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트>의 포스터.

영화 <카트>의 포스터. ⓒ (주)리들픽처스

요즘보는 드라마는 이상하게 시시했다. 그런 내가 멸치를 볶다가도 초집중하게 된 드라마가 있었으니 tvN의 <미생>이다. 고졸 검정고시가 학력인 청년이 화려한 스펙을 지닌 사람들과 직장생활을 한다. 아니, 견딘다.

원작이 웹툰이란다. 백년 만에 드라마에 빠진 날 보며 아들은 3초 정도 놀란 눈이 됐다. 자신은 웹툰으로 봤고, 만화책도 나왔다는 묻지도 않는 말도 했다. 간만에 사랑이나 막장이 아니다. '맨 땅에 대기업'이다.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주인공은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한다.

<미생>은 그런 주인공의 심리를 노골적이고 구체적으로 파고든다. 이미 신선한 소재는 드라마로 태어나면서 재밌거나 더 애잔해진다. 더구나 많이 현실적이다.

영화에도 등장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다룬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거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불편한 게 사실이다. 그 때문에 한 번도 정면으로 마주하려 들지 않았는지 모른다. 감독은 사회문제라는 무거운 소재를 상업영화에 도전하는 용기를 낸 것이다. 이제는 대중이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

비정규직 여성의 문제를 상업영화로 도전

영화 <카트>는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비참한 현실을 그렸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커다란 문구 아래 근로자들은 오로지 회사의 방침에 따라야 한다. 진상고객에 무릎을 꿇거나 근무 태도가 좋지 않다고 반성문을 써야 한다. 그뿐만 아니다. 수당도 없는 연장근무를 수시로 요구하고, 수십 명이 뒤엉켜 옷을 갈아입는 탈의실에 남자관리자가 아무렇지 않게 들락거린다. 나이 든, 청소노동자들은 지하 층계 밑 비좁은 창고에 앉아 밥을 먹는다.

비정규직 여성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60% 정도로, 대부분 100만 원 이하다. 그나마도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재계약 여부가 확실치 않아 불안하다. 잘리지 않으려면 불만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그곳이 여성들의 유일한 '밥줄'이기 때문이다. 또한, 참고 견디면 '정규직'이라는 희망도 있다.

그런 그들에게 회사는 해고통지를 한다. 고용계약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고 일방적으로 말이다. 정규직 전환을 눈앞에 둔 선희(염정아 분)를 비롯해 싱글맘 혜미(문정희 분), 청소원 순례(김영애 분), 순박한 아줌마 옥순(황정민 분), 88만원 세대 미진(천우희 분)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근로자의 권리 따위는 알지도 못했던 이들이 투쟁을 시작한다. 그것은 단지 각자의 생계를 위해서다.

마트를 점거해 농성을 시작하고, 회사는 무력 진압을 한다. 스크린 속에는 뉴스에서 흔히 봤던 장면들이 등장한다. 더불어 감독은 우리가 기억하는 장면에, 각자의 진실과 사연을 담아낸다. 급식비를 내지 못해 창피하고, 자신을 챙겨주지 않는 엄마가 원망스러운 고등학생 태영(디오)은 비정규직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엄마의 투쟁은 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환경 응시

<카트>가 사회고발영화에 그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절박함 속에서, 사람들은 자기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으로 변하고 성장한다. 감독은 그 과정에 작은 재미와 잔잔한 감동을 담아낸다. 하지만 이야기는 결말을 알려주지 않은 채 끝이 난다. 영화적 해피엔딩이라면, 현실은 더 비참하게 느껴질 것이다. 감독은 다만,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환경을 응시하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

대한민국의 비정규직은 823만 명이다. 전체 임금 노동자의 44.7%로 그중 여성 비정규직은 443만 명이다. "왜 이런 일에 우리가 피해를 봐야 하냐"고 극중 목소리를 높인 고객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일지 모른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모습을 담은 <카트>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이제 불편한 그들의 모습을 통해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이야기할 때다.

비정규직 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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