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가 종반으로 치달으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야신' 김성근(72)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현재 프로무대를 떠나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를 3년재 이끌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가.

김성근 감독은 최근 고양 원더스에서 퓨처스리그 일정을 모두 마감했다. 시즌은 끝났지만 원더스와의 계약은 10월 까지다. 아직까지 계약 연장에 관하여 별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자유의 몸이 되는 김성근 감독이 다음 시즌 프로무대로 컴백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미 몇몇 프로구단에서 김성근 감독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내용도 보도되고 있다.

이는 현재 프로야구계의 미묘한 상황과 연관되어 있다. 내년부터 10개 구단 체제로 접어드는하는 프로야구는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올시즌도 현재 치열한 4강 다툼에 따라 감독들의 운명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1-3위팀 사령탑들의 경우, 성적도 좋고 구단과의 관계도 양호하여 지위가 안정적이다. 4위 LG도 양상문 감독이 올시즌 갓 지휘봉을 물려받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어서 분위기가 좋다.

김성근 감독을 탐내는 팀은 어디?

반면 중-하위권팀의 감독들은 사정이 다르다. 올시즌을 끝으로 원 구단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인물만 3명(한화 김응용, KIA 선동열, SK 이만수 감독)이다. 올해 두산의 지휘봉을 잡은 송일수 감독이나 2년차인 롯데 김시진 감독은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지만 올시즌 성적에 따라 거취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일 감독 교체를 원하는 구단이 재야에서 1순위로 영입을 노릴 보라면 역시 김성근 감독 만한 인물이 없다. 김 감독의 지도력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프로통산 1234승(1036패57무)을 거둔 김성근 감독은 김응용 한화 감독(1519승)에 이어 역대 2위 최다승 감독이다. SK에서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3회, 준우승 1회라는 탁월한 성적을 냈다. 야구에 대한 해박한 이해와 풍부한 경험, 선수단을 장악하는 리더십을 겸비하여 현존하는 국내 최고의 야구 지도자로 꼽힌다.

2011년 구단과의 불화로 경질되며 3년간 프로무대를 떠났지만 국내 최초의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를 이끌며 변함없는 현장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외면받던 선수들을 모아 프로 2군을 연파하는 저력을 선보였으며, 야신의 손을 거쳐 원더스에서 프로로 다시 진출한 선수만 22명에 이른다는 것도 김성근 감독의 주가를 더욱 끌어올린 이유다.

김 감독의 경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SK나 원더스처럼 상대적인 약체팀을 맡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는 점이다. 리빌딩이나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당연히 김 감독에게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만일 김 감독이 복귀한다면 현실적인 가능성은 세 팀 정도로 좁혀진다. 감독 교체설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한화, 롯데, KIA다. 아직 끝나지 않은 4강 싸움이라는 변수가 남았지만 김성근 감독이 만일 현장에 돌아온다면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낼 명분은 충분하다.

한화는 2008년 이후 무려 6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탈락하고 있으며 4번이나 꼴찌에 그치는 등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 KIA도 선동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세 시즌째 포스트시즌 무대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1992년 우승 이후 프로야구 역대 최장기간인 22년 연속 무관에 시달리고 있다. 확실한 성적을 보장하는 김 감독이라면 팀 재건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물론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김성근 감독은 본인이 직접 팀 운영의 전권을 쥐고 장악하는 스타일이다. 프런트는 뒤에서 지원하고 리더는 결과로서 책임을 진다는 것이 김성근 감독의 오랜 소신이다. 김 감독이 팀 운영에 개입하려는 구단 측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은 이유이기도 하다. 프런트의 입김이 날로 강화되는 최근 야구계의 추세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

김 감독은 과거 LG와 SK 등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구단과의 갈등 때문에 낙마한 경험이 있다. 다시 빈 자리가 나더라도 김 감독이 이 두 팀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두산도 지난 시즌 김진욱 감독을 교체하고 송일수 감독을 임명한 프런트의 색깔이 강한 구단이다.

한화, KIA, 롯데는 모두 우승을 경험한 지 오래됐고, 성적과 팀 재건에 대한 나름의 절박한 사정이 있는 팀들이다. 이전 감독들에 대한 실패 경험이 있는 만큼 김성근 감독이 요구하는 수준의 조건과 협상의 여지가 그만큼 넓다. 특히 한화는 지난 2011년에도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타진하려다가 협상이 불발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고령의 나이와 구단과 잦은 불화 경력은 검증된 실적에도 김 감독의 영입을 주저하게 하는 이유다. 김 감독은 야구계와 팬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다. 지지층도 견고하지만 김성근 스타일에 거부감을 느끼는 팬들도 사실 적지 않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독선적인 야구관과 결과 지상주의 팀 운영은 전성기에도 수많은 구설수와 찬반 양론을 불러왔다. 김 감독의 야구는 항상 소신과 불통 사이의 경계선에 놓여 있다.

한편으로 김 감독이 고양 원더스에 잔류할 가능성도 있다. 허민 구단주의 김 감독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이 워낙 두터운 데다, 고양 원더스라는 팀 자체가 온전히 김 감독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화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김응용 감독의 사례에서 보듯, 굳이 치열한 성적 싸움의 세계로 귀환하는 것보다 야구계 원로로서 후진들을 양성하고 야구 인프라 확대에 이바지하는 것도 더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올해 72세의 고령이다. 프로 복귀든 고양 잔류를 선택하든 김 감독의 야구인생에 마지막 도전이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김 감독의 거취가 야구계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오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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