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연어낚시' 포스터

'사막에서 연어낚시' 포스터 ⓒ ㈜시네마천국

허허벌판, 온통 모래 뿐...물 한방울 조차 귀한 사막에서 물고기 낚시라니?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예사롭지 않은 제목부터 관심을 돋구는 영화다.

지난 2007년 출간(한국어판은 2012년)된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이 작품은 말 그대로 사막에서 연어 낚시를 꿈꾸는 사람, 이게 실현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정치적 음모와 로맨스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영국 정부기관 소속 연구원인 학자 알프레드 존스(이완 맥그리거 분)은 중동 예멘의 무하메드 왕자(아므르 웨이크드 분) 측으로부터 '사막에서의 연어 낚시' 프로젝트를 제안받게 된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해보이는 일이기 때문에 일언지하에 거절하지만, 때마침 불거진 중동 분쟁에 대한 영국 정부의 무마 차원으로 이 기획은 총리 홍보담당관(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분)에 의해 일순간에 범정부적인 사업으로 둔갑하게 된다.

더 이상 수주 받는 프로젝트가 없으면 연구원 계약이 해지되는데다 급여도 두배 이상 지급한다는 제안을 결국 존스 박사는 수용하게 되고 왕자의 컨설턴트 해리엇(에밀리 블런트 분)과 함께 왕자와 만남을 갖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하게 된다. 부인과의 권태로운 결혼생활에 지친 존스, 분쟁지역에 파병된 남자친구의 실종으로 힘겨워 하는 해리엇은 점점 서로에게 의지하게 되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연어 프로젝트'는 점점 결실을 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정권 치적, 선거 표심만 신경쓰는 영국 정부의 변심, 예멘 과격단체의 피습 등 순탄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만다.

뜬구름 잡는 듯한 '사막 낚시'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사막에서 연어낚시'의 한 장면

'사막에서 연어낚시'의 한 장면 ⓒ ㈜시네마천국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내용(중동 분쟁과 이를 둘러싼 강대국의 대응)를 시종일관 부담스럽지 않게 가벼운 분위기로 보는 이들을 사로 잡는다.

당장의 면피를 위해 허황된 기획안을 마치 국가적 사업으로 둔갑시키고 포장하다가도 막상 집권당의 선거, 표 모으기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내팽겨치는 모습은 마치 요즘의 대한민국 정치를 보는 착각도 마저 들게 한다.

만약 올리버 스톤 감독 같은 양반이었다면 엄청난 무게감의 정치 스릴러가 될 법한 소재지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선사해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개 같은 내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답게 특유의 화법을 토대로 원작 특유의 적절한 풍자와 유머, 로맨스를 버무리는 데 성공했다.

또한 원작 소설의 탄탄한 줄거리를 토대로 극 중 이메일, 메신저, 문자 등을 적절히 배치한 서양식 유머는 큰 웃음은 아니지만 잔잔한 미소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특히 엔딩에 극 중 요소요소마다 배치된 영국 총리-홍보 담당관 사이의 메신저 대화는 이 영화가 지닌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실현 가능성 없을 것 같은 사람들의 '꿈'을 다루면서 그 속에서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믿음, 신념, 그리고  희망을 세상 밖으로 꺼내도록 유도한다. 마치 예전 가수 강산에가 부른 노랫말('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과 같이 뜨겁게 자신을 위해 비춰질 햇살 같은 역할을 <사막에서 연어낚시>는 충분히 해내고 있다.

지난해 열린 제70회 골든글로브 3개 부문(코미디 부문 작품상/남우주연상/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10월 16일 개봉.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사막에서 연어낚시 이완 맥그리거 에밀리 블런트 라세 할스트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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