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은 정말로 '도로공사 공략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 걸까.

이정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27일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세트스코어 3-0(25-17,25-18,25-22)로 완파했다.

기업은행의 외국인 선수 데스티니 후커는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 서브득점, 블로킹 3개 이상)을 기록하며 펄펄 날았고 서브득점 3개를 기록한 김유리의 깜짝 활약도 돋보였다. 반면에 도로공사는 믿었던 세터 이효희가 흔들리면서 완패를 막지 못했다.

'야전사령관' 이효희가 흔들리면 도로공사에게는 승산이 없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에서 승점 59점으로 프로 원년에 이어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상대전적에서 4승2패로 앞선 기업은행은 도로공사를 상대로 자신감이 있었다.

기업은행은 1세트부터 김유리의 서브득점 2개와 '삼각편대'(데스티니, 김희진, 박정아)의 고른 활약으로 여유 있게 앞서 나갔다. 반면에 도로공사는 니콜 퍼셋에게만 공격을 의존하면서 경기를 원활하게 풀어 나가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세트 중반 도로공사에게 추격을 허용했지만 데스티니의 날카로운 서브를 앞세워 가볍게 1세트를 가져왔다. 박정아는 1세트에서만 공격 6득점, 블로킹 1득점을 포함해 총 7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2세트에서는 도로공사의 끈질긴 수비가 살아나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박정아의 블로킹과 퀵오픈 공격, 니콜의 범실을 틈타 순식간에 경기를 역전시켰다. 도로공사는 니콜의 후위공격과 서브득점으로 뒤늦게 추격을 시작했지만 세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기업은행은 3세트에서도 데스티니의 공격과 김유리의 날카로운 서브를 앞세워 초반부터 리드를 잡았다. 도로공사는 세터를 이고은으로 교체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고 경기를 동점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에는 역시 삼각편대가 있었다. 기업은행은 19-20으로 뒤진 상황에서 박정아의 공격 3득점과 데스티니의 블로킹으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었고 데스티니의 마무리 득점으로 가볍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입단 2년 만에 은퇴했던 김유리, 복귀 후 기업은행의 활력소로

시즌이 개막할 때만 해도 기업은행의 주전세터는 유희옥이었다. 하지만 유희옥은 다소 기복이 심하고 블로킹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김희진과 유희옥만으로 시즌을 치르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이정철 감독은 작년 12월 양산시청의 센터 김유리를 영입했다.

김유리는 지난 201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지명을 받고 흥국생명에 입단했지만 프로무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두 시즌 만에 유니폼을 벗은 바 있다. 하지만 배구공을 놓지 않고 실업팀 양산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김유리는 기업은행 입단 후 유희옥의 백업세터로 활약하다가 데스티니의 부상으로 김희진이 라이트로 변신한 틈을 타 주전으로 도약했다. 김유리는 데스티니가 복귀한 후에도 유희옥을 제치고 주전 자리를 지켰다.

플레이오프에서 4개의 블로킹을 기록하며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쳤던 김유리는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날카로운 서브를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했다. 김유리는 1차전에서 3개의 서브득점을 포함해 총 5득점을 올렸다. 특히 3세트에서는 5-3 상황에서 연속 4개의 서브를 넣으며 도로공사의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이 밖에 데스티니는 서브득점과 블로킹 각 3개를 포함해 28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박정아는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렸다. 수비형 레프트 채선아가 안정된 수비와 더불어 2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킨 것도 인상적이었다.

반면에 도로공사는 니콜이 24득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경기 흐름을 뒤집기엔 무리가 있었다. 플레이오프 승리로 상승세를 탄 기업은행에게 시리즈의 흐름을 내주기 전에 국내 선수들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 IBK기업은행 알토스 데스티니 후커 김유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