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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아픈 면을 MBC에서 보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까워요."
 "우리 사회 아픈 면을 MBC에서 보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까워요."
ⓒ 시사I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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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면서도 허탈했어요. 당연히 무죄인데... 시간이 많이 걸렸잖아요. 일도 못하고 끌려다녀서 슬펐어요."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살인사건' 의혹 제기 보도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함께 기소된 항소심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의 느낌을 이렇게 전했다.

주진우 기자와 김어준 총수는 지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동생 박지만씨가 5촌 관계인 박용수, 박용철 사망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에 박지만씨는 이들에 대해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소송을 냈다. 지난 1월 16일 2심 공판에서 이 두 언론인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관련 기사 : 김어준·주진우 무죄... "표현의 자유 막을 수 없다").

주 기자는 지난 1월 신간 <주기자의 사법활극>을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상위권에 랭크됐다. 주 기자는 자신을 '최고의 몸값 기자'로 소개한다. 월급이 높아서가 아니라, 소송액이 높아서다.

2002년부터 현재까지 100여 건에 달하는 소송을 치르며 느낀 점과, 소송에 대처하는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함께 2심 판결, 그리고 방송인 김제동씨와 시작한 '애국소년단'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2일 서울 중구 <시사IN> 사무실을 찾았다. 다음은 주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유치장 안에서 출간 결심"

<주기자의 사법활극>
 <주기자의 사법활극>
ⓒ 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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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자의 사법활극>을 출간한 지 약 3주가 됐어요. 반응은 어때요?
"지금 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지만 아직 배가 고파요(웃음). 베스트셀러 1위로 가고 싶은데, 이명박 전 '가카'께서 회고록을 냈기 때문에 어려울 수도 있어요. 기분이 상당히 언짢아요. 그 분에게도 이 책이 필요하거든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법을 어긴 게 너무 많아서 사법 처리가 돼야 하기 때문에 '가카'가 제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 2심 판결 전에 유죄가 나올 우려도 많이 나왔는데, 주 기자는 어떻게 예상하셨어요?
"저는 죄가 없어요. 사실만 썼거든요. 때문에 무죄에 확신이 있었지만 권력엔 한없이 관대하고 반대편엔 한없이 가혹한 시대라 감옥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판결이 났을 때는 기쁘면서도 허탈했어요. 당연히 무죄인데... 시간이 많이 걸렸잖아요. 일도 못하고 끌려다녀서 슬펐어요."

-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살인 사건' 보도에 대해 간략한 설명 부탁드려요.
"박 대통령의 5촌 간에 한 명이 살해되고, 다른 5촌이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어요. 경찰의 발표는 그렇지만, 사실은 박 대통령 주변 사람이라는 이유로 조사를 제대로 안 했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제가 정리했어요. 이 사건에 박지만씨와 박근혜씨가 뒤에 있다는 이유로 살인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지 않아서 의혹이 너무 많고,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남겼죠."

-  책에 보면 박근혜 대통령 5촌 조카 살인 사건 소송으로 영장 실질 심사를 받고 유치장에 들어갔다가 거기서 출간을 결심한 것으로 나오던데.
"영장 실질 심사를 받는 날 수갑을 차고 유치장에 갔어요. 거기에 같이 끌려온 사람들이 있었어요. 제가 그들에게 법률 상담을 해줬어요. '아 이 사람들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인데 하나도 모르는 구나'라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어요."

- 어느 정도였나요?
"영장 실질 심사를 받고 유치장에 들어왔으면 구속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황인데도 아무것도 모르더라고요. 다 처음 겪기 때문에 잘 모르죠. 그래서 일반인들이 얼마나 법에 무지하고, 검사의 칼에 얼마나 무방비로 당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어느 정도 법에 대한 지식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 스스로 소송 전문 기자라고 소개할 정도로 지금까지 100여 건의 소송을 당한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젠 소송에 걸리지 않는 기사를 쓰고 싶기도 할 것 같은데.
"저는 기자 하는 동안엔 소송 걸릴 기사만 쓰려고요. 현재 준비하는 기사도 소송 걸릴 확률이 100%예요."

- 준비 중인 기사, 짧게라도 말씀 부탁드려도 될까요?
"비자금 사건과 국정원 사건을 준비 중입니다."

- 소송 걸릴 기사만 쓴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소송은 괴로운 일이죠. 다들 피하려고만 합니다. 그래서 나는 기자 하는 동안에는 피하지 않으려고 다짐하죠. 어려워요."

"나는 기자... 사실 전하고 고발하는 게 내 일"

주진우 사사in 기자와 이영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인터뷰룰 진행하고 있다.
 주진우 사사in 기자와 이영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인터뷰룰 진행하고 있다.
ⓒ 시사IN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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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치지 않나요?
"전 괜찮아요. 기자잖아요. 하는 일이 사실을 전하는 거고, 고발하는 거예요."

- 기자에게 소송은 따라 다니는 거죠. 웃으며 말씀 하시지만 소송장이 올 때마다 심적 스트레스는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많죠. 그럴 때면 혼자서 가만히 시나 연애 소설을 읽어요."

- 많은 소송 가운데 기억에 남는 소송이 있다면요?
"사이비 종교 집단과 소송을 많이 했어요. 순복음 교회 보도 땐 신도들이 와서 협박도 했고, BBK 검사 10명이 저를 소송한 적도 있고, 비리 저축은행 오너와 SBS사장 또 박근혜 대통령도 저를 고소했고... 박지만씨도 (저를) 6번 고소했어요."

- 지금 언론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언론인이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사람들이 많아요. 현재 언론은 정치 권력 하부 구조에서 선전·선동 등 친위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요. 물론 뜻이 있는 언론인도 있지만, 많이 얼어 죽었고 많은 대형 언론사는 정권을 위해 부역한다고 생각해요."

