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공격형 미드필더 손흥민에게 중책을 맡겼다. 날개 공격수 역할보다는 가운데로 약간 내려와 경기장 구석구석을 누비고 다니는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맡긴 것이다. 그만큼 상대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중원 싸움이 힘들 것을 예상했다. 손흥민이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팀 승리를 위해 어떤 헌신이 필요한가를 잘 가르쳐주는 경기였다.

로저 슈미트 감독이 이끌고 있는 바이엘 레버쿠젠(독일)이 한국 시각으로 26일 오전 4시 45분, 독일 레버쿠젠에 있는 바이 아레나에서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 열렸다. 레버코젠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와의 안방 경기에서 간판 미드필더 찰하노글루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8강 진출 전망을 밝혔다.

스파히치의 골대 불운

관중석을 가득 메운 안방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레버쿠젠 선수들은 프리메라 리가의 강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을 상대로 자신감 넘치는 경기 운영을 펼쳤다.

경기 시작 후 25분 만에 상대 골문을 크게 흔들어놓았다. 수비수 스파히치가 과감하게 공을 몰고 나와서 회심의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다. 그의 발끝을 떠난 공은 문지기 모야의 손끝을 스치며 골문 왼쪽 모서리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골문으로부터 약 32m 정도의 거리였으니 보는 이들이 아찔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반면에 방문 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이례적으로 전반전에 두 개의 교체 카드를 써 버리면서 경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왼쪽 측면 라인(DF 시케이라, MF 사울 니게스)을 맡은 두 선수가 뜻밖의 부상으로 물러난 것이다.

그래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유의 집중력이 레버쿠젠 선수들을 몹시 괴롭힌 것이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미드필더 티아구가 기막힌 가위차기로 선취골을 노렸지만, 레버쿠젠 문지기 레노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 가까스로 쳐냈다.

후반전, 하칸 찰하노글루의 멋진 결승골

역시 축구 경기에서 역습 과정은 중요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57분, 레버쿠젠은 훌륭한 미드필더들의 멋진 역습 연결을 통해 귀중한 결승골을 뽑아냈다. 드리블 실력이 뛰어난 벨라라비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수비수들을 흔들어놓고 공을 밀어줬다. 하칸 찰하노글루가 이 공을 잡아 오른발 슛을 날리는 데 성공했다. 각도가 넉넉하지 않은 지점이었기에 쉽지 않았지만, 찰하노글루의 타이밍과 슛 방향이 좋았다.

전반전에 이미 두 개의 교체 카드를 써버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실점 이후 더 심각한 소식에 표정이 굳어졌다. 60분, 간판 수비수 디에고 고딘이 거친 반칙을 저질러 노란딱지를 받는 바람에 2차전에서 뛸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시메오네 감독은 64분에 미드필더 아르다 투란을 빼고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를 들여보내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2차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기에 1차전에서 최대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판단이었던 것이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75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골문을 흔들었다. 교체 선수 페르난도 토레스의 헤더가 굴러들어갔다. 그러나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며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그리즈만의 코너킥이 크게 휘어지며 골라인을 넘었다가 안쪽으로 들어왔다는 판정이었다. 레버쿠젠으로서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순간이었다.

76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쪽에 또 하나의 충격적인 일이 일어났다. 수비형 미드필더 티아구가 반칙을 저질러 두 번째 경고를 받고 아예 쫓겨난 것이다. 15분 이상을 남겨놓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추가 실점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레버쿠젠 선수들은 남은 시간에 더 이상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경기를 끝냈다. 손흥민이 두 차례나 좋은 위치에서 패스를 기다리며 추가골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동료들은 그를 도와주지 못했다. 이제 두 팀 선수들은 오는 3월 18일 마드리드에 있는 비센테 칼데론에서 다시 만나 8강행 주인공을 가리게 된다.

한편, 같은 시각 런던에서 아스널 FC와 AS 모나코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노련한 골잡이 베르바토프가 결승골을 터뜨린 방문 팀 모나코가 3-1로 완승을 거두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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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26일 오전 4시 45분, 바이아레나-레버쿠젠)

★ 바이엘 레버쿠젠 1-0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득점 : 하칸 찰하노글루(57분,도움-벨라라비)]

◎ 레버쿠젠 선수들
FW : 드르미치(80분↔슈테판 키슬링)
AMF : 손흥민, 하칸 찰하노글루(87분↔브란트), 벨라라비
DMF : 라스 벤더(68분↔롤페스), 카스트로
DF : 웬델, 스파히치, 파파도포울로스, 힐버트
GK : 레노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선수들
FW : 그리즈만, 만주키치
MF : 사울 니게스(42분↔라울 가르시아), 티아구(경고 누적 퇴장-76분), 가비, 아르다 투란(64분↔페르난도 토레스)
DF : 시케이라(38분↔헤수스 가메스), 디에고 고딘, 미란다, 후안프란
GK : 모야

★ 아스널 FC 1-3 AS 모나코 [득점 : 옥슬레이드-체임벌린(90+1분) / 콘도그비아(38분), 베르바토프(53분), 카라스코(90+4분)]

◇ 16강 2차전 일정(3월 18일)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바이엘 레버쿠젠(에스타디오 비센테 칼데론)
☆ AS 모나코 - 아스널 FC(스타드 루이 2세)
축구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레버쿠젠 AT 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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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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