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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출입하는 정치팀 이승훈 기자가 기사에서 미처 풀어내지 못한 청와대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말]
청와대에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설'이 있습니다. 바로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설입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일 <한국일보>는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박근혜 대통령이 김 실장을 늦어도 연말까지 교체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여권 고위관계자가 "얼마 전까지 비서실장 교체는 없다는 것이 청와대의 확고한 입장이었는데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조만간 인사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김기춘 사퇴설'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요약하자면 '아이고, 의미 없다'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국일보> 보도에 대해 "사퇴설도 사실이 아니지만 그런 보도를 하려면 그 시기를 다음 주라든지 적어도 다음 달이라고 특정해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 이건 아니면 말고식 보도"라고 하더군요.

끊이지 않는 김기춘 사퇴설... 의미 없다는 청와대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와대 비서실, 국가안보실, 국무총리실 기관보고에 출석했다.
▲ 김기춘 "청와대 재난, 재해 컨트롤타워 아니다" 김기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7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침몰사고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와대 비서실, 국가안보실, 국무총리실 기관보고에 출석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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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김기춘 실장의 사퇴설은 계속 반복돼 왔습니다. 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다녀온 지난 8월에도 김 실장 교체설이 떠올랐습니다. 김 실장이 스스로 취임 때부터 1년만 하겠다고 한데다, 박 대통령이 여름 휴가 중에 김 실장의 교체를 최종 결심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당시 김 실장의 후임으로 권영세 주중대사와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또 지난 1월에도 김 실장이 박 대통령에게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한국일보> 보도 전에도 김 실장이 자진 사퇴하기로 했고 청와대가 후임자로 거론되는 인물에 대한 인사검증에 들어갔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청와대는 이번 사퇴설에 보도에 대해서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입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그런 기사가 처음 나온 것도 아니지 않느냐"라며 "논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실장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합니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김 실장은 자리에서 물러날 결심을 했다고 해도 미리 그런 이야기를 할 분이 아니다"라며 "떠나더라도 마지막 날까지 평상시처럼 일 하다 떠날 분"이라고 말하더군요.

김 실장 스스로도 "저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만두는 그 시간까지 성심껏 일할 뿐이다"라고 말해 왔습니다.

사퇴설 진원지는 여당 내 불만 세력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해 답변도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답변하는 김기춘 비서실장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7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기관보고에 출석해 답변도중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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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청와대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음에도 김 실장의 사퇴설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가 있을텐데요. 우선 김 실장을 둘러싼 여권 내 갈등이 거론됩니다. 일종의 암투설인데요. 김 실장에게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김 실장을 흔들기 위해 언론에 사퇴설을 흘리고 있다는 겁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누리당 내에서 잊을만하면 김 실장 사퇴설을 사실인 양 말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라며 "김 실장이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주지 않는다, 소통이 안 된다는 등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사퇴설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김 실장의 사퇴설은 청와대 내부 보다는 '여의도발'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외부의 흔들기라는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사퇴설의 진원지는 김 실장 본인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문창극,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 등 인사 참사가 반복됐고 지난  달에는 송광용 전 교육문화수석까지 인사 실패 목록에 추가로 올랐습니다.

박 대통령에 정치적 부담을 안긴 인사 실패 책임론의 정점에 있는 김 실장의 거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교체 주장이 나오는 게 무리는 아니라는 것이죠.

또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부실 대응에 청와대 비서실을 관장하고 있는 김 실장의 책임도 적지 않습니다. 이미 일단락 됐지만 국회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당시 여권 내에서도 쓴 소리가 나온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의 뒤에는 김 실장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여권 관계자는 "다른 정권 같았으면 인사 실패만으로도 비서실장이 몇 번이고 갈렸을 것"이라며 "무슨 일이 있어도 30% 후반대를 유지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과 대안 부재 때문에 김 실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여러 번 사의 밝힌 김기춘과 만류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실제 김 실장은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박 대통령에게 물러나고 싶다는 뜻을 여러 번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 때마다 박 대통령이 만류했다는 건데요. 앞으로도 김 실장이 전격 교체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비서실장이라면 박 대통령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누구 떠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다"라며 "김 실장이 그만두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이런 사정도 작용하고 있을 건데 앞으로 김 실장을 대신할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 한 교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도 바꿀 사람을 찾지 못해 결국 눌려 앉혔는데요. 과연 김 실장은 언제까지 박 대통령 곁을 지키게 될 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태그:#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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