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스프링캠프는 일본 오키나와와 미야자키, 가고시마, 그리고 미국의 LA에서 막바지 일정을 치르고 있다.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는 대부분의 팀이 연습 경기를 통해 실전 경험을 쌓는 스케쥴을 소화하고 있다.

연습 경기는 스프링캠프의 성과를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정이다. 특히 주전 도약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는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한 테스트의 성격도 있다. 무엇보다 승패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선수들에게는 더 없이 효과적인 훈련법이다.

하지만 이 편안한 연습 경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팀도 있다. 바로 연습 경기에서 9전 전패를 당한 KIA타이거즈다. 특히 9경기 동안 103점을 내주며 매 경기 대패를 당하고 있다는 점은 시즌 개막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분명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다.

주력 투수들의 부상과 컨디션 저하, 반쪽짜리 스프링캠프

KIA는 지난 3년 동안 5위, 8위, 8위에 그치며 가을 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엇보다 해태 타이거즈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이자 지도자로서도 검증을 마친 선동열 감독 체제가 실패로 끝났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선동열 감독 이후 마땅한 대안이 없었던 KIA는 선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내 팬들의 커다란 반발에 직면했고, 결국 선동열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KIA는 LG트윈스를 이끌었던 김기태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2012년 LG 감독에 부임한 후 빠르게 팀을 정비해 11년 만에 LG를 플레이오프로 이끈 지도자. KIA는 안치홍과 김선빈의 입대, 그리고 이대형(kt위즈)의 갑작스런 이적으로 큰 위기를 맞았지만, 해외 진출을 노리던 양현종과 FA포수 차일목의 잔류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하지만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선발요원 김진우가 체력 테스트에서 탈락했고 서재응, 김병현, 김태영 등 주축 투수들도 각각 부상과 컨디션 저하로 오키나와가 아닌 괌에 재활 캠프를 차렸다. 가뜩이나 전력이 약한데 그마저도 제대로 가동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투수진이 상대적으로 얇은 KIA는 그 동안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마무리 후보로 꼽히는 심동섭을 비롯해 박성호, 김지훈, 임기준, 홍건희, 신창호, 최현정 등이 대표적이다.

KIA는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13일 동안 9번의 연습 경기를 치렀다. 젊은 투수들에게 실전 경험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KIA에게 연습경기는 스프링캠프에서 매우 중요한 일정이었다.

경기 당 평균 11.4실점, 예비역 좌완 임기준만 호투 행진

KIA는 지난 9번의 연습 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것도 경기 당 평균 11.4점을 내주며 마운드가 철저하게 무너졌다. 아무리 결과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연습 경기라지만 계속된 패배로 인해 자신감마저 잃진 않을까 우려되는 수준이다.

KIA는 '당연히' 연습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치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은 경기 초반 주전 선수들을 내보냈다가도 중반부터 1.5군 및 2군 선수들로 교체하며 다양하게 선수를 기용했다. 하지만 총력전을 펼치지 않은 것은 KIA의 상대팀도 마찬가지다.

27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는 김하성, 박도원, 서동욱 등 장타력이 썩 뛰어나지 않은 선수들에게 연거푸 홈런을 맞았다. 10-13으로 추격한 8회에는 내야 수비마저 크게 흔들리며 3점을 추가로 내주기도 했다. 안치홍, 김선빈의 입대 후 외부 영입 대신 자체 발굴을 선택한 KIA의 결정이 실패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

투수진이 전체적으로 불안하지만, 그 중에서도 유력한 마무리 후보 심동섭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심동섭은 9연패 기간 동안 총 4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무려 9점을 내줬다.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의 평균 자책점은 무려 20.25에 달한다. 이런 기복이 이어진다면 심동섭에게 선뜻 뒷문을 맡기기가 망설여 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즌 개막 후 김태영, 최영필 같은 필승조들이 가세한다면 KIA의 마운드는 지금보다는 한결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젊은 투수들이 지금처럼 난타를 당한다면 두 노장 필승조의 투혼도 언제까지 이어질 지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KIA 마운드가 연습 경기를 통한 소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좌완 임기준은 일본팀을 상대로 한 두 번의 연습 경기에서 9이닝 8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김기태 감독의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연습 경기의 결과는 정규 리그 성적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지만, 연습 경기 결과만으로도 타이거즈 팬들의 실망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KIA는 오는 3월 1일 마지막 연습 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불행하게도(?)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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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타이거즈 심동섭 임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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