한국의 성격차지수가 2006년 세계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135개국 중에 106위 정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OECD 국가 중 남녀의 임금 차별은 꼴찌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여성들이 품위 있는 임금을 받을 수 있는 통로는 상당히 차단되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하는 거시적인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 성매매를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창제를 해서 여성의 임금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던데.
"공창제는 특정지역에서 성매매 완전 합법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의 의견과 달라요. 어느 지역이든 완전 합법화를 하게 되면 성매매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란 인식이 확산됩니다. 그에 따라 성산업이 커지고 그러면 강제적 성매매가 커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완전 합법화엔 그런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하기 전에 성 산업과 강제적 성매매의 연관성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조사는 천천히 하더라도 '성 제공자 처벌'부터 바꾸자는 겁니다. 현재 법이 강제적 성매매 피해자는 보호하고 있지요. 강제로 당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본인이고 본인밖에 없어요. 그런데 신고했다가 강제가 아닌 것으로 판단되면 자신도 처벌되는 상황인데, 누가 신고할까요? 실제로 강제 성매매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례가 법 통과 이후 1~2건 밖에 없는 걸로 알아요. 지금도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성 제공자 처벌 조항 때문에 신고 못하고 강제 성매매에 시달리고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 편집ㅣ박순옥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박경신, #성매매, #사회적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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