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경기 한국시리즈 같은 명승부를 펼치는 한화이글스의 '마약 야구'가 화제다. 한화는 SK와이번스와의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12승 10패로 공동 4위로 뛰어 올랐다. 조인성, 윤규진, 송은범, 한상훈, 나이저 모건 등이 1군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의 상승세는 그야말로 놀라운 수준이다.

이런 한화의 돌풍 속에서 지난 한 주 동안 조용히 4승을 챙긴 팀이 있다. 특히 주말에는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홈에서 3경기를 모두 쓸어 담았다. 바로 시즌 개막 전 '꼴찌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롯데자이언츠다.

롯데는 지난 27일을 기점으로 선두 삼성에게 2경기 뒤진 단독 3위에 올라 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와 타선의 폭발로 3연승을 거두긴 했지만. 그렇다고 롯데의 야구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안정된 선발진에 비해 불안하기 짝이 없는 불펜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선발진과 기대 이하의 불펜진

  지난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 이상화가 역투하고 있다. 2015.4.22

지난 22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에서 롯데 선발 이상화가 역투하고 있다. 2015.4.22 ⓒ 연합뉴스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최대 약점은 장원준(두산베어스)과 쉐인 유먼(한화이글스), 크리스 옥스프링(kt위즈)이 떠난 선발진이었다. 불펜은 정재훈과 김승회, 김성배로 이어지는 '곰표 3인방'을 중심으로 좌완 이명우, 우완 최대성 등이 최소한 '기본'은 해줄 거란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결과 롯데의 현실은 정반대다. 선발진은 외국인 원투펀치 조쉬 린드블럼(3승 1패 평균 자책점 2.78)과 브룩스 레일리(3승 1패 3.89)가 유먼과 옥스프링을 잊어도 좋을 만큼 맹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청소년 대표 출신의 우완 이상화가 프로 데뷔 9년 만에 잠재력을 폭발하며 평균 자책점 2위(2.74)를 질주하고 있다. 지독한 불운으로 아직 승수를 챙기진 못했지만, 5선발 심수창(1패 2.55)의 활약도 기대 이상이다.

반면 불펜진의 활약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지난해 시즌 1승 2패 20세이브 4홀드 3.05의 '깜짝 활약'으로 롯데의 마무리 자리를 꿰찬 김승회는 올 시즌 1승 1패 2세이브 1홀드 12.27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피안타율은 무려 .405에 달하고 7.1이닝 동안 허용한 사사구도 9개나 된다.

통산 137세이브(통산 9위, 현역 4위)를 자랑하는 정재훈도 7경기에서 4이닝 9피안타 6볼넷으로 난타 당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롯데 마운드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최대성(3경기 6.75)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좌완 이명우(16.6개)와 심규범(19개)를 제외한 모든 불펜 투수들이 이닝 당 20개가 넘는 투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타자와의 승부를 길게 끌고 가며 스스로 경기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불펜이 불안할수록 선발 투수 부담은 더욱 커진다

불안불안하던 롯데 불펜이 곪아 터진 것은 지난 주 KIA타이거즈와의 3연전부터였다. 롯데는 지난 22일 경기에서 6회까지 7-1로 앞서 나가다가 경기 후반 대거 5점을 내주며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어쩐지 뒷맛이 개운치 않았던 승리였다.

그리고 지난 23일 롯데는 드디어(?) 9회말 대역전극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선발 심수창의 호투로 9회초까지 6-2로 여유 있게 리드를 지킨 롯데는 9회 다시 한 번 마무리 김승회를 투입했다. 비록 세이브 상황은 아니었지만, 전날의 부진을 만회하라는 이종운 감독의 배려였다.

하지만 김승회는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브렛 필에게 동점 만루 홈런을 맞았고 이어 등판한 홍성민마저 이홍구에게 끝내기 몸 맞는 공을 허용하면서 거짓말 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롯데는 이틀 동안 2명의 선발 투수가 12.1이닝을 4실점으로 막았지만, 같은 기간 5명의 불펜 투수가 5.1이닝 동안 9점을 내주는 심각한 난조에 빠졌다.

삼성전에서 3연승을 하는 기간에도 불펜의 불안은 계속됐다. 지난 24일 경기는 린드블럼이 완투를 했고 지난 26일 경기도 레일리가 8이닝을 책임지며 불펜의 힘이 거의 필요 없었다. 반면에 송승준이 등판한 25일 경기에서는 5명의 불펜 투수 중 4명이 실점을 기록했다.

불펜 투수들의 난조는 곧 선발투수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주말 3연전에서 각각 120개가 넘는 공을 던졌고 지난 25일에 등판한 송승준도 시즌 개막 후 최다 투구수(113구)를 기록했다.

현재 롯데의 1군 엔트리에는 김승회와 정재훈, 최대성이 빠져 있다. 롯데 불펜의 '믿는 구석' 정대현과 강영식도 5월은 돼야 실전 투입이 가능하다. 주력 선수들이 돌아올 때까지는 현재의 전력으로 버텨야 한다는 뜻이다.

롯데는 오는 28일부터 넥센 히어로즈와 주중 3연전을 가진다. 넥센은 지난 주말 kt위즈를 상대로 3경기에서 23득점을 올리는 화끈한 공격력을 과시하며 3연승을 거뒀다. 안정된 선발과 물 오른 방망이에 비해 너무나 빈약한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 이번 주에도 삼성전 스윕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김승회 정재훈 최대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