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대 불운도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차라리 골을 성공시키는 것이 더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레오의 오른발 슛은 오른쪽 기둥을, 카이오의 왼발 슛은 왼쪽 기둥을 차례로 때렸다. 3초 간격으로 일어난 일이니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서정원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한국)가 5일 오후 6시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베이징 궈안(중국)과의 홈 경기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레오의 멋진 동점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실점 후 1분만에 터진 레오의 동점골

어린이날 저녁에 수많은 홈팬들 앞에 선 수원은 주장 염기훈, 골잡이 정대세, 수비수 양상민 등 간판 선수들을 일부 내보내지 않았다. 이미 16강 진출권을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상대 팀 베이징 궈안도 수원과 마찬가지로 16강 진출권을 쥐고 들어왔기 때문에 부담없는 경기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25분에 선취골을 얻어냈다. 그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FC 서울에서 골잡이로서 명성을 떨쳤던 데얀 다미아노비치(몬테네그로)였다.

데얀 다미아노비치는 25분에 수원 골문 앞에서 높게 뜬 공에 집중했다. 수원 골키퍼 정성룡을 포함하여 수비수들도 이에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한계였다. 여기서 데얀은 특유의 부드러운 몸놀림을 자랑하며 왼발 돌려차기를 정확히 꽂아넣었다.

뜻밖에 선취골을 얻어맞은 수원은 곧바로 반격에 나서 1분 뒤 멋진 동점골을 터뜨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간 공을 공격형 미드필더 이상호가 머리로 연결했고 이 공을 레오가 가슴으로 받아 기막힌 오른발 발리슛을 성공시켰다. 골문 뒤에 자리잡은 수원 서포터즈에게도 멋진 선물이었다.

16강 상대는 가시와 레이솔

공격형 미드필더 레오의 멋진 동점골로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 수원은 그로부터 7분 뒤에 결정적인 역전골 기회를 잡았다. 베이징 궈안 수비수를 따돌리고 혼자 공을 몰고 들어간 레오가 상대 골키퍼 양즈이와 1:1로 맞서서 오른발 슛을 시도했는데 그만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흘러나온 공을 향해 달려간 카이오의 왼발 슛이 강하게 터져나온 것이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왼쪽 기둥을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지독한 골대 불운이 한꺼번에 두 개나 몰린 셈이었다.

이대로 후반전에 들어간 수원의 서정원 감독은 67분에 조지훈 대신 권창훈을 들여보내며 미드필드의 변화를 꾀했다. 백지훈에게 수비형 미드필더의 중책을 맡기고 네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내세운 것이었다. 하지만 베이징 궈안의 골문은 더이상 열리지 않았다.

81분에 교체 선수 권창훈의 왼발 프리킥이 날카롭게 날아들었지만 베이징 궈안 골키퍼 양즈이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쳐냈고, 86분에는 동점골의 주인공 레오가 빠르게 빠져나가며 오른발 돌려차기를 시도했지만 양즈이 정면으로 뻗어가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로써 수원 블루윙즈는 G조 2위 자격으로 16강(5월 19일, 26일)에 올라가 E조 1위가 확정된 가시와 레이솔(일본)을 만나게 되었다. 지난달 22일 가시와 레이솔이 전북 현대를 3-2로 이겼기 때문에 수원으로서도 임자를 제대로 만난 셈이다.

수원 블루윙즈는 9일(토) 오후 2시 광주월드컵경기장으로 들어가 광주 FC와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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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G조 6라운드 결과(5일 오후 6시, 빅 버드)

★ 수원 블루윙즈 1-1 베이징 궈안 [득점 : 레오(26분,도움-이상호) / 데얀 다미아노비치(25분)]

◎ 수원 선수들
FW : 카이오
AMF : 이상호(77분↔한성규), 레오, 서정진
DMF : 조지훈(67분↔권창훈), 백지훈
DF : 최재수, 연제민, 구자룡, 신세계(64분↔오범석)
GK : 정성룡

★ 브리즈번 로어 1-2 우라와 레즈

◇ G조 최종 순위표
베이징 궈안(중국) 11점 3승 2무 1패 6득점 3실점 +3 ***** 16강 진출
수원 블루윙즈(한국) 11점 3승 2무 1패 11득점 8실점 +3 ***** 16강 진출(맞대결 결과로 순위 결정)
브리즈번 로어(호주) 7점 2승 1무 3패 7득점 9실점 -2
우라와 레즈(일본) 4점 1승 1무 4패 5득점 9실점 -4

◇ 16강 대진표(5월 19일, 26일 홈&어웨이)
수원 블루윙즈(한국) - 가시와 레이솔(일본)
베이징 궈안(중국) - E조 2위(전북 현대 유력)
축구 수원 블루윙즈 K리그 클래식 챔피언스리그 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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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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