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와 kt위즈의 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또 한 건의 빅딜이 터졌다.

한화 이글스와 KIA타이거즈는 6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투수 유창식과 김광수, 외야수 노수광과 오준혁이 KIA로 이적하고 투수 임준섭과 박성호, 외야수 이종환이 한화 유니폼을 입는 4:3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한화가 오랜 기간 공들여 키우려 했던 '특급 유망주' 유창식과 작년 KIA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임준섭은 원소속팀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팀을 옮기게 됐다. 올 시즌 KBO리그의 4번째 트레이드다.

고향으로 돌아온 '7억팔' 유창식

유창식은 광주일고 시절부터 '초고교급 투수'로 이름을 날리던 유망주였다.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한화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유창식을 선택했고 7억 원의 거액과 함께 팀의 전설이었던 구대성의 등번호(15번)를 선사하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유창식은 끝내 자신에게 달린 등번호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했다. 류현진(LA다저스)을 닮고 싶다고 당당히 밝힌 것과는 달리 루키 시즌 단 1승밖에 따내지 못했고 이후에도 불안한 제구력과 단조로운 구질로 끝내 꽃을 피우지 못했다.

투수 조련에 남다른 노하우를 가진 '야신' 김성근 감독조차 유창식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유창식은 올 시즌 선발 5경기를 포함해 총 8경기에 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9.16으로 부진했다. 결국 한화는 전력 강화를 위해 보장되지 않은 '유창식의 미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한화에서 꽃을 피우진 못했지만 유창식 개인에게는 KIA 이적도 썩 나쁘지 않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교를 다닌 유창식에게 KIA는 정겨운 고향팀이기 때문이다. KIA의 김기태 감독 역시 유창식의 광주일고 대선배다.

KIA는 올 시즌 조쉬 스틴슨과 필립 험버, 임기준 등의 부진으로 선발진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한화에서 성적이 좋지 않았던 유창식이 당장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지는 미지수지만 매 경기 총력전을 벌이는 한화에서보다 더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은 분명하다.

유창식은 고교 시절부터 워낙 많은 관심을 받아왔지만 프로 5년 동안 통산성적은 16승27패 5.50에 불과하다. 냉정하게 표현하면 실패한 유망주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유창식이 초고교급 투수의 실패사례로 남지 않으려면 고향팀에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선발·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좌완 임준섭

유창식 정도는 아니지만 임준섭 역시 경성대 졸업 후 2012년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입단하자마자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을 받으며 루키 시즌을 통째로 날리고 말았다.

2013년 팀에 복귀한 임준섭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승8패2홀드5.23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작년 시즌 팀 성적이 바닥을 친 상태에서도 29경기에서 130.2이닝을 던지며 5승11패6.06의 성적을 기록했다.

입단 3년 만에 2500만원이던 연봉이 9500만원으로 인상된 임준섭은 올 시즌에도 KIA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임기준에게 밀려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했다(현재는 임기준도 선발에서 밀려나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임준섭은 올 시즌 불펜으로만 16경기에 등판해 1승2홀드 5.27의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KIA는 성장 한계점이 보이는 임준섭보다는 훗날 큰 성공을 가져다줄 지도 모르는 유창식을 선택했다. 이로써 부산 토박이 임준섭은 광주를 거쳐 이번엔 대전에서 새 출발을 하게 됐다.

한화는 올 시즌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불펜 투수 박정진과 권혁의 혹사 문제가 늘 불안요소로 꼽히곤 했다. 하지만 안정된 제구력에 이닝 소화 능력이 뛰어난 임준섭이 가세함으로써 한화 불펜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스타일이 전혀 다른 두 왼손 투수의 트레이드는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안겨 주기 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트레이드에 적극적인 김성근 감독과 신생팀 kt의 가세로 인해 침체된 트레이드 시장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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