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원스>에서 걸을 연기하는 박지연

뮤지컬 <원스>에서 걸을 연기하는 박지연 ⓒ 신시컴퍼니


평생 한 번 타기도 힘든 신인상을 연거푸 두 번이나 거머쥔 배우가 있다. 뮤지컬 <원스>에서 '걸'을 연기하는 배우 박지연이다. 이립(而立, 서른 살을 뜻함 -편집자 주)에 다다르기도 전에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박지연은 뮤지컬계에서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각광받고 있는 무서운 신예다.

<원스> 속 걸은 체코 출신 이민자다. 대사를 어눌하게 읊는 이유도, 서툰 영어를 말하는 체코 이민자라는 설정 때문이다. 걸은 언뜻 보면 '썸'만 타는 여자로도 보인다. 남자 주인공 가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가이가 이성으로 다가오는 걸 거부하기에 말이다. 대체 왜 걸은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가이의 마음만 애타게 만들까. 해답은 아래 인터뷰 안에 있다.

- 보통 여자는 활기차거나 재미있는 남자에게 마음이 가기 쉽다. 하지만 걸은 반대로 우울함의 극치를 달리는 가이에게 먼저 다가간다.
"횟집의 물고기로 비유하면, 가이는 수조 안에서 다 죽어가는 물고기다. 하지만 걸은 이제 막 들어온 생기 넘치는 물고기다. 걸은 긍정적인 여자지만, 그 긍정은 슬픔에서 나오는 것이다. 걸이 가이에게 끌린 이유는 가이가 부른 음악 '리브'가 걸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이다. '리브'를 들은 걸이, 가이가 다시 노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다가선 것이다."

- 걸은 가이가 알아듣지 못하게 체코어로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막상 가이가 이성으로 다가올 때에는 가이를 거부한다.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것 아닌가.
"걸에겐 자기를 버리고 떠난 남편이 있다. 그렇다고 남편과 헤어지지도 않았다. 떠나간 남편을 닮은 아이도 있고 가난이라는 무게도 만만치 않다. '너의 손길을 아직도 기억하고...' 라는 곡은 남편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비록 떠난 남편이라고는 해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언제든지 돌아왔으면 하는 걸의 희망이 녹아있다."

 "코드에 대한 이해는 있었지만, 내 인생에 피아노 연주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며 합주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악보를 보고 연습을 시작한 게 아니라 연주하는 손 모양을 외워서 연습했다."

"코드에 대한 이해는 있었지만, 내 인생에 피아노 연주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며 합주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악보를 보고 연습을 시작한 게 아니라 연주하는 손 모양을 외워서 연습했다." ⓒ 신시컴퍼니


- 공연 내내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노래해야 한다. 원래 칠 줄 알았나.
"기타를 칠 줄 안다. 코드에 대한 이해는 있었다. 그런데 내 인생에 피아노 연주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무대에서 피아노를 치며 합주할 수 있다는 게 아직도 신기하다. 악보를 보고 연습을 시작한 게 아니라 연주하는 손 모양을 외워서 연습했다.

<레미제라블>에서 코제트를 연기한 이지수라는 배우와 친하다. 지수가 피아노를 굉장히 잘 친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지수에게 피아노를 배웠는데 도저히 모르겠더라. 지수가 피아노 치는 걸 위에서 찍고 피아노 치는 손을 보고 외우기 시작했다. 오디션 타이밍이 <고스트> 공연할 때라 밤 새워 연습하고 오디션을 본 다음 <고스트>를 공연하기도 했다."

- 유명한 곡인 '폴링 슬로울리'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노래다. 영어 가사와 100% 의미가 통할 수는 없지만 한글 가사도 정말 좋다. '네가 바라면 언제든지 불러줘, 달려갈게' 같은 가사는 모든 관객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노래의 느낌을 안다. 추억을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노래다."

- 그런가 하면 <레미제라블>에서 에포닌을 연기할 때에는 감정을 억누르며 노래하는 게 눈에 보였다.
"평소 눈물이 많다. 눈물을 참는 게 가장 힘들다. <원스> 공연하는 동안에도 '<원스> 끝날 때에는 어떡하려고 해?'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첫 공연 때 슬픈 감정이 두 번째 공연할 때 사그라드는것도 아니다.

<레미제라블>에서는 긴장을 많이 한 상태에서 노래를 끄집어내야 한다. 꾹 참고 참아야지 하다가도 마지막에 '사랑해' 하는 부분, <고스트>에서 '또 만나' 할 때, <원스>에서 걸이 '가요' 할 때에는 미칠 것처럼 슬프다. 배우는 잘 참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물을 참을 만한 내공은 없다. 눈물을 참는 내공을 빨리 쌓았으면 좋겠다."

 " 배우는 잘 참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물을 참을 만한 내공은 없다. 눈물을 참는 내공을 빨리 쌓았으면 좋겠다."

" 배우는 잘 참을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물을 참을 만한 내공은 없다. 눈물을 참는 내공을 빨리 쌓았으면 좋겠다." ⓒ 신시컴퍼니


- 공대에 합격했는데 뮤지컬 배우로 발길을 돌렸다.
"공대에 합격만 했지 입학금을 넣지 않았다. 꿈을 위해 대학교 지원을 한 게 아니었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건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기왕이면 노래라는 꿈을 살리는 전공을 하고 싶었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데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웠다. 부모님도 하고 싶으면 하라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다행히 서울예대 정시까지 안 가고 수시로 합격할 수 있었다. 선배가 권유해서 <맘마미아!> 오디션을 처음으로 보았다. 그게 뮤지컬 인생의 시작이었다. <맘마미아!> 오디션을 권유한 선배가 정말 고마워서 지금까지도 매일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 그 이후 더뮤지컬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독차지하기도 했는데.
"더뮤지컬어워즈와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상을 탈 때 느낌이 달랐다. 더뮤지컬어워즈 때는 신인상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해냈구나' '이제 시작이구나' 하는 마음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고마웠던 분들이 많이 생각났다.

하지만 한국뮤지컬대상에서는 또 받을 것이라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을 때는 <고스트> 연습 중이기도 했다. 상을 받을 때 '(두 번 연속해서 상을 받으니) 일이 커졌는데? <고스트>를 잘 해야겠다'는 심정에 부담이 컸다."

원스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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