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영화를 보려고 자리에 앉으면 영화입장권에 적혀 있는 영화 시작시간보다 5분 전 정도부터 광고가 시작된다.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이 들어오며 자리를 잡는 시간인 셈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광고시간이 영화 상영시간을 갉아 먹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짧게는 5분 가량, 길게는 10분에서 20분까지 다양하다.

평소에 영화관을 찾을 때마다 불만이 많았지만 딱히 얘기할 데도 없고 해서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이번에는 영화를 보기 전에 과연 얼마나 많은 광고가 과연 몇 분 동안 방영되는 지 한번 체크해 보기로 했다.

영화관은 울산의 A영화관, 일시는 10월 3일이고 <마담 뺑덕>을 오후 9시 35분에 보기로 했다. 예매를 하고 입장하기를 조금 기다렸다가 스태프의 안내를 받고 영화관으로 들어섰다.

9시 35분 영화이기에 5분전, 그러니까 9시 30분경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정확히 32분에 광고가 시작되었다.

광고 종류로는 아웃도어 브랜드, 음료수, 술, 화장품, 통신회사와 핸드폰, 타 영화 등등이다. 어떤 광고는 한 번이 아니고 두세 번 정도 반복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보니 영화 시작 시간인 35분이 넘어섰다.

광고는 계속되었다. 40분을 지났다. 그래도 광고는 나오고 있다. 광고의 수만 해도 30개 가량이나 되었다. 영화 시작 시간을 10분 가량 지나서야 극장의 비상구 안내와 영화관람시 주의사항이 방송되었고, 정확히 46분에 극장안의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관람객들은 영화 상영 10분이 지나서도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다. 아예 광고시간이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종료시간은 입장권에 표시된 시간과 비슷하지만, 영화 시작시간은 입장권에 나와 있는 시간보다 10분, 길게는 20분 가량 초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불쾌하다

 영화 <마담 뺑덕>을 보는 김에 과연 몇 편의 광고가 상영되는 지 세어 봤다. 그리고 몇 분 가량 광고가 나오는지, 몇 분 가량 영화시간을 침해하는지도 시간을 재봤다.

영화 <마담 뺑덕>을 보는 김에 과연 몇 편의 광고가 상영되는 지 세어 봤다. 그리고 몇 분 가량 광고가 나오는지, 몇 분 가량 영화시간을 침해하는지도 시간을 재봤다. ⓒ 김승한


몇 년 전 인천에 있는 한 멀티플렉스에서 애니메이션 <카 2>를 볼 때는 무려 20분 이상이나 광고가 나갔다. 초과 10분 가량은 일반 상품광고였고 나머지 10분은 타 영화 한 편을 통째로 광고하였다. 나는 상영관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 아이들하고 함께 보려고 예매해서 들어온 건데 일반 광고가 끝나고 다른 영화가 시작하는 것이다. 이상하다 싶어 밖으로 나가서 스태프에게 물었다.

"지금 다른 영화가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된 거죠?"
"아, 지금 나오는 건 다른 영화 광고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곧 영화가 상영될 겁니다."

난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아니, 다른 영화 광고라니요, 지금 10분 가까이 다른 영화가 나오고 있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 우리가 <카 2>를 보러 온 거지 지금 나오는 영화를 보러 온 건 아니잖아요."

스태프는 연신 죄송하다며 굽실거렸다. 내가 스태프에게 항의하고 있는 사이, 다른 아이 엄마도 나와서 똑같은 항의를 했다. 아르바이트인 듯한 스태프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다.

영화 상영시간 문제는 아르바이트 스태프가 관여하는 게 아니니 이 사람에게 더 화낼 것도 없어서 그냥 상영관으로 들어왔다. 그 영화는 계속되고 있었고 10분 가까이 되어서야 끝났다. 1~2분 정도야 애교로 받아준다지만 엄연히 영화 시간표에 적혀 있는 대로 알고 들어왔는데 엉뚱한 광고만 보다가 시간을 낭비하는 건 분명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영화 입장권에 나오는 시간에 맞춰 그 전까지 광고를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광고에 노출되지 않으니 시간을 조절하는 것이다. 이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넘어서 일찍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불편함을 준다.

광고 시간이 10분 이상 지속될 것을 아는 사람들은 아예 그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려 자리에 들어온다. 때문에 이리 비켜주고 저리 비켜주고 하다보면 작은 언쟁이 생기기도 한다. 게다가 대부분 음식물을 들고 오기 때문에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다, 핸드폰으로 후레쉬를 비추고 몇 열, 몇 번을 찾는 사람들! 영화가 시작되었음에도 집중할 수 없어 불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영화관과 광고주 간의 거래에 의한 관람권 침해

영화관의 도넘은 광고행위 많은 언론에서도 기사로 다뤘지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단다. 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극장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외국의 경우에도 10분 가량을 관람객 이동과 착석 등을 위해 시간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요즘엔 입장권 하단에 '영화시작 시간은 표시된 시간과 10분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고 아예 인쇄가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영화 상영시간이라고 규정된 것은 영화가 시작되는 시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영화 시작 시간 전에 광고를 하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입장권에 표시된 영화시간을 10분 이상 15분, 혹은 20분 가량 초과해서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 시간에 맞춰 영화 입장권을 구매하고 입장하는 관람객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영화관 측의 일방적 행위라 본다.

영화관에 입장 후 이동과 착석을 위한 시간은, 영화 시작 전에 관람객들이 취해야 할 행위일 뿐이다. 이 시간을 영화 상영시간에 포함시켜 광고를 넣어 버리는 것은 영화 시간을 인지하고 온 관람객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고, 영화관과 광고주 간의 거래에 의한 관람권 침해이다.

영화관 측에서 상영시간까지 침해해가며 광고를 넣는 이유는 광고로 인해 얻는 그네들의 주요 수입원 때문이지 관람객을 배려해서가 아니다. 광고주 또한 자사의 상품을 대대적으로 노출할 기회를 갖는 것이니 상당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그러나 영화 상영시간 내에 이루어지는 광고는 영화관을 찾는 일반인들의 정서와 영화에 대한 애정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행위가 언제쯤이나 사라질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상영시간을 빼앗는 광고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이는 영화를 소비하는 작은 영화인으로서의 정당한 권리이다.

영화 상영전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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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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