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강자' 삼성화재의 오랜 독주를 가로 막은 팀은 '막내' OK저축은행이었다.

김세진 감독이 이끄는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는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세트스코어 3-1(25-19,25-19,11-25,25-23)로 제압했다.

이로써 지난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이어지던 삼성화재의 독주는 7년으로 막을 내렸다.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감독 데뷔 2년 만에 V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지도자로서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월드스타에서 간판 해설위원 거쳐 신생팀 감독 도전

김세진 감독은 이미 한양대 재학시절이던 1994년 월드리그에서 공격상을 받으며 한국배구의 위상을 드높인 '월드스타'였다. 당연히 당시 모든 실업팀들이 스카우트 전쟁에 뛰어 들었는데 김세진 감독은 1995년에 창단한 신생팀 삼성화재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듬 해 '갈색폭격기' 신진식(삼성화재 코치)이 입단하면서 삼성화재는 김세진과 신진식으로 이어지는 쌍포를 구축하게 됐다. 대표팀에서나 만날 법한 한국 베구의 양대 에이스가 한 팀에 속했으니 삼성화재가 순식간에 최강팀이 되는 것은 당연했다.

김세진 감독은 신진식 코치와 함께 1997년부터 2005년까지 겨울리그 9년 연속 우승과 77연승 신화를 이끌었다. 2005-2006 시즌 10년 연속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되며 은퇴를 선택했지만 김세진의 화려했던 선수 생활을 폄하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세진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 대신 방송 해설가로 데뷔했다. 선수시절부터 달변가로 유명했던 김세진 감독은 비슷한 시기에 마이크를 놓은 오관영 해설위원의 뒤를 이어 V리그의 간판 해설가로 이름을 날렸다.

초반에는 중계 도중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목소리 때문에 배구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지만 현역 시절의 경험을 살려 현장 분위기를 상세히 전달하는 '김세진식 해설'은 배구중계에 빠질 수 없는 요소로 자리잡았다.

2007년부터 7년 동안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던 김세진 감독은 2013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2013년 창단한 신생구단 러시앤캐시(현 OK저축은행)의 초대 감독으로 선임된 것이다.

호통 대신 격려로 선수들의 경기력 끌어내는 김세진 감독

신생 구단의 사령탑으로 감독생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신치용 감독과 김세진 감독은 분명 닮은 부분이 있다. 하지만 신치용 감독이 한국전력에서 16년 동안 코치 생활을 했던 것에 비해 김세진 감독은 프로구단은커녕 고교나 대학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한 적이 없다.

김세진 감독은 감독 부임 후 OK저축은행 특유의 젊은 팀 색깔을 만들었다. 김세진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송명근, 송희채, 이민규 등 대학 배구를 호령하던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고 창단 첫 시즌 11승을 거두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뽐냈다.

그리고 OK저축은행은 이번 시즌 로버트 랜디 시몬이라는 대형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마침내 V리그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자신의 전 소속팀이자 함께 '왕조'를 구축했던 신치용 감독이 이끄는 삼성화재를 상대로 한 3연승이라 기쁨은 두 배였다.

김세진 감독의 장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성격에 있다. 김세진 감독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 작전타임을 불러도 좀처럼 목소리를 높여 선수들에게 호통을 치는 법이 없다. 오히려 기운이 빠져 있는 선수들을 다독이며 일목요연하게 작전을 지시한다. 시청자들에게 경기의 포인트를 전달하던 해설위원 시절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요한 점수가 났을 땐 선수 시절을 연상케 하는 큰 동작의 세리머니를 통해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린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근엄한 자세를 유지하는 기존 감독들에게서는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다.

1987년생 시몬과 강영준이 최고참인 OK저축은행은 30대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주축 선수 대부분이 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숙제가 있지만 앞으로도 충분히 발전할 여지가 많은 팀이다. 감독으로서 생애 첫 챔프전에서 스승을 이긴 김세진 감독의 미래 또한 대단히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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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김세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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