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곰' 김동주(38)가 두산과의 17년 인연을 정리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두산은 20일 김동주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했다. 최근 양측은 내년 시즌 재계약하지 않고 타 팀으로 자유롭게 이적하는 데 합의했다.

구단은 애초 김동주에게 은퇴와 함께 코치직을 제안했으나, 김동주가 현역 의지가 강해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김동주의 뜻을 존중해 오는 25일 KBO에 제출할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예고된 이별, 17년 인연의 허무한 결말

두산 팬들에게 김동주와의 결별은 격세지감이다. '두목곰'이라는 별명처럼, 김동주가 곧 두산의 역사라고 해도 좋을만큼 상징성이 큰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8년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에 입단한 이래 김동주는 올해까지 17시즌동안 오직 베어스 유니폼만 입고 활약했다. 통산 16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9, 273홈런 1097타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고, 2001년에는 두산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주전 3루수로 맹활약하며 2008 베이징올림픽 전승 우승에 기여했다. 두산만이 아니라 한국야구에 큰 획을 그은 레전드로 평가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두 번째 FA 계약을 맺었던 2012년부터 김동주의 팀내 입지는 차츰 줄었다. 2012~13시즌동안 뚜렷한 노쇠화 조짐을 드러내며 주전에서 밀렸고 2년간 94경기 출장에 그쳤다. 2014년에는 아예 1군 무대에 단 한 차례도 얼굴을 내비치지 못하고 2군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김진욱-송일수 전 감독과 연이은 불화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동주는 이미 지난 7월 "두산에 자리가 없다면 풀어달라"고 발언해 화제에 올랐다. 4강 진출을 위해 바쁜 두산에게 김동주의 발언은 팀 분위기를 뒤숭숭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뒤늦게 구단 측이 수습에 나서서 김동주의 마음을 다독이기는 했지만, 이미 양측의 결별은 예정된 일이었다.

당시 송일수 전 감독은 "김동주를 기용하고 안 하고는 내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두산은 주전 3루수 이원석의 공백에도 끝내 시즌 종료까지 김동주를 호출하지 않았다.

김동주와 두산, 누구 잘못이 더 큰가

상호 합의한 결별이지만 양측 모두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모양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구단 책임이 크다. 17년간 팀을 위해 헌신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와 존중이 너무 부족했다.

두산이 만일 김동주를 안고 갈 의지가 없었다면 차라리 일찍 놔줬어야 했다. 구단은 진작에 김동주가 실력으로 더 이상 두산에서 경쟁할 수 없다고 판단했음에도, 상징성 때문에 쉽게 포기하지도 못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선수를 2군에 장기간 방치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김동주가 아닌 어떤 선수라도 참기 힘든 모욕이었을 것이다.

두산은 김동주에게 성대한 은퇴식과 코치직을 제의했다고 밝혔지만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두산은 김동주 거취 문제를 후순위로 미루다가, 막판에야 겨우 결론을 내렸다. 

두산의 '프랜차이즈 홀대'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손시헌, 이종욱, 최준석 등이 FA 자격을 얻자마자 구단의 냉대속에 자의반 타의반 이적을 선택했다. 홍성흔도 FA 자격을 얻고 두산을 잠시 떠난 적이 있었다.

한편으로 김동주 역시 상황이 이렇게 된 데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2년 이후 김동주의 기량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여기에 김동주가 베테랑으로서 팀 분위기를 아우르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동주는 뛰어난 개인기량이나 '두목곰' 이미지에 비하여, 리더로서의 역할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개인사를 둘러싼 크고 작은 구설수도 잦은 편이었다. 두산은 김동주가 건재한 상황에서 2013년 FA로 홍성흔을 재영입하며 그에게 팀내 리더의 역할을 맡겼다.

김동주는 김진욱-송일수 전 감독과 연이어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 김동주가 장기간 2군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도 두산 선수단 내부에서 김동주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김동주가 팀의 상징적 선수로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김동주의 마지막 소속팀은 어디일까

김동주는 이제 자유롭게 모든 팀과 협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지는 않다. 내년이면 만 39세가 되는 김동주는 냉정히 말해 전성기가 지났고 2년간 전력외로 분류되며 실전감각에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주전 3루수는 어렵고 1루수나 지명타자, 대타 요원 정도로 분류된다.

김동주의 유력한 행선지로 KT 위즈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조범현 KT 감독이 공개적으로 김동주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다음 시즌 10구단으로 1군 무대에 가세하는 KT에게는 김동주처럼 경험 많은 선수가 필요하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화도 노장 선수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전례를 감안할 때, 김동주의 영입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결말이야 어찌됐든 분명한 사실은, 김동주가 두산에서 큰 족적을 남긴 선수라는 사실이다. 두산 팬들은 김동주를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김동주 역시 두산에서 프랜차이즈스타로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으나, 다시 한 번 도전을 선택했다. 김동주의 마지막 도전이 어떤 결말을 맞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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