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우리은행은 KB스타즈와의 마지막 정규리그 경기에서 챔피언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은 전 구단 상대전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승리의 밑바탕에는, 우리은행의 백업센터 강영숙의 결정적 기여가 있었다.

위성우 감독이 이끄는 우리은행 한새는 2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14-2015 여자프로농구 7라운드 경기에서 KB스타즈를 70-65로 꺾고 KB전 3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접전인 듯 접전 아닌 접전 같았던' 이날 경기에서 우리은행은 4쿼터 막판 집중력을 발휘하며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특히 우리은행의 강영숙은 경기종료 2분을 남기고 5점을 몰아넣으며 우리은행의 승리를 견인했다. 강영숙의 활약은 비단 이번 한 경기만의 일이 아니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궂은일 도맡아 하는 반전 매력의 센터

동주여상 출신의 강영숙은 고교시절 청소년 대표에 선발됐을 만큼 촉망 받는 센터 유망주였다. 2000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우리은행에 입단했지만 강영숙에게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당시 여자농구는 IMF 경제위기 속에서 진행된 프로화의 여파로 실업팀들이 대거 해체되는 상황이었다. 우수한 선수들은 5개 프로팀에 재배치됐다. 당연히 성인 무대 경험이 부족한 신인급 선수들에게는 많은 출전 시간이 주어지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백업센터로 활약하던 강영숙은 2004년 9월, 트레이드를 통해 신한은행 에스버드로 이적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에서도 198cm의 장신 센터 강지우(은퇴)에 밀려 주전보다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더 많았다.

강영숙이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리그가 단일화된 2007-2008시즌부터였다. 부상이 잦았던 하은주를 대신해 주전 센터로 출전한 강영숙은 리바운드와 수비에서 큰 공헌을 하면서 신한은행 왕조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특히 평균 11.3득점 7.2리바운드 2.2어시스트를 기록했던 2010-2011시즌이 정점이었다. 전주원, 정선민, 김단비 등 팀 내 신구 스타들을 제치고 정규리그 MVP를 차지하며 뒤늦은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강영숙은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골 밑에서 몸싸움을 즐기고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반전 매력을 가진 WKBL의 대표적인 '수비형 센터'다.

2011-2012 시즌까지 신한은행의 주전으로 활약하던 강영숙은 2012-2013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하면서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결국 2013년 2월 트레이드를 통해 KDB생명 위너스로 이적했다.

경쟁력 갖춘 식스맨으로 통산 11번째 우승반지에 도전

강영숙은 리그 최고의 리바운더로 군림하던 신정자(신한은행)와 포지션이 겹치면서 KDB생명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갖지 못했다. 어느덧 강영숙의 나이는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었고 점점 은퇴 시기가 가까워 온다는 쓴 소리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렇게 쓸쓸하게 선수생활 말년을 보내던 강영숙에게 손을 내민 팀은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2014년 2월 2연속 통합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로 강영숙을 선택했다 그렇게 강영숙은 근 10년 만에 친정으로 복귀했다.

위성우 감독은 궂은일에 능한 강영숙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고 강영숙도 이적 후 좋은 활약을 펼치며 우리은행의 2연속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작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강영숙은 수비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강영숙은 이번 시즌 출전시간이 10분도 채 되지 않는다. 주전 센터 양지희의 비중이 커지기도 했고 강영숙의 체력도 예전만 못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서의 집중력만큼은 여전히 날카롭게 살아 있다. 4쿼터에 역전승을 이뤄낸 2일 KB스타즈전이 강영숙의 진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였다.

강영숙은 이날 17분 28초를 뛰며 6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저 평범하게만 보이는 기록이지만 강영숙은 이날 기록한 6득점 중 5득점을 종료 2분을 남기고 몰아넣었다. 특히 경기 종료 15초 전에는 변연하를 제치고 득점인정 반칙을 얻어내며 승부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선수로서 통산 10개의 우승반지를 가지고 있는 강영숙은 그 어떤 현역 선수보다 우승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 비록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은 남아 있지 않지만 승부처에서는 언제든지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든든한 골 밑 자원이다. 더 이상 반지를 낄 손가락이 남아 있지 않은 강영숙은 자신의 통산 11번째 챔피언 반지를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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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한새 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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