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tvN <미생>의 한 장면. 상사 성준식(태인호 분)이 거래처 직원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음을 알게 된 한석율(변요한 분)은 이를 고발할 수 있는 증거물을 놓고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결국 그는 그 증거물을 없애버린다. 이를 두고 배우 변요한은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이었던 만큼 사랑을 줄 줄 아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 말처럼 드라마 <미생> 속 한석율은 상대방의 처지를 돌아볼 줄 아는, 그러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남다른 의리를 갖춘 사람이었다. 변요한의 생각도 같았다. 한석율은 늘 밝아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그렇다고 '우스운'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컸다"는 그는 "드라마 중후반 '한석율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사람들의 함성 같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한석율에게로 향했던 이 응원의 함성은 갓 서른 문턱에 들어선 이 젊은 배우에게도 좋은 기운이 되고 있다.

"아버지의 반 만큼만이라도 살면, 좋은 배우가 될 것 같다"

[New decade: 새로운 10년] 올해 30대에 접어들었다. 새로 만든 목표 같은 건 있나.
"내 20대는 너무 치열하고 조급했다. 그런데 이젠 좀 더 여유롭게 살고 싶다. 20대엔 남을 좀 더 사랑했다면, 이젠 나를 좀 더 사랑하고도 싶고. 자연인 변요한이 조금 더 온전해지고 성숙해져야 연기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연기만 너무 생각하다간…변요한은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Objective: 목적]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변요한에게 연기란 머리 아프도록 어려운 것이라는 인상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을 하는 목적은 뭔가.
"왜 하나…지금은 모르겠다. 처음엔 희열이 있어서, 재미있어서, 뭐 이런 거였다. 그런데 이젠 연기가 뭐고, 왜 해야 하냐는 질문에 답을 못하는 것 같다. 이거 너무 철든 척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웃음)"

[Parents: 부모님] 아무래도 연기에 입문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아서 고민도 큰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기왕 연기를 할 거면 제대로 하라'고 북돋아준 인물이 아버지라고 알고 있다.
"진짜, 아버지보다 더 훌륭한 아버지가 되고 싶다. 사실 아버지의 반도 못 쫓아갈 것 같지만, 평소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게 '도전'이다. 그 말씀대로 도전하려는 거다. (웃음) 아버지만큼만, 아니 그 반만큼이라도 살면 나는 좋은 배우이자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Question: 의문] 그렇게 치면 낯선 상사맨의 세계에 덜컥 들어선 <미생>도 엄청난 도전이었겠다. 연기하기 전 생긴 궁금증 같은 건 따로 해결할 방법이 있었나.
"우선 실제 상사 사무실에 가서 설명도 듣고, 그 사무실의 공기를 느껴봤다. 그 뒤엔 주변에 무역을 하거나 관련 회사에 다니는 분들에게 전화해서 묻기도 했고. 실제 한석율 같은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 패기 있는 신입사원 한석율에서 현실에 찌들어 가는 한석율이 되는 건 대부분 그렇다고. (웃음)

그 뒤에 커피숍에 앉아 있다가 회사원들이 말하는 것 같으면 그쪽에 귀를 더 세웠다. '저 사람은 오 차장님(이성민 분) 같다' '저 사람은 한석율이네'라면서 역할을 대입해 본 거지. 촬영하는 중에도 서로서로 회사 내 직급으로 부르면서 일했다. '선배님'이 아니고, '전무님' '차장님' '부장님' 이러면서. '회사원 코스프레'는 아니고 싶었거든."


  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막간을 이용해 팬들이 보내 준 질문을 물었다. Q. 양념치킨과 후라이드치킨 중 고르라면? A. 반반! Q. 탕수육은 소스를 부어 먹나요, 찍어 먹나요? A. 찍어 먹습니다. Q. 왜 주량을 비밀로 했나요? A. 취한 적이 없으니까요. (웃음) Q. 요즘 노래방에선 어떤 노래를 주로 부르나요? A. '이승열- 날아'(미생 OST)요. ⓒ 이정민


[Reverse: 반전시키다] '마음속으로는 반전을 꿈꾸고 있다'고 말한 과거 인터뷰를 봤다. 어떤 역할을 하고 싶기에 그런 말을 한 건가.
"그냥 뭐, 퇴폐적이기도 하고…. 농담이다. (웃음) 사실 내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반전이다. 이 안에서 많은 걸 하고 있잖나. 장르나 역할이 딱 정해진 건 아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Synchro: 싱크로] 그렇다면 반대로, 그간 연기했던 인물 중 실제 변요한의 모습과 가장 싱크로율이 높았던 건 무엇이었나.
"다 베이스(기반)는 비슷했다. 물론 <들개>에서 사람을 죽이는 그런 부분은 아니고! <목격자들의 밤>에서는 너무 겁쟁이였고. 굳이 꼽자면 <리타르단도>(2012)? 지금은 아닌데 그 당시 내 모습과는 비슷했던 것 같다."

