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이 어찌 이리 예쁠 수 있을까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 500만 원을 주겠다’는 전단지를 발견한 지소(이레)는 친구 채랑(이지원)과 동생 지석과 함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골몰하게 된다

▲ 도둑질이 어찌 이리 예쁠 수 있을까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 500만 원을 주겠다’는 전단지를 발견한 지소(이레)는 친구 채랑(이지원)과 동생 지석과 함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골몰하게 된다 ⓒ 삼거리픽쳐스


어느 숲속에서 토끼들이 모여서 신세 한탄을 하다 뜻을 모읍니다.

"아, 우리는 왜 이렇게 약한 동물로 태어났을까? 땅에서는 힘센 짐승들이 노리고, 하늘에서는 독수리 같은 날짐승들이 노려 한시도 마음 놓지 못하고 가슴 조이며 살고 있느니 차라리 연못으로 가서 빠져 죽읍시다."

그런데 연못으로 몰려오는 토끼들에 놀란 개구리들이 연못 속으로 풍덩풍덩 뛰어들어 몸을 숨기는 걸 본 토끼들은 자신들보다 더 약한 것이 개구리들인 것을 깨닫고 위로 받으며 다시 숲으로 돌아갔습니다.

관객의 마음을 완벽하게 훔치는 영화

한 편의 그림 같은 이솝 우화로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시작된다. 깜찍한 주인공 지소(이레)의 내레이션과 함께. 하지만 이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불행한 아이는 없다고 보는 지소는 이솝 아저씨가 자신의 상황을 안다면 그런 소리 못할 거라고 투덜거린다.

피자가게를 하며 유복하게 살다가 파산 맞아 아빠도 집도 사라지고, 철없는 엄마 정현(강혜정)과 동생 지석(홍은택)이와 함께 피자배달용 미니 봉고차 안에서 생활하는 지소. 지소의 소원은 그림 같은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멋지게 생일파티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집이 없다.

직접 나서 집을 마련해 보기로 하고 부동산소개소를 기웃거리다 분당 밑의 평당에 있다는 500만 원짜리 전세집을 발견한 지소. 문제는 집값 마련이다. 우연히 '개를 찾아주면 사례금 500만 원을 주겠다'는 전단지를 발견하고서 지소는 친구 채랑(이지원)과 동생 지석과 함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골몰하게 된다. 엄마 직장인 고급 레스토랑 '마르셀'의 노부인(김혜자)이 키우는 강아지 '월리'를 타깃으로 삼아 작전을 완벽하게 짜는데, 도둑질이 어찌 이리 예쁠 수 있을까.

순수한 꼬마도둑들의 생각대로 일이 순탄하게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노부인의 조카로 호시탐탐 숙모 재산을 노리는 레스토랑 실장 수영(이천희)으로 인해 일은 자꾸 꼬이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거기에 폐지 줍는 괴짜 노숙인 대포(최민수)와 피자집 배달원 석구(이홍기)까지 엮여 성인배우들과 아역배우들의 환상적인 조합 속에 웃음꽃과 눈물꽃을 번갈아 피운다. 과연 아이들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의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개만이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완벽하게 훔치는 영화다. 순수한 아이들의 이야기와 따뜻한 감동이 있는 영화. 하지만 그냥 웃기만 하기엔 어린 지소의 몸짓과 마음이 눈물짓게 만드는 성장 영화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 한층 성장한 듯한 지소. 인트로 부분에서의 지소와 엔딩 부분에서의 지소 사이에서 성장판이 한 뼘 자랐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 이 매력적인 영화에 흠뻑 빠졌다고 할 것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완벽하게 살려야 하는 이유

성인배우들과 아역배우들의 환상적인 조합 속에 웃음꽃과 눈물꽃 번갈아 피운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 성인배우들과 아역배우들의 환상적인 조합 속에 웃음꽃과 눈물꽃 번갈아 피운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포스터 ⓒ 삼거리픽쳐스


그런데 이 매력적인 영화가 지금 풍전등화 신세다. 메이저 배급사들의 횡포로 상영관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서다. 어린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고자 연말에 개봉했던 산타 김성호 감독의 꿈은 선물 보따리를 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급기야 배급사 리틀빅픽처스 엄용훈 대표가 지난 14일 영화 상영관 확보를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임 의사까지 밝혔다. 메이저 배급사들이 <국제시장>같은 천만 흥행영화들을 순풍순풍 만들어낼 때 그 그늘에선 관객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하나 자리 잡지 못해 울음 삼키는 한국영화계의 참담한 현실. 어쩌면 영화를 제작한 삼거리픽쳐스와 배급자인 리틀빅픽처스와 대명문화공장 등이 세상의 숱한 갑들에 당하는 이솝 우화의 을 토끼, 아니 다시 그 을에 또 당하는 병 개구리처럼 느껴진다. 이 또한 작금에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는 땅콩회항 못지 않은 갑질이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뜨거운 입소문 열풍에도 불구, 턱없이 적은 상영관으로 관람 기회조차 놓치는 현실 앞에서 마치 우리 사회의 갑질에 분노하듯 많은 이들이 나서 죽어가던 영화를 되살리고 있다. 상영관 확대를 위한 스타들의 자발적 대관 릴레이와 오피니언 리더들의 응원과 더불어 관객들도 대관 릴레이에 동참하고 있다. 오는 2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까지 무료시사회가 열린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살려야 하는 것은 1990년대 후반 영화산업에 재벌기업들이 진출한 이후 굳어진 제작·투자·배급 수직계열화라는 횡포로 왜곡된 한국영화계 현실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CJ엔터테인먼트, CVG, 롯데시네마 같은 메이저 중심의 이 독과점 구조를 혁파시켜야 한국영화의 건강성과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다. 이솝 우화에선 죽으려던 토끼가 자신보다 약한 개구리를 보고 위안 받고 살아났다지만,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한국영화를 참으로 사랑하는 국민들의 뜨거운 열망 그 가슴 속에서 완벽하게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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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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