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한 선수였다. 축구에서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그의 발끝에서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경기였다. 레알 마드리드와 샬케 04를 거친 전설적인 골잡이 라울 곤잘레스를 넘어 이제 그가 걸어가는 길이 곧 역사가 되는 셈이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6일 새벽 4시 45분 니코시아에 있는 JSP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F그룹 아포엘 FC(키프러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간판 골잡이 리오넬 메시의 해트트릭 활약에 힘입어 4-0으로 완승을 거뒀다.

왼발잡이 메시, 오른발로만 해트트릭 완성

경기 시작 27분 만에 방문 팀 바르셀로나의 선취골이 터졌다. 브라질 월드컵 기간 중 저지른 폭력 행위로 중징계를 받으며 자숙의 시간을 보냈던 루이스 수아레스가 새 둥지를 찾아 드디어 첫 골을 터뜨린 것이다.

동료 수비수 호르디 알바의 찔러주기를 받아 돌려 놓은 첫 번째 터치가 일품이었다. 슛 기회를 잡은 루이스 수아레스는 여유 있게 반대 쪽을 쳐다보면서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문을 흔들었다.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터뜨린 공식 경기 첫 골이었다.

수아레스가 튼 물꼬는 그대로 리오넬 메시가 이어받았다. 지난 6일 새벽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대망의 71호 골을 터뜨리며 라울 곤잘레스의 아성에 올라선 그는 38분에 위업을 이뤘다. 오른쪽 측면에서 원 투 패스를 가볍게 주고받으며 골문 앞에 자리를 잡은 메시는 동료 하피냐의 왼발 중거리슛이 수비벽에 막힐 것을 예측하고 오른발로 슬쩍 방향을 바꿔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챔피언스리그 통산 72호 골이었다.

왼발잡이인 그가 이번에도 오른발 득점을 기록했다. 58분, 아포엘의 공격 시도를 차단해 역습을 전개하는 다니엘 아우베스의 찔러주기가 기가 막혔고 상대 수비수의 오프 사이드 함정을 허물고 빠져 들어간 메시는 간결한 동작으로 오른발 돌려차기를 성공시켰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선의의 경쟁을

리오넬 메시는 내친김에 해트트릭까지 완성시켰다. 그런데 이것도 왼발이 아닌 오른발이었다. 87분, 바르셀로나 특산품 티키 타카가 아름답게 연결됐다. 챠비 에르난데스-마스체라노-페드로까지 이어진 패스의 줄기는 아포엘 수비수들은 물론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였다. 여기서 페드로의 왼발 패스를 받은 리오넬 메시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축구를 배우고 있는 꿈나무들 입장에서 메시가 터뜨린 오른발 해트트릭은 하나하나가 모두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왼발잡이가 편식하듯 한쪽 발만 쓰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각도에서도 유효한 패스와 킥, 슛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74호 골까지 기록한 리오넬 메시는 단숨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운명의 맞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CF)의 경기 일정이 공교롭게도 하루 뒤에 편성되어 있기에 더 큰 박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다.

70골을 기록 중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하루 뒤인 27일 새벽 스위스 바젤에 있는 세인트 야콥 파크로 들어가 FC 바젤(스위스) 선수들을 상대하게 된다. 이들이 펼치는 선의의 경쟁 속에서 좀처럼 근접하기 어려운 챔피언스리그 영광의 역사가 계속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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