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가 딜레마에 빠졌다.

KIA는 최근 포스팅(비공개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하려는 양현종에 대한 최고 입찰액을 지난 22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통보받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최고 입찰액을 제시한 구단은 미네소타 트윈스로 확인됐다. KIA가 이를 수용하면 미네소타는 양현종과 한 달간 단독 교섭할 수 있고, 만약 KIA가 거절하면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없던 일이 된다.

KIA는 최고 입찰액을 통보받고도 이틀 사흘 동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포스팅 금액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정확한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부터 200만 달러를 제시받은 김광현보다 낮다는 것이 정설이다.

KIA로서는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가 강한 양현종을 적극 돕겠다는 뜻으로 포스팅 신청을 허락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헐값을 받고 에이스 투수를 내주기가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미네소타, 왜 양현종 영입에 나섰나

미네소타는 뉴욕 양키스,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처럼 빅 마켓 구단도 아니고 성적이 좋은 팀도 아니다. 올 시즌 70승 92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에 최하위를 기록한 미네소타는 최근 5년간 3차례나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양현종에게는 오히려 기회일 수 있다. 미네소타의 최대 약점은 투수진이다.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이 4.57로 메이저리그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콜로라도 로키스에 이어 두 번째로 나쁘다.

미네소타가 양현종 영입에 나선 이유도 빈약한 마운드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미네소타는 올 시즌 16승을 거둔 '에이스' 필 휴즈를 비롯해 카일 깁슨, 리키 놀라스코 등 1~3선발만이 확정됐을 뿐 아직 4, 5선발 자리는 비어있다.

더구나 1~3선발 모두 우완 투수이며 불펜 자원도 부족한 미네소타로서는 좌완 정통파 투수인 양현종에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양현종 역시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기회를 노릴 수 있는 팀이 미네소타다.

앞서 김광현처럼 양현종도 메이저리그 포스팅 결과를 통해 냉정한 현실을 체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실력으로 보여주는 것 뿐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많은 기회가 필요하고, 미네소타는 양현종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팀이다.

양현종, 현실 인정하고 KIA 선택 기다려야 

그러나 헐값에 에이스 투수를 내줘야 하는 KIA는 무척 난처하다. 최근 선수들의 몸값이 폭등한 한국 야구에서도 1~20억 원으로는 웬만한 불펜 투수 하나 영입하기도 힘들다.

양현종으로서도 큰 모험이다. 몸값이 곧 출전 기회를 보장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아무리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도, 몸값이 낮으면 마운드에 오를 기회를 잡기 힘들다.  

KIA는 분명 양현종의 포스팅 결과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양현종은 규정에 따라 국내 무대에서 7시즌을 소화하며 해외 진출 자격을 얻었지만 구단이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양현종이 반드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해야겠다면 2시즌을 더 채워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으면 된다. 그러면 구단의 동의나 포스팅 없이도 자유롭게 메이저리그의 모든 구단과 협상할 수 있다.

한국 야구는 김광현과 양현종의 포스팅 결과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높은 문턱과 냉정한 현실을 새삼 깨달았다. 또한 한국 야구에도 분명한 룰이 있다. KIA를 끝내 포스팅 결과를 거부한다면 양현종은 이를 받아들여야 하고, 2시즌 동안 자신의 실력을 더 끌어올려 재도전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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