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구단 어디로 가야 하나? K리그 시민구단들은 적극적인 지역사회 공헌활동으로 시민들의 참여와 사랑을 이끌어내야 한다. 사진은 시민구단인 성남FC와 인천UTD와의 경기 장면이다.

▲ 시민구단 어디로 가야 하나? K리그 시민구단들은 적극적인 지역사회 공헌활동으로 시민들의 참여와 사랑을 이끌어내야 한다. 사진은 시민구단인 성남FC와 인천UTD와의 경기 장면이다. ⓒ 권영헌


시도민구단(아래 시민구단). 전적으로 구단이 속한 연고지 시민들의 힘에 의해 운영되는 구단으로 시민들에게 공개 주식매매 등으로 자금을 모아 창단했다. 모기업에서 전적으로 운영비를 지원받는 기업구단과는 다른 개념이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대표적인 시민구단이 스페인의 FC 바르셀로나다. 유럽과 일본 등의 프로축구 리그에 대체로 많고, 우리나라에도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 개최 이후 지자체들이 앞다퉈 시민구단을 창단하게 됐다.

2002년 월드컵 이후 '축구의 저변확대에 기여한다는 점'과 '지자체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일부 '지자체장의 개인 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정치적인 요인으로 악용하는 사례까지 더해져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정치적으로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

현재 K리그 전체에는 10개의 시민구단이 있고, 1부 리그 격인 K리그 클래식에는 2014시즌을 앞두고 성남 일화에서 성남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성남 FC를 비롯해 인천UTD와 대전 시티즌(2015 승격), 광주 FC(2015 승격)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민구단은 시민들의 뜻에 의해, 시민들의 힘으로 운영이 되어야 하는 구단이다. 그러나 여러 외부요인들로 인해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변질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시민구단의 운영자금은 연고지 기업에 광고를 유치하거나, 입장료 수입, 중계수입, 용품판매, 선수 이적료 수입 등으로 이뤄지게 된다. K리그 클래식팀의 1년 운영자금이 적게는 100억 원 내외에서 많게는 300억 원 이상 사용하는 구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현재 우리나라 시민구단들은 운영비를 자체적으로 조달하지 못하고 대부분을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와 공무원들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바뀌게 되면 제일 먼저 구단 사장과 감독이 교체대상 1순위가 되기 다반사다. 선거캠프에서 공을 세운 이른바 '선거공신'들이 구단에 직원으로 입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이렇게 되다 보니 흑자를 냈던 구단이라 할지라도 구단 운영 방침의 연속성이 없어지게 되고, 이른바 '낙하산 사장'은 지자체장의 눈치를 보는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덩달아 재정적 자립도 요원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구단이 활성화되어 있는 유럽의 경우, 지자체는 지역 내 인프라(시설과 행정적인 업무)를 구축하는 정도 외에는 구단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축구에 대한 인식과 인기가 높고, 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계료, 스폰서 수익, 선수들의 이적료, 유니폼이나 마케팅 수익 등으로 재정적으로 안정된 유럽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시민구단들에게는 먼 하늘의 별나라 이야기로 밖에 들릴 수밖에 없다.

지역 밀착과 정치적 독립, 일본을 벤치마킹하라

 시민구단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일본 쇼난 벨마레와 반포레 고후의 로고. 시민구단의 정치적 독립과 지역밀착형 운영은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시민구단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일본 쇼난 벨마레와 반포레 고후의 로고. 시민구단의 정치적 독립과 지역밀착형 운영은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이다. ⓒ 쇼난 벨마레·반포레 고후


우리나라 시민구단들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눈여겨 볼 시민구단의 성공사례는, 시민구단의 태동형태와 모델이 비슷한 일본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J리그는 1991년부터 일본축구 부흥이라는 대명제 아래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이 대거 창단됐다. 이 과정에서 시민구단의 창단은 주로 지자체에서 주도하는 등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J리그 시민구단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시민구단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똑같이 경험했다.

일본 대공황으로 시민구단을 운영하던 지자체들이 지원을 철회했다.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구단들은 선수수급은 물론 구단 운영비조차 제대로 조달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J리그의 어려움 속에서도 재정적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구단운영을 흑자로 전환한 예시가 있다. '쇼난 벨마레'와 '반포레 고후'이다. 이 모범 사례는 우리나라의 시민구단들이 나갈 길을 조금은 알려주고 있다.

위 두 구단의 공통점이자 특징은 현재 J리그의 1부에서 안정적으로 활약을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역 밀착에 성공한 구단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시민구단들이 소홀하게 여기고 있는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활발하게 벌여 '반포레 고후'는 450여 개의 스폰서를 '쇼난 벨마레'는 600여 개의 스폰서를 확보했다. 안정적인 재정을 바탕으로 구단의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성적여부에 따라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큰 스폰서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부담을 감수하고 높은 이적료를 주고 선수를 데려와야 한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적다.

그러나 이들 구단은 지역의 작은 세탁소, 사우나, 헬스클럽 등 지역주민들의 작은 점포들이 스폰서를 이루고 있다. 성적여부에 따라 지원을 철회하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구단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경기가 있는 날은 각 점포에 구단 깃발을 걸어놓고 경기장을 찾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등 구단에 대한 애착도 높다. 이런 현상은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한 구단의 노력이 지역 주민들의 지원으로 나타난 것이다. 구단에서도 지역사회 공헌활동과 영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쇼난 벨마레 같은 경우, 선수가 이적해서 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지역의 요양시설과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한다. 선수들과 직원들의 적극적인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위 두 팀의 사례와 같이 지역밀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우리나라 시민구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른바 지자체장 입김에서 벗어나는 정치적 독립이다.

구단이 지역사회 공헌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재정적인 안정을 이뤄냈다 하더라도 부족하다. 구단주로 있던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측근들의 낙하산 인사로 구단운영의 연속성보다 지자체장의 의중에 초점을 맞추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시민구단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자체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이 필수적이다. 안정적인 구단운영을 위해 재정적인 안정과 지자체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이 함께 이뤄질 때 시민구단이 비로서 정상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는다. 일본 J리그에서도 시민구단이 안정적인 구단운영을 하게 된 것도 10여 년간의 노력을 통해서다. 그만큼 구단직원들과 선수들이 지역사회에 스며들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 필요 하다는 것이다.

시민구단도 일종의 기업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철저히 수익을 내야한다. 시민들의 세금을 지원받는 만큼 시민구단의 직원들과 선수들은 월급만 받으면 끝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시민들의 세금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다.

구단 직원들은 지역밀착형 사업모델 발굴 등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선수들은 성실한 플레이를 보여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재정적인 안정은 물론 정치적 독립을 이루게 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사랑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성남시 성남FC 이재명 시민구단 K리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