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팀이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귀중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자칫 잘못하면 조급함에 쫓길 뻔한 경기에서 대반전의 계기는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바르셀로나의 간판 수비수 피케가 써서는 안 되는 손을 쓴 것이 화근이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가 한국 시각으로 26일 이른 새벽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4-2015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 맞수 대결에서 3-1로 멋진 역전승을 거두고 활짝 웃었다.

징계 풀린 수아레스, 선취골 도움

전반전 중반까지 방문 팀 바르셀로나가 더 좋은 공격을 펼쳤다. 비교적 이른 시간인 4분에 선취골까지 터뜨렸으니 아주 경쾌한 출발이었다. 그 주인공은 네이마르였으나 반대편에서 멋진 패스를 날려준 도움의 주인공 루이스 수아레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아레스는 지난 브라질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깨무는 어리석은 행동으로 무거운 징계를 받고는 겨우 풀려나 비로소 공식 경기에 뛸 수 있게 됐다. 그것이 하필이면 엘 클라시코라는 부담스런 자리였다. 너무나 오래 기다렸다는 듯 수아레스는 멋진 패스 실력을 자랑하며 네이마르의 골을 도왔다.

오른쪽 옆줄에서 공을 잡은 수아레스는 반대편에 자리를 잡고 있던 동료 네이마르에게 시원한 패스를 넘겨줬고, 네이마르는 이 공을 잡아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둘을 가볍게 따돌리고는 오른발 슛을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방문 팀 바르셀로나는 이 선취골 기운도 모자라 23분에 또 한 번의 측면 공격으로 추가골을 뽑아낼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수아레스였다. 그의 날카로운 찔러주기는 정확하게 리오넬 메시의 왼발을 겨냥했다. 레알 마드리드 주장이자 간판 문지기 이케르 카시야스도 통과하는 순간이라 누가 봐도 이것은 골이었다. 하지만 메시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외면했다.

역시 추가골 기회가 왔을 때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에 그 경기의 성패가 달린 것 맞다.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 바르셀로나는 전반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며 주저앉았다.

34분, 레알 마드리드의 왼쪽 측면 공격이 빛났다. 측면 수비수 마르셀루가 끝줄 바로 앞까지 공을 몰고 들어와 동료 호날두를 겨냥하여 날카롭게 꺾어줬다. 그 순간 이 공을 막아내기 위해 몸을 내던진 수비수 피케의 손이 공을 막은 것이다.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리고 8만5450명의 마드리드 관중들이 열광했다. 페널티킥이었다.

이 기회를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정확하게 오른쪽 구석으로 차 넣은 주인공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라이벌 메시가 추가골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12분 만에 벌어진 반전 드라마의 서막이었다.

벤제마의 쐐기골, 역습의 속도+패스의 수준

1-1로 전반전을 끝낸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전에 자신들이 원하는 기회를 분명하게 결정내며 엘 클라시코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추가골은 코너킥 세트 피스였고 쐐기골은 레알 마드리드의 특산품 '역습의 완결편'이었다.

50분, 오른쪽 코너킥에서 역전 결승골이 터졌다. 토니 크로스가 오른발로 차 올린 코너킥을 수비수 페페가 솟구치며 골문 왼쪽 구석에 이마로 꽂아넣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먼저 앞으로 내달렸고 카림 벤제마는 바로 앞에서 상대 수비수가 점프하지 못하도록 적절히 몸싸움을 걸어줬다.

그리고 세르히오 라모스는 앞에서 반 박자 빠르게 먼저 떠올라 역시 상대의 수비 조직력을 흐트러지게 했다. 적어도 네 명의 역할이 각기 다른 장면 속에서 세트 피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배울 점이 보였다.

그리고는 11분 만에 레알 마드리드 공격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역습의 속도가 보는 이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단순히 속도만 높인 것이 아니라 패스의 수준을 더 높인 것이 눈에 띄었다. 물론, 상대의 역습을 초기에 차단하지 못한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의 실수가 아쉬운 순간이기도 했다.

61분, 왼쪽 옆줄을 따라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최초로 공의 소유권은 분명히 바르셀로나에게 있었다. 여기서 미드필더 이니에스타와 수비수 마스체라노의 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가끔씩 축구장에서 볼 수 있는 1+1=0 이라는 희한한 공식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이니에스타의 어이 없는 백 패스를 가로챈 이스코는 지체없이 호날두에게 공을 이어줬다. 여기서 놀라운 방향 전환이 이뤄졌다. 180도 몸을 돌리며 부드러운 패스를 하메스 로드리게스에게 넣어준 호날두의 번뜩이는 판단력이 돋보였다. 그리고 이 공은 카림 벤제마에게 전달돼 오른발 쐐기골로 이어졌다.

'이스코-크리스티아누 호날두-하메스 로드리게스-카림 벤제마'로 이어지며 군더더기 없는 역습의 완결편을 보여준 레알 마드리드는 끝내 수많은 안방 팬들과 함께 이번 시즌 첫 번째 엘 클라시코의 승리 기쁨을 나눌 수 있었다.

반면에 수비 조직력의 문제를 드러낸 FC 바르셀로나는 완패 말고도 간판 미드필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의 부상까지 겹치며 더욱 어두운 얼굴로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다음 달 1일 셀타 비고와의 라 리가 안방 경기, 그리고 나흘 뒤 아약스(네덜란드)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방문 경기가 줄줄이 이어져 있기에 걱정이 태산이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레알 마드리드는 오는 30일 오전 4시(한국 시각) 코르네야와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 컵 축구대회)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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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스페니시 프리메라리가 경기 결과(26일 새벽 1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CF 3-1 FC 바르셀로나 [득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5분,PK), 페페(50분,도움-토니 크로스), 카림 벤제마(61분,도움-하메스 로드리게스) / 네이마르(4분,도움-루이스 수아레스)]

◎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FW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87분↔케디라)
MF : 이스코(84분↔이야라멘디), 토니 크로스, 루카 모드리치(89분↔아르벨로아), 하메스 로드리게스
DF : 마르셀루, 세르히오 라모스, 페페, 다니엘 카르바할
GK : 이케르 카시야스

◎ 바르셀로나 선수들
FW : 네이마르,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69분↔페드로)
MF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72분↔세르지 로베르토), 세르히오 부스케츠, 챠비 에르난데스(60분↔라키티치)
DF : 제레미 마티유,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헤라르드 피케, 다니엘 아우베스
GK : 클라우디오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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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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