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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가 전 국민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즘, <오마이뉴스>와 한국의료협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우리동네 주치의' 의료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함께 짚어 봅니다. 이번 글은 해외 의료협동조합의 사례로서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일본 미나미의료생협 연수 후기를 싣습니다. [편집자말]
한국의료생협연대(현재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의 전신)의 지원으로 일본의료생협연수를 가면서 나는 연수의 목적을 두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일본의료생협의 조직활동을 배운다'. 둘째는 '일본의료생협에서의 개호사업을 배운다'는 것이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한국의 의료협동조합운동은 재정적자에 시달린다. 그래서 당시 어려운 살림에 연수비용을 마련해준 한국의료생협연대 소속의 회원생협 중에서는 나의 연수목적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경영 아닌가? 경영을 배워와야지 너무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연수목적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연성이 부족한 나는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현장 회원생협의 마음을 받는 대신 이렇게 응수하였다.

"협동조합에서 경영의 핵심은 조직이죠."

이제 와서 생각하면 고집스럽고 옹졸한 대답이었지만 덕분에 나는 미나미의료생협을 만날 수 있었다.

국제협동조합 간의 협동의 취지로 나의 연수를 받아주고 또 지원해준 일본의료복지생협연합회는 내가 희망한 두 가지 연수목적에 합당한 곳으로 나고야 지역의 미나미의료생협을 섭외한 것이다. 도쿄에서 한 달 반 정도의 예비연수를 마치고 드디어 나고야에 도착했다.

인구 250만 명의 나고야 지역은 일본생협운동 내에서 '의료생협의 도요타'로 불릴 만큼 의료생협이 활성화된 곳이다. 조합원 6만 명의 미나미의료생협이 가장 크지만 그 외에도 당시의 규모로 5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기타의료생협, 4만 명의 조합원이 있는 미나토의료생협이 한 도시에서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미나미의료생협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미나미의료생협 개요
 미나미의료생협 개요
ⓒ 한국의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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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미의료생협만의 경영철학 세 가지

위 외형적 개요의 이면에는 미나미의료생협만의 경영철학이 있었다. 미나미의료생협은 스스로 정리하기를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였다. 첫째, 조합원과 직원의 협동을 조직한다는 것, 둘째, 지부를 단위로 반을 기초로 활동한다는 것, 셋째, 자치·참가·협동의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조합원과 직원의 협동을 조직한다"는 것은 직원을 조합원과 대등한 주체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결사체운동이라는 협동조합운동의 역사적 기원에 따라 노동자 자주관리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소비자협동조합의 법률취지는 소비자의 권익보호나 그들의 편익증대이다. 그래서 이용자, 소비자라는 이름의 조합원 주체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경구에 사로잡혀 조합원의 주인됨을 가능하게 하는 직원과 그들의 노동을 무시하고 직원들의 주체성과 자주성을 억압한다면 그것은 우애의 경제를 지향하는 협동조합의 근본 정체성을 스스로 배반하는 것이다.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 자신에게 돌아온다. 소비자협동조합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는 생산자 없이는 홀로 독립해서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직원은 생산자이면서 노동자이다. 그리고 그 자신이 소비자이기도 하다. 소비자 조합원에게 있어서 직원은 공동의 비전을 향해 협동할 가장 1차적 결사의 주체라는 관점이 있어야 한다.

누가 누구를 지배하려는 생각이 협동을 가로막는다. 직원과 조합원이 서로 자유를 확장시켜주는 관계로서 만나지 못하면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갈등이 고조되어 마침내 파탄의 지경에 이르게 된다. 미나미의료생협 역시 노동조합이 있고 노사 간 갈등이 존재하지만 크고 작은 모임과 활동, 의사결정기구에는 직원과 조합원이 협동할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특히 이들이 '모두의 힘으로 1000인 직원소개운동'이라고 부르는 조합원의 추천에 의한 직원채용이 몇 년간 대대적으로 펼쳐지면서 "직원과 조합원의 협동을 조직한다"는 것이 단지 구호와 이상이 아니라 현실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 운동은 조합원과 직원이 자본주의 임금노동사회의 '고용-피고용'의 관계를 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의료생협이라는 조직을 통해 조합원과 직원이라는 서로 다른 역할이 있지만, 그 이전에 마을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자각을 한다. 그리고 함께 협동하며 살아가는 이웃으로, 공동의 비전을 향해 결사한 동반자로 만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전문가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협동조합운동이 아니다"

'지부를 단위로, 반을 기초로 활동한다'는 특징은 미나미의료생협의 협동조합다운 성공신화의 핵심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6만3000여 명의 조합원을 915개의 반조직과 76개의 지부, 그리고 11개의 블록으로 조직화한다. 언뜻 보기엔 별다를 것이 없어 보이지만 다음의 조직도를 보자.

 미나미의료생협 조직도
 미나미의료생협 조직도
ⓒ 한국의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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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와 연수보고를 할 때, "조합원으로 시작하여 조합원으로 끝나는 조합원 중심의 조직도"라고 소개했던 2008년 4월 현재 미나미의료생협의 조직도이다. 미나미의료생협의 전체 슬로건 "모두가 달라 모두가 좋다.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이 빛나는 마을 만들기"를 실현할 주체와 활동의 정수가 바로 반이다.