[Talent: 재능] 처음 연기를 하게 된 게 아버지 친구의 '연기를 하면 브랜드 옷을 사 주겠다'는 권유 때문이라고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분은 변요한의 재능을 알아보셨던 걸까.
"글쎄. 그냥 '연기해 볼래?'라고 말씀해주신 것 자체가 신기했던 것 같다. '나에게 왜?'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또 브랜드 옷을 사 주신다니까…. (웃음) 그렇게 말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던 그 어린 아이는 연습하고 무대에 섰을 때 희열을 느끼게 됐고. 결국 셋 다 얻은 셈이다. (말을 더듬는다는) 단점을 극복했고, (무대에 선다는) 재미도 알았고, 옷까지 얻었다. 감사한 일이다."

"인기에 연연하기보다 내 본업에 최선 다하고 싶다"

[Unique: 독특한] 봉준호 감독이 한 말이 있다. '선과 악, 반항과 순응이 묘하게 교차된 얼굴'이라고. <미생> 식으로 묻겠다. 자신의 그 차별점을 앞으로 어떻게 팔아 볼 셈인가. (웃음)
"나는 딜(거래)을 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웃음)"

[Vision: 목표] 항상 목표로 꼽는 '대중에게 필요한 배우'란 어떤 뜻인가.
"내가 잘 해내서 대중이 내 연기를 봤을 때 감동하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찾게 되고 연기해 주길 원하는, 그런 게 '필요한 배우'라는 뜻이 아닌가 싶다. (연기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앞으로가 더 힘들 것 같다. 지금 이 순간도 생각나겠지. 언론사를 돌면서 인터뷰를 하고….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tvN 드라마 <미생>에서 한석율 역의 배우 변요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팬이 보낸 질문은 "뒤늦게 자신의 길을 택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이었다. 이 말에 변요한은 이렇게 말했다. "조언이라뇨. 감히 어떻게…. (잠시 쉬고) 마음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끝없이." ⓒ 이정민


[Wig: 가발] <미생> 속 한석율이 단발을 포기하는 순간은 현실에 지칠 대로 지친 그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그 지점을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한석율의 아이덴티티인 가발이 사라지는 순간 내가 돌아왔던 것 같다. 그만큼 15부까지 한석율의 기운으로 살아 왔는데, 머리를 자르고 연기를 하려니 어려울 것 같기도 했다. 머리를 자르면서도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촬영하면서도 굉장히 암울했다. 아무것도 보고 듣고 싶지 않은, 스스로의 에너지에 갇혀 버린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공장 아저씨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예전 3~4회 때의 한석율이 스쳐 지나가면서 눈물이 나더라. 현장을 사랑했던 마음이나 열정을 어느새 잃어간다는 생각이 어느 정도 쌓여 있었던 것 같다."

[X: 미지수] 앞으로가 미지수인 게 배우의 길이다. 확신은 있나.
"예전에 그래서 잠깐 연기하는 걸 멈춘 적이 있다. 어느 순간 작품을 위해 연기해야 하는데 나를 위해 한다는 게 보이더라. 그게 상처가 됐고, 실망이었다. 누군가는 그럼에도 칭찬해 줬지만 나는 그렇게 연기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다. 초심이 무너졌다는 생각에 잠시 (연기를) 멈췄던 거다. 아직도 확신은 없지만, '늘 깨어 있어야 하고, 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만은 그때와 같다. 인기에 연연하기보다는 맡은 일에, 내 본업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Yokefellow: 함께 일하는 사람, 동료] SNS를 보면 참 친구들이 많더라.
"함께 하는 친구들이 많지는 않지만, 나를 믿어주고 이해하는 친구들이다. 무엇을 기대하지도 않고, 사랑을 주고받는 그런 관계들이지. (웃음)"

[Zelig: 우디 앨런의 1983년작 영화 주인공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자유자재로 변신할 수 있는 사람] 그동안 차분한 역할을 주로 맡아 오다 갑자기 에너지 넘치는 한석율을 만났다. 지금은 스타덤에 올랐을 정도로 결과가 좋지만, 처음 적응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려웠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이 친구가 밝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거였다. 글로만 봐도 시끄럽더라. (웃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내 기운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모든 기운을 한석율에게 갖다 쓴 거지. 이렇게 내가 분석하고 변하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현장에서 감독님이 잡아 주신 것도 많았고 상대 배우들도 나를 그런 인물로 봐줬던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믿고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변요한 미생 들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