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상대 투수가 사용하는 손에 따라 우타석과 좌타석을 선택해 타격하는 타자를 '스위치 타자'라고 부른다. 이들은 대개 오른손 투수를 상대할 경우 좌타석에서 타격하며, 왼손 투수를 상대할 경우 우타석에서 타격한다. KBO 리그에서도 희귀하지만 박종호, 장원진, 이종열, 최기문, 펠릭스 호세(전 롯데 자이언츠), 조시 벨(전 LG 트윈스, 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등이 스위치 타자로 활약했던 사례가 있고, 스위치 타자에 대한 규정도 있다.

그런데 양손을 사용하는 '투수'가 등장하면서 스위치 투수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게 됐다. 한화 이글스의 투수 최우석이 스위치 투수 도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본래 왼손 투수였던 최우석은 고등학교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다. 최우석은 재활과 동시에 오른손 투수로 전향했고, 2012년 한화 이글스에 입단했다.

이후 최우석은 스위치 투수 도전을 선택했고, 구단에서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연습 경기에서 실제로 양손 글러브를 사용, 상대 타자에 따라 손을 바꿔가며 공을 던졌다. 이에 KBO 사무국은 지난 3일 공식 야구 규칙 및 KBO 리그 규정과 관련 규칙 위원회 심의를 열었고, 지난 5일 관련 규정을 만들어 발표했다.

KBO, 스위치 투수 관련 조항 추가

이에 공식 야구 규칙에 스위치 투수에 관한 조항이 추가됐다. 스위치 투수는 매 타자를 상대할 때마다 자신이 어떤 손으로 공을 던질 것인지를 심판, 타자, 주자에게 표시해야 한다. 또한 한 타자를 상대하는 도중 공을 던지는 손을 바꿀 수 없다.

한 타자와 승부가 끝나거나 대타가 들어서면 스위치 투수는 투구하는 손을 바꿀 수 있다. 타자를 상대하는 도중 손을 바꿀 수 있는 경우는 던지던 손에 심판이 인정하는 부상을 입었을 경우에 한해 적용한다. 단, 그 날 남은 경기에서 던지는 손은 바꿀 수 없다. 더불어 타자가 바뀔 때마다 손을 교체할 순 있어도 손을 교체할 때마다 연습 투구를 할 수는 없으며 한 이닝 동안에는 같은 글러브를 사용해야 한다.

현재 풀 타임으로 양손 투구하는 외국의 스위치 투수 사례로는 마이너리그에 있는 팻 밴디트(Pat Vanditte)가 있다. 밴디트는 2008년에 마이너리그에 등장했다가 상대 팀의 스위치 타자를 상대하게 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밴디트는 타자가 좌타석에 들어서자 왼손으로 투구하기 위해 오른손으로 글러브를 착용했고, 이에 타자가 우타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다시 글러브 위치를 바꿨다.

그런데 몇 분이 지나도록 공을 한 번도 던지지 못하고 서로 자리와 손만 바꾸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이에 심판이 직접 중재에 나서 타자의 타격 위치와 투수의 손을 정한 뒤 경기를 재개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에는 '밴디트 룰'이라 불리는 스위치 투수의 규정이 신설됐다. 규정에 따르면 스위치 투수가 먼저 공을 던질 손을 정하고 심판에게 알려야 하며, 그 뒤 타자가 타석을 선택한다.

이후 밴디트는 여러 팀을 오가며 마이너리그 통산 17승 22패 평균 자책점 2.46을 기록하고 있다. 밴디트는 오른손으로는 정통파 투구로 최고 시속 151km 속구를, 왼손으로는 사이드암 투구로 시속 시속 137km의 속구를 던진다.

밴디트의 메이저리그 등판 사례는 아직 없으며, 올 시즌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초청 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시범 경기에 참가하고 있다. 지난 4일(한국 시각)에도 애리조나 주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캑터스리그 시범 경기에 구원 등판해 두 타자를 각각 오른손과 왼손으로 범타 처리했다. 특히 두 번째 타자인 브랜든 벨트는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아직 메이저리그와 KBO 리그에서 정규 시즌에 출전한 사례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스위치 투수 조항은 소수 선수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규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편, 지난 5일 발표된 개정 규정 중에는 타순표의 교환 및 발표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 선수 명단을 제출한 뒤에는 원칙적으로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선수를 교체할 수 없지만, 경기 시작 직전 부상을 당하는 선수들에 한해 교체가 가능한 규정을 추가한 것이다. 단, 지명 타자의 경우는 부상일 경우만 교체할 수 있으며 경기장에 도착하지 않아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경기에서 해당 팀은 지명 타자 타순에 투수가 타격해야 한다.

또한 투수와 타자가 서로 상대할 때 아웃이나 출루가 결정되기 전까지 선수를 교체할 수 없지만, 부상을 당했을 경우에 한해 교체 규정을 적용하게 됐다. 이 경우 교체는 같은 유형의 선수로만 교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오른손 투수가 부상을 당했을 경우 오른손 투수로만, 왼손 투수가 부상을 당했을 경우 왼손 투수로만, 언더핸드(사이드암) 투수가 부상을 당했을 경우 역시 같은 투구 스타일의 투수로만 바꿀 수 있다.

타자 역시 같은 자리에서 타격하는 선수로만 교체가 가능하다. 단, 같은 스타일의 교체 선수가 더 이상 없을 경우와 스위치 타자 또는 스위치 투수는 예외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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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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