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천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질 더블 스토퍼가 한 경기에서 동시에 무너졌다. 소속팀은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둬 한숨을 돌렸지만 대표팀 사령탑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모로 생각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었을 류중일 삼성 감독의 하루였다.

3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3연전 두 번째 경기에서 양팀은 시종일관 엎치락뒤치락 하는 난타전을 펼친 끝에 삼성이 9-8로 재역전승 했다.

LG가 1회 5점을 선취하며 앞서 나갔지만 삼성이 2회 말 5점을 뽑아내며 반격하는 등 초반부터 6-6으로 팽팽한 경기가 이어졌다. 양팀의 선발투수인 LG 류제국(1이닝 5안타 3볼넷 6실점)과 윤성환(2이닝 7안타 2볼넷 6실점)이 모두 최악의 피칭 끝에 조기에 무너지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했다.

이후 불펜투수들의 선전으로 3회부터 투수전으로 바뀐 흐름이 팽팽하게 이어졌다. 양팀 합쳐 11이닝 연속 0의 행진이 이어지던 8회말 삼성이 나바로의 1타점 역전 2루타로 마침내 기나긴 무승부의 균형을 깨며 승기를 잡는 듯했다.

삼성은 9회 마무리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7-6, 1점차 리드에서 등판한 임창용은 투아웃까지 잡아내며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듯했으나 2사 1루에서 손주인에게 뜻밖의 역전 투런포를 얻어맞고 무너졌다. 손주인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홈런이 1개, 통산으로 쳐도 10시즌 간 단 5개의 홈런을 날린데 그친 장타자와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임창용의 시즌 7번째 블론세이브였다. 시즌 21세이브로 구원 부문 전체 2위에 올라있는 임창용이지만 블론세이브도 전체 1위다. 세이브 3개당 방화 1번씩을 저지르고 있는 셈. 더구나 자책점은 무려 5.23에 이른다. 9개 구단 전체 마무리 투수들을 아울러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이다.

시즌이 흐를수록 구위가 급격히 떨어지며 우려를 자아낸 임창용은 지난 22일 롯데전부터 4경기 연속 세이브를 기록하며 살아나는 듯했으나 이날 또다시 충격의 블론세이브를 저지르며 아시안게임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다행히 임창용은 타자들의 분발로 패전투수의 멍에는 피했다. LG는 8-7로 앞선 