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에서 효정을 연기하는 김민주

▲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에서 효정을 연기하는 김민주 ⓒ 벨라뮤즈


그동안 뮤지컬은 숱하게 관람했지만 무대가 야구장인 작품은 처음인 것 같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야구인 김건덕과 이승엽을 소재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김건덕과 이승엽은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 한국에게 우승을 안긴 야구 천재. 두 사람은 프로 구단의 제의를 마다하고 대학교에 진학하려고 했지만, 결국 이승엽은 대학 진학이 아닌 프로 무대로 진출한다. 두 사람의 우정에 앙금이 생기기 시작한 것일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김건덕이 짝사랑하던 친구 효정을 연기하는 김민주 배우의 입을 통해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다.

- 건덕과 승엽이 프로야구로 직행하지 않고 대학에 진학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스카우트된 본인만 프로 무대로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건덕과 승엽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들이 대학교에 진학하면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야구 동기를 함께 대학 야구에 진출시킬 수 있었다. 동기들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려고 한다."

- 그럼에도 건덕과 승엽은 진학하려고 마음 먹은 대학교에 떨어지려고 한다. 아이러니하다.
"운동선수가 대학교에 스카우트되면 한 학기 정도 미리 대학교에 적응할 수 있는 '사자승'이라는 제도가 있다. 본격적으로 입학하기 전인 사자승 기간 동안 대학 선배들과 합숙하며 지낼 수 있다. 그런데 선배들이 이 기간 동안 건덕과 승엽을 너무 힘들게 만들었다. 동기들과 같이 학교를 가고 싶어 했지만 대학 선배들의 기강이 너무 세서 일부러 대학교를 떨어지려고 마음먹는다."

- 하지만 계획과는 달리 승엽은 프로 무대로 진출하고 건덕은 대학교에 남는다. 두 사람의 행보가 엇갈린다.
"두 사람은 수능을 일부러 망치려고 한다. 수능이 200점 만점이라고 할 때 40점 이하의 점수를 받으면 체육특기자 합격이 취소된다. 승엽은 인문계라 수능 성적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건덕은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는 일부러 성적을 떨어뜨린다는 게 가능하지 않았다. 건덕은 원하지 않게 대학교에 울며 겨자 먹기로 갈 수밖에 없었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에서 효정을 연기하는 김민주

▲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에서 효정을 연기하는 김민주 ⓒ 벨라뮤즈


- 효정은 무슨 역할인가.
"승엽과는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 사이다. 승엽이네 고등학교 야구부 매니저다. 메이저리그에서 스카우터를 꿈꾸는 쾌활한 여학생이다. 건덕이는 이런 효정이를 짝사랑한다. 효정을 통해 사랑과 우정 사이의 애매함을 표현하고 싶다. 건덕은 효정을 첫 눈에 보고는 반해서 짝사랑의 노래를 부른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건덕이에게 따뜻한 친구로 남아주고, 망가져가는 건덕이를 놓지 않으려고 붙잡는 친구이기도 하다."

- 야구를 소재로 한 뮤지컬이다 보니 공 던지는 장면도 있을 텐데.
"김건덕을 연기하는 배우가 공을 던지는 장면이 많다. 건덕은 실존 인물이다. 지금 부산에서 고등학교 감독을 맡고 있다. 며칠 전 연습실에 오셔서 배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배우들을 만난 자리에서 투구 폼을 알려주었다. 김건덕을 연기하는 안재영 배우는 사비를 들여 야구 폼을 배우러 다녔다."

- 불교 뮤지컬 <쌍화별곡>을 공연하기 위해 중국 여러 지역을 다녀왔다.
"불교와 관련된 중국 내 유력 인사들이 많이 관람했다. 중국을 돌며 네 지역에서 공연했다. 광저우에서 공연할 때는 백 년이 넘은 극장에서 공연했다. 극장 바닥이 마루인데 오래 된 극장이다 보니 바닥이 거칠었다. 배우가 턴을 돌 때 발바닥에 가시가 박히지 않도록 신발을 바꿔 신어가며 공연했다. 반면 심천에서 공연할 때에는 최신 극장이었다."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에서 효정을 연기하는 김민주

▲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에서 효정을 연기하는 김민주 ⓒ 박정환


- 미국 대통령의 암살을 다루는 <어쌔신>을 공연할 때에는 대선 시기와 맞물려 타이밍이 적절했다.
"대선 시기에 공연을 해서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가졌다. 누가 대통령이 될 지 배우들도 관심이 많았다. 대선 날에도 공연을 했다. 배우들이 무대에 오르지 않는 타이밍에는 분장실에 들어올 때마다 휴대폰으로 대선 집계 결과를 실시간으로 확인해가며 공연했다."

- <헤이, 자나!> 공연할 때는 코엑스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관객 동원에 지장을 초래해서 조기 폐막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고정 팬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매일 뮤지컬을 찾아주는 관객이 몇 십 명씩 생기기 시작했다. 폐막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빨랐다는 걸 배우들은 알았지만 관객은 모르고 있었다. 조기 폐막이 결정되었을 때 배우들은 통곡하며 울었다.

관객은 조기 폐막한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신기하게도 공연 폐막이 다가올수록 기립 박수를 하는 관객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폐막할 때는 배우들이 마지막 공연을 한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지막 공연을 해야만 했다. 마지막 공연을 할 때에는 뮤지컬을 사랑한 고정 팬이 울기 시작했다. 그분들을 보며 배우도 함께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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