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구단 KT위즈의 행보는 올해 스토브리그의 최대 관심사였다. 보호 선수 20인 외 특별 지명에서의 선발 전략과 FA 시장에서의 투자 규모에 따라 FA 시장의 판세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하루 동안 특별 지명과 FA 영입을 일사천리로 끝낸 KT의 전력 보강은 비교적 알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별 지명을 통해서는 유망주와 즉시 전력 선수를 적절히 분배했고 FA 영입을 통해 부족한 포지션의 약점을 메웠다.

하지만 KT의 이러한 행보 때문에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선수도 생겼다. 생애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어 호기롭게 시장에 뛰어든 차일목(KIA타이거즈)과 이성열(넥센 히어로즈)이 그 주인공이다.

FA 차일목 대신 특별 지명 용덕한, 길 잃은 12년 차 포수

김상훈(은퇴)과 함께 KIA의 안방을 양분하던 시절, 차일목의 장점은 방망이였다. 타율이 아주 높진 않았지만 생각지 못한 타이밍에서 터지는 장타력을 무기로 1군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해 왔다.

하지만 차일목은 FA를 앞둔 올 시즌, 타율 .189 2홈런 18타점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94경기에 출전했으니 기회가 없었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일목은 호기롭게 FA를 신청했다. 프로에서 12년을 보낸 경험 많은 포수인 만큼 분명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28일 차일목의 '믿는 구석'이었던 KT는 롯데 자이언츠의 백업포수 용덕한을 특별지명으로 영입했다. 물론 1군 경력은 차일목이 더 많지만 용덕한은 안정된 투수리드와 블로킹으로 정평이 나 있는 수비형 포수다. KT가 투수와 내야수들로 FA영입까지 끝내면서 차일목의  KT 이적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하다.

KT가 용덕한이라는 비슷한 경력의 포수를 구하면서 FA시장에서 차일목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말았다. 현재 삼성 라이온즈(이지영), 롯데(강민호), SK 와이번스(정상호, 이재원), 두산 베어스(양의지), LG트윈스(최경철), NC다이노스(김태군)는 확실한 주전 포수를 보유하고 있다. 보상선수의 출혈을 감수하면서 백업 포수를 구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그나마 차일목이 주전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팀은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 정도. 하지만 박동원이라는 젊은 포수가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는 넥센은 물론이고 정범모, 조인성으로 신구조화를 이룬 한화에서도 굳이 30대 중반의 포수를 영입할 필요가 없다.

결국 차일목이 돌아갈 곳은 이미 한 차례 협상이 결렬됐던 원 소속 구단 KIA 밖에 남지 않는다. KIA 역시 차일목이 떠난다면 1군 경험이 풍부한 포수 자원이 없는 상황. 결국 차일목의 FA계약은 오는 12월4일부터 시작되는 전구단 협상기간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키스톤 콤비 보강한 KT, 난처해진 좌타거포

이성열은 홈런타자들이 즐비한 넥센에서도 손꼽히는 파워를 가진 좌타거포다. 순수파워만 따지면 '3년 연속 홈런왕' 박병호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 하지만 이성열에게는 '수비'라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이성열은 한국야구위원회의 선수 페이지에 외야수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이성열이 수비에서 큰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올 시즌에도 이성열은 주로 지명타자로 활약했다. 수비에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선수는 FA시장에서 저평가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

하지만 이성열은 FA시장에 뛰어 들었다. KT를 비롯해 좌타 거포가 필요한 구단이 나올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FA시장에서 이성열 대신 투수 김사율과 내야수 박기혁, 박경수를 영입했다. 대신 특별지명을 통해 2009년 홈런왕 출신 김상현을 지명하며 부족한 장타력을 보강했다.

외야 자원이 부족한 팀을 꼽으라면 역시 전준우가 군에 입대한 롯데가 있다. 하지만 롯데 외야의 오른쪽에는 국가대표 우익수 손아섭이 있다. 이미 우익수로 4년째 최고의 활약을 펼친 손아섭이 이성열에게 자리를 내주고 포지션 변신을 할 이유는 없다(물론 최준석을 밀어내고 지명타자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28일 이대형을 떠나 보낸 KIA도 믿음직한 좌타자가 부족한 편이다(KIA는 순천 효천고 출신 이성열의 고향팀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지완, 김주찬 등 잔 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많아 이성열이 하나의 포지션에 정착하기 쉽지 않다. 만약 지명타자로 배치된다 하더라도 내년 시즌 부활을 꿈꾸는 최희섭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성열의 가장 큰 고민은 원 소속 구단 넥센으로의 컴백도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넥센은 지난 26일 좌타 외야수 브래드 스나이더와 계약을 체결하며 이성열의 이탈로 인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다시 넥센과 협상을 벌이게 된다 해도 원하는 수준의 계약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다.

호쾌한 장타력과 강한 어깨, 그리고 의외의 빠른 발까지 갖춘 이성열은 분명 매력적인 선수다. 하지만 KT의 전략적 선택으로 인해 FA시장에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과연 이성열은 내년 시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팀에서 충분한 기회를 잡으며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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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T 위즈 차일목 이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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