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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등이 강하게 반발했음에도 권성민 MBC 예능 PD의 해고가 지난달 30일 확정되었다.

해고에 앞서 KBS PD협회는 지난달 27일, 성명서를 통해 "권 PD의 해고는 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또 한 번의 폭거"라며 "말할 자유를, 풍자할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고 했다. 또 "언론이 언론다울 길을 스스로 부정하지 말라, 권성민 PD의 해고 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언론 단체의 반발은 당연하지만, 타 방송사의 직능 단체가 타 언론사 경영진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게 특이해 보였다. 그 이유를 듣고자, 지난 2일 KBS PD협회 사무실에서 안주식 협회장을 만났다.

다음은 안 협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경쟁사지만, 언론사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

안주식 KBS PD협회
 안주식 KBS PD협회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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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30일, MBC 권성민 PD 해고가 재심에서도 확정되었어요. 어떻게 보셨어요?
"KBS PD협회장이라는 자리 때문이 아니라 같은 PD로서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만평을 그렸다고 해고되는 건 사상 초유의 일이죠. 저희도 MBC 내부 사정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심각할 줄은 전혀 몰랐죠. 사실 좀 놀랐어요. 상식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경쟁사지만, 언론사로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봅니다."

- MBC 측은 권 PD가 MBC 명예를 훼손했다고 하던데.
"KBS도 '케빙신'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죠. 연장 선상에서 MBC를 '엠빙신'이라고 했다는 건데.... '케빙신'이나 '엠빙신'은 MB 정부 이후에 정부가 KBS나 MBC 보도에 간섭했고, 시청자들이 그것을 느껴서 했던 표현에서 나온 말입니다. 어찌 보면 시청자들이 두 방송사에 대해 굉장히 실망해서 표현한 말이라고 봅니다.

저희들이 '케빙신'이나 '엠빙신'으로 불릴 때는 그 단어 자체에 대해 화를 낼 것이 아니라 어떤 맥락에서 사람들이 쓰게 됐는지 반성해야죠. 권 PD가 그 용어를 쓴 것도 MBC가 반성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거예요. 그런데 MBC 사측은 '엠빙신'이란 말만 떼어서 '이건 자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란 식으로 단죄했습니다.

이건 언론사의 경영진으로서 기본적인 소양도 안 됐다고 봐요. 그런 과정에서 쓰이는 비속어는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합니다. 그런데 자사 직원이 개인 블로그나 SNS에 그런 표현을 썼다고 해서 자사를 명예훼손했다는 논리는 있을 수 없는 논리죠."

- MBC 측은 개인 SNS지만, 공개되어 대중이 볼 수 있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SNS 성격에 대해서도 MBC 경영진은 잘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블로그나 SNS 글들은 자기 심정을 솔직히 적어놓는 글이죠. 사적인 속성이 있어요. 이건 회사에 대한 공식적인 성명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회사 직원으로서 공식적 의사 표현을 SNS를 통해 한 것도 아니에요.

얼마 전에 MBC가 소셜미디어에서 의견 표명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도입했다고 들었어요. 이건 굉장한 악법입니다. 그럼, 방송사 직원들이 SNS에서마저도 회사를 비판할 수 없죠. 이런 건 있을 수 없는 규제 장치입니다. 이를 빌미로 징계하는 것은 굉장히 자기 모순이죠. 저는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분노해요."

- 권 PD 해고에 KBS 새노조와 PD협회가 나서서 성명서로 MBC 경영진을 규탄한 이유가 있나요?
"KBS PD협회라서 성명서를 쓴 것은 아니고 언론단체라면 거의 모두가 권 PD 해고에 분노하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비상식적인 조치였으니까, 성명서를 쓸 수밖에 없었죠. 특히 PD협회는 같은 동료 PD라서 더 애틋한 마음이 있죠. 저희는 이 사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연대활동을 통해서라도 저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찾아서 권 PD의 복직투쟁에 힘을 쏟을 생각입니다."

- 모든 언론단체가 분노하는 상황이라고 하셨는데, 타 방송사의 직능단체는 어떤 상황인가요? 
"MBC와 KBS는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례적입니다. 경쟁사 PD가 해고당했는데 왜 KBS PD 협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경쟁은 프로그램으로만 합니다. 이처럼 보편적인 언론의 자유, PD로서 비상식적인 탄압에 관해서는 MBC가 아니라 어느 회사라도 묵과할 수 없습니다."

- KBS PD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언론이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또 한 번의 폭거"라고 말했는데, '언론사의 자기부정'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언론사 원래 책무가 시청자의 마음을 다스리고 시청자들이 가진 비판을 보여주는 것이죠. 또 그게 시청자의 권익을 옹호해 주는 거잖아요. 그걸 하기 위해 저희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언론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하고, 자본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부터 독립하는 거죠.

