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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의료영리화 문제가 전 국민의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즘, <오마이뉴스>와 한국의료협동조합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료의 공공성을 위한 '우리동네 주치의' 의료협동조합의 오늘과 내일의 모습을 함께 짚어 봅니다. [편집자말]
의료협동조합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시민들이 의료전문가와 더불어 직접 의료기관을 세우고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서 의료복지서비스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나선 지 벌써 20년이 지났다. 20년 전 안성에서 의료협동조합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의료복지 분야에서 시민참여 조직으로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누구도 상상 못했다.

시민참여형 의료협동조합은 현재 전국에 20여 개, 조합원은 아직 4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의료복지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조직으로 관심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민들이 원하는 의료공공성을 지켜줄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시민 참여가 없는 민주주의가 상실된 의료조직, 공익이라는 본래의 목표를 상실한 의료조직이 이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시민들이 의료협동조합에 새로운 희망을 거는 것이다.

공공병원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병원 문턱이 점점 높아지는 사이에, 정작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아야 할 시민들은 자살로 등 떠밀리고 있다. 지난 2월 송파구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 모녀의 비극은 사회안전망의 한계와 복지 사각지대를 드러낸 안타까운 사건이다.

이 계층 간 건강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이 1위라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시민들과 양심적인 의료인들이 의료공공성을 지켜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바로 의료협동조합이다.

국가에서 해주지 않는 의료공공성, 시민이 나섰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이 노인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대적 보건의료 요구들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일차의료 개혁을 통해서 보건의료의 효율성과 형평성 그리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해 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이 노인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를 경험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대적 보건의료 요구들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일차의료 개혁을 통해서 보건의료의 효율성과 형평성 그리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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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의사들이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며 대규모 의료 파업을 계획했다. 다행히 정부와의 협상으로 파업은 철회되었지만, 의료민영화 반대 목소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반대 목소리는 왜 더욱 더 큰 울림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는가?

당뇨를 앓고 있는 K씨는 집에서 가까운 일차의료병원 의사로부터 체계적인 당뇨관리를 받아야 하지만, 이러한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매번 종합병원을 찾을 수도 없다. 만약에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가 허용되면 종합병원을 이용하는 환자 부담은 더 늘어나 이마저도 찾기 어렵게 될 것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노인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이에 수반하는 의료비 상승과 의료서비스 질 문제가 보건의료 영역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만성질환의 질병부담은 전세계 사망 원인의 80% 차지한다. 매년 3600만 명이 만성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암, 당뇨병 등 4개 질병군이 만성질환 사망의 80% 차지한다.

국내에서도 인구 고령화,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만성질환이 늘었고 이로인한 사회적, 개인적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사망 원인의 82%는 만성질환에서 기인한다.

국내 만성질환 위험요인 유병률을 살펴보면, 흡연율은 27.2%(남 50.4%, 여 4.9%), 높은 혈압은 30.6%(남 33.3%, 여 28.0%), 높은 혈당은 6.3%(남 6.8%, 여 5.7%), 높은 콜레스테롤은 43.2%(남 42.2%, 여 44.1%), 과체중은 31.8%(남 34.3%, 여 29.2%), 비만은 7.7%(남 7.2%, 여 8.3%)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서는 1개 이상 만성질환 유병률이 42.5%를 보이고, 2개 이상 만성질환 유병률은 18.5%를 보일 정도로 만성질환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례적인 빠른 고령화, 보건의료비용 급증 예상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7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7%를 넘어 '고령화'에 진입, 2019년 노인인구가 14.4%로 '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의 진전이 단지 19년 만에 이루어지는, 전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빠른 고령화다. 지난 5년 전과 비교해보면, 총 인구는 3% 증가한 반면 고령인구는 총인구 증가율의 9배가 넘는 28%가 증가했다.

특별히 고령인구의 증가는 다가올 사회에 보건의료비용의 급증을 가져와 우리 사회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민의료비 지출 증가는 한국에서 매우 두드러진 현상인데,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의료비 증가 중에서도 노인의료비 증가는 전체 의료비 증가를 가져다주는 큰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1인당 의료비는 311만4000원으로 비노인층의 2.4배였다.

OECD 국가에서의 의료비 상승.
 OECD 국가에서의 의료비 상승.
ⓒ 한국의료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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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의료비는 1990년 10.8%에 불과하였으나 2000년 17.4%, 2002년 19.3%, 2005년 24.4%, 2008년 30.8%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치매나 신체장애로 치료 및 간호를 필요로 하는 고령자 수도 2003년 83만 명에서 2020년에는 159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동 기간 중에 노인의료비는 4배로 늘어 8조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이 노인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보건의료 요구들에 대응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일차의료 개혁을 통해서 보건의료의 효율성과 형평성 그리고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해 왔다. 급격히 증가하는 만성질환에 대한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응으로, OECD보고서는 '기존 급성기질환 치료 중심의 전문화, 분절화된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일차의료 중심으로 재편하고, 일차의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국내 공공의료는 OECD 의료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취약하다. 공공과 민간병상을 비교해볼 때 유독 우리나라만 공공병상 비율이 1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민간의료기관은 치료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할 뿐, 만성질환자와 고위험군에 대한 예방관리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병원들은 환자의 병원 방문을 유도하거나 환자 수를 늘리고 검사 및 약품처방을 늘림으로써 경영 위기에 대처해왔다.

일차의료의 새 희망, 의료협동조합
OECD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의사당 수진(진찰)횟수가 2배나 많고, 처방건 당 약의 개수는 OECD 국가들 평균에 비해 2배나 많다. 총 의료비 지출 중 약제비 지출 비중이 OECD 평균인 14.5%보다 훨씬 높은 25%를 차지했다.

의료기관의 비영리성 및 공공성의 약화로 시민들의 의료비 부담이 증가되는 것이 국내 의료제도의 큰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다. 원격의료 허용 역시 일차의료기관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실시할 경우, 3차의료기관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더욱 가속시킬 것이다.

최근의 의료 위기는 의료기관의 비영리성 및 공공성 약화, 일차의료의 몰락에서 기인한다. 의료협동조합은 이러한 상황에서 시민들과 의료인들이 협력하여 시민들의 요구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직접 생산해 낸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의료의 대안으로, 특히 일차의료의 새 희망으로 부각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인하대 의대교수이자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회장입니다.



태그:#의료민영화, #의료생협,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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