- 박 대통령 5촌 조카 살인 사건 관련 보도 소송에서 주 기자는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같은 내용을 보도한<서울의 소리> 백은종 편집장은 유죄 판결을 받았는데.
"그걸 제가 취재했죠. 제걸 거의 읽으셨다고 했는데, 법적인 부분은 약간 다를 수 있어요. 그리고 백 편집장과 저의 공소 사실이 똑같지는 않아요. 같은 사안을 다르게 다뤘을 거예요. 제가 무죄를 받아서 백 편집장도 죄가 줄었어요."

-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보수 언론들은 침묵했죠. 이 같은 보수 언론들, 어떻게 보세요?
"<뉴욕타임스>, <르몽드>, <교토통신>등 세계 유수의 언론은 다 보도했죠. 우리 언론 대부분은 침묵했는데, 전 이들을 언론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조중동'을 언론사라 칭하는 일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고,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안타까워요. 1심 땐 감성 판결이라고 떠들었잖아요. 이런 사람들을 같은 언론인이라고 칭하고 싶지도 않아요. 우리 언론은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지 않고, 무슨 사안이 있으면 자기 사주에게 유리한 대로 정리해서 보여주는 데 특출한 기술이 있죠."

- 이번 재판을 국내는 물론 세계 언론계에서도 주목했는데, 그 이유가 있을까요?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는 소송 전문기자"

인터뷰 중인 주진우 기자.
 인터뷰 중인 주진우 기자.
ⓒ 시사IN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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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성민 MBC PD 해고와 관련해서 "MBC는 진정 '엠빙신'이 되려 하는가"라고 비판했잖아요. 그럼에도 권 PD는 해고가 확정됐는데.
"MBC는 좋은 언론사였어요. 그래서 MB 정부에서 망가뜨리려고 노력했고. 좋은 기자들은 현업에 없고, 창고를 지키게 하거나 지방에서 다른 기록을 하게 하거나, 해고를 했는데 같은 언론인으로서 훌륭한 기자나 PD들이 언론 현장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게 안타깝죠.

권력에 부역하는 MBC 언론인들을 보면서 참담함을 느껴요. 우리 사회 아픈 면을 MBC를 통해 보는 것 같아 굉장히 안타까워요. 권 PD는 성실하고 능력 있는 친구거든요. 열정도 많아요. 그러나 이런 친구를 방송사에서 원치 않죠.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예요. 능력과 상관없이 윗사람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범죄일지라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만 원하잖아요."

- 일부에선 MBC 구성원들이 침묵하는 것에 대해 '해고를 감수하고라도 할 말은 해야 하지 않냐'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거기 있다면 경영진 멱살을 잡고 했겠지만, 누구에게 희생을 감수하라고 말할 자격이 제겐 없어요. 동료들이 연대의식을 갖고 옆에 서 주고, 더 힘을 줬으면 하는 게 제 생각이에요."

- 최근 김제동씨와 '애국소년단' 방송을 시작했는데 반응은 어때요?
"반응이 뜨거워서 조금 식히려고 해요. 저희는 큰 재미나 큰 이슈를 다루려고 하진 않아요. 제가 특종이 있더라도 여기서 내진 않을 거예요. 둘이 세상 사는 얘기를 하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따뜻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힐 생각이에요."

-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아직 초반이라 재밌는 에피소드는 없지만 둘이 카페에서 수다를 떨면 재밌어요. 그걸 방송으로 들려주자고 얘기를 하는데, 방송만 들어가면 재미 없어서 심각하게 고민 중이에요. "

- '애국소년단'의 가제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인 것으로 아는데 '애국'을 애국이라고 말해야만 하는 사회가 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게 저희가 '애국소년단'을 하게 된 계기예요. 저희는 공산당이 싫거든요. 그리고 북한이 싫어서, (북한에) 가서 사는 건, 또 물론 가는 것도 싫어요. 가면 맛있는 것도 없고 예쁜 누나들도 없어요. 재밌는 것도 없어서 불편하죠. 저희는 MB나 박 대통령이 잘 못하니까 잘 못 한다고 해요. 근데 그걸 무조건 '빨갱이'라고 하고 애국심을 증명하라고 하는 것 자체가 폭력이죠. 애국을 말하는 사람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출세를 위해 애국을 말하죠. 때문에 그런 사람들보다 저희가 애국자예요."

- 예쁜 누나를 찾는 것 보면 역시 '누나' 전문 기자네요(웃음).
"누나 전문이란 건 김어준 총수가 만든 말이고, 전 소송 전문이에요. 바로 잡아주세요(웃음). 전 누나와 거리가 멀어요."

- <나는 꼼수다> 시즌2를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데 계획이 있나요?
"아직은 없어요."

- "아직은"이라면 나중엔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요?
"그건 아니고… 지난 대선으로 끝났죠. <나꼼수>가 인기 있는 건 언론이 건강하지 않다는 증거잖아요. 바람직하지 않고, 슬픈 일이에요. 그래서 <나꼼수>가 돌아오지 않도록 언론이 바로 서길 바라죠."

- 지금 그때와 다를 게 없는데.
"다를 게 없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져 걱정입니다. 기도해야죠. 언론인으로서 노력해서 사실을 전달하고, 권력을 비판하는 언론의 기능이 돌아오도록 노력해야죠."

-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책을 많이 사주시면 제가 좋은 기사 쓰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특별히 이명박 '가카'에게 지고 싶지 않은데, 그쪽은 돈이 많아서 사재기 할 가능성 커요. 독자들이 도와주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주진우, #주기자의 사법활극, #박근혜 대통령 5촌 살인사건, #박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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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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