저희는 언론 존재 자체가 언론 자유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더구나 MBC나 KBS는 공영방송입니다. 공영방송은 다른 언론사보다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우리나라 재벌 기업에서 자사를 비판해서 어느 직원이 해고됐다면 가장 먼저 그 사건을 다루고, 해고자의 입장에서 보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게 공영방송 언론이죠. 그런데 이런 일이 자사에서 벌어졌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이죠. 이거야말로 최근 일어난 일 중 가장 말이 안 되는 비상식적인 일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희들이 '언론사의 자기부정'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권성민PD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MBC
 권성민PD 해고의 부당함을 알리는 MBC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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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해고 폭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요. 이미 지난 2012년 해고자들 전원이 법원에서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았음에도 또다시 해고를 단행한 이유를 뭐라고 보세요?
"KBS를 비춰서 추측하면 MBC도 정치권에서 보낸 낙하산 인사로 경영진이 채워졌고, 본부장 등 중간 간부까지 정치권에 눈치를 보는 인사로 채워졌을 겁니다. KBS도 세월호 관련해서 정치권을 비판하는 어떤 보도도 하지 않아서 내부에서 큰 반발이 있었죠. 이런 문제는 이명박 정부 이후 KBS와 MBC에서 다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MBC의 친 정부적인 낙하산 인사들이 KBS 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게 있어요. 바로 노조와 친 정부적이지 않은 언론인을 탄압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과도한 징계를 해 왔거든요. 해고나 정직 등이 남발되었죠. 제가 보기엔 MBC 경영진이 정치권으로부터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나도 권성민 PD다'와 같은 이벤트 운동할 생각"

- 현재 외부에서는 크게 반발이 있지만, 정작 MBC 내부는 조용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심정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마치, 일제 치하 같은 거죠. 3·1운동이 끝나고 문화 통치 기간으로 가면 일시적으로 저항이 무기력화되는 시기가 있잖아요. 뭐냐하면 너무 오랫동안 징계가 남발되어 탄압을 받으면 스스로 무기력해져서 '이렇게 해도 안 되고 저렇게 해도 안 되는구나'라고 느껴질 시기가 있잖아요.

MBC는 과도한 징계나 노조에 대한 탄압 그리고 일상적으로 직원들을 감시하는 체제로 7년이 지났어요. 그러다 보니 MBC 구성원들이 외부에서 보기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움츠러든 것이라고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제가 MBC PD협회와 대화하는 데서 들은 바로는 잠시 그럴 뿐이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계기가 생기면 더 적극적으로 싸워나갈 것으로 생각해요. 내부에서도 부글거리니까 이대로 굴복하고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보기엔 시간이 문제인 것 같아요."

-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했던데,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다양한 투쟁 방법을 논의하는 중입니다. 일단 지난 운영위원회에서는 SNS를 적극 활용해서 '나도 권성민 PD다'와 같은 이벤트 운동을 할 생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서명이나 성명서 등 기존에 했던 투쟁은 계속할 것이고요. 또한, 권 PD의 해고 사유가 웃기잖아요. 그걸 역으로 조롱하는 재밌는 투쟁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저희도 MBC 경영진을 조롱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 혹시 KBS에서 이걸 문제 삼지는 않을까요?
"KBS 경영진이 막는다면 저희는 묵과할 수 없죠. 제가 볼 땐 언론인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자는 것일 뿐인데, 이것을 막는다면 언론사의 자기 부정입니다. KBS 경영진이 막을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KBS 경영진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는데 이후에 문제로 삼으면 저희는 이에 맞서 싸울 겁니다."

- 다행히 KBS는 해고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뉴스를 보면 MBC나 별다를 게 없거든요.
"물론 그렇죠. 시청자들이 보기엔 정권에 대해 해야 할 말을 못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겁니다. 저도 동감해요. KBS는 징계나 해고 등의 탄압이 없을 뿐이지 본질에서는 정부 여당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정부 여당은 계속해서 일선 PD와 기자들의 보도 독립이나 프로그램 자율성에 침해하고 있어요. 저희는 이 부분을 공정방송 위원회, TV위원회 등 KBS 안에 있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이런 노력이 아직은 가시화가 되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피부로 느낄 만큼 프로그램이 개선되지 않았죠. 뼈아픈 비판이라 생각하고 계속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 MB 정부가 방송장악을 시작한 후, 벌써 7년입니다.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언론자유를 포기하고 시대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언론인이 느는데, 언론자유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시대에 순응하는 언론인이 늘어간다는 이미지가 많은 것은 반성할 점입니다. 굉장히 뼈아픈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언론인 대부분은 언론 자유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는 부분은 기대만큼 적극적으로 못 싸우느냐는 채찍질 같은 비판이라 봅니다. 저희도 목표는 똑같죠. MBC 경영진처럼 비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에게 당당히 틀렸다고 선을 긋고 선명하게 싸워서 이겨야 할 것입니다.

한 마디만 더 붙이면 KBS는 새로운 시사프로그램을 론칭하려고 준비하고 있고 보도도 조금씩 바꿔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직, 시청자들이 체감하기는 아직 어렵지만요. 여전히 KBS 내부에선 조금을 얻어내기가 어려워요. 하지만 아주 조금씩 얻어내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 하겠지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 언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권성민, #안주식, #KBS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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