반 모임은 이웃, 친구, 동료들과 즐겁게 교류하는 곳인데, 멤버가 세 명이면 만들 수 있다. "건강을 유지하고 싶다", "좀 더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들고 싶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가 되었으면 좋겠다"와 같은 요구를 가지고 와서 그것을 실현하는 기초 단위이며, 미나미의료생협이 추진하는 건강한 마을을 위한 활동이다.

생명이 빛나는 마을은 병원이나 요양시설과 같은 사업소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이라는 이름의 마을단위 조합원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생활공동체가 만드는 것이다. 당시 조직담당 이토우 스스무 상무이사는 "반이 없으면 의료생협도 없다"는 취지의 말을 수차례 강조했다.

중학교 학군단위의 범위에 조합원이 200명 이상 있고, 6개 이상의 반이 있으며, 지부 운영의 책임자인 운영위원으로 활동할 조합원이 3인 이상 있으면, 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지부'가 된다. 보통 지부 운영위원은 평균 5명 정도가 있는데 76개의 지부라면 조합 전체를 계산하면 380명의 지부운영위원이 있다는 것이다. 이 지부운영위원들의 대부분은 최고의결기구인 대의원총회의 대의원이 된다.

그리고 다시 이 지부를 묶어서 11개의 권역으로 나눈 것이 블록이고 블록의 장은 이사로 활동한다. 2011년 3월 현재, 40여 개로 늘어난 종합병원, 노인요양시설 등의 사업소는 조합원 자신의 건강 생활만들기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협동조합이 본질적으로 사업체인가 결사체인가의 질문에 미나미의료생협은 위 조직도를 반과 지부 운영으로 현실화하면서 명쾌하게 결론짓는다.

결사체는 단지 조합원의 전체 인원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반이라는 기초조직, 그리고 지부와 블록 등으로 유기적으로 조직화되어 있을 때 공동의 필요와 염원을 실현하는 명실상부한 결사체가 되는 것이다.

"자치·참가·협동의 경영"이란 말은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이 진짜이게 하는 그들의 남다른 고민이 있다. 연수 내내 반복해서 듣던 말이다.

"조합원의 의견은 모두 옳다. 조직담당자가 이것을 잊으면 조합원은 주인이 될 수도 없고 되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해주는 운동을 해서는 안 된다. 부족하더라도 직접 하는 운동이 협동조합운동이고 주민 운동이다. 요구 추구운동에서 요구 실현운동으로!"

"운동이란 보이게 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지역주민의 삶, 조합원의 삶이 보이게 해야 한다. 조합활동도 지역주민과 조합원에게 보이게 해야 한다. 보이지 않으면 나누고 협동할 수 없다."

"협동조합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어야 한다. 많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나 전문가만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협동조합운동이 아니다."

이러한 조직화의 원칙을 요약한 것이 "자치·참가·협동의 경영"이다. 이 경영철학을 가지고 그들은 평화운동, 건강 만들기 운동, 1블록 1개호사업 만들기 운동, 1지부 1복지운동, CO2줄이기 운동, 1지부 1육아광장운동, 들러요 상담운동, 모두가 1000명의 직원소개운동을 펼쳐나간다. 특히 그들이 스스로 노벨평화상감이라고 말하는 치매환자의 공동생활가정인 그룹홈 나모의 사례는 "자치·참가·협동의 경영"의 진수를 보여준다.

협동의 길에서 막막해질 때 북극성처럼 빛나는 한마디

 2008년 대전민들레의료생협의 미나미의료생협 연수
 2008년 대전민들레의료생협의 미나미의료생협 연수
ⓒ 한국의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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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식이 아름답고 감동적인 인간의 만남을 보증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그런 협동조합을 직접 만나는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 결사체를 본질로 하는 협동조합의 협동조합다운 사업체 운영의 모범을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주저없이 2008년에 처음 만난 일본 나고야의 미나미의료생협을 꼽는다.

그들이 나를 만날 때마다 귀에 못이 박히게 되풀이하던 그들의 슬로건이 여전히 귀에 쟁쟁하다. 그들이 자신의 협동철학으로 자랑스러워하는 그 슬로건을 들으며 처음엔 단순히 의미심장하고 멋있는 슬로건이라고만 여겼다. 그러다 하루하루, 보다 많은 사람들과 만남이 깊어지며 알게 되었다. 그들이 그 슬로건을 주문 외우듯이 외우는 것은 그들도 협동하는 것이 여전히 힘겹기 때문이었다.

벌써 그들을 처음 만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마음에 살아있다. 한국에서 온 나를 보자마자 일본의 조선에 대한 지배와 침략의 역사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전라도, 충청도 등 백제문화권을 역사기행하며 일본의 마을과 유사함을 발견하며 자신들에게 문화를 전해준 사람들에게 결초보은하는 마음으로 한국인을 대하는 사람들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미나미의료생협을 위대한 협동조합으로 만든 것은 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식이 아니라 미나미의료생협 사람들, 바로 그 한 사람 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내게 들려준 슬로건, 내가 협동이 힘겹다고 여겨질 때, 협동의 길에서 막막해지고 헤매게 될 때 북극성처럼 빛나는 것이다.

"모두가 달라 모두가 좋다,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이 빛나는 마을 만들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부이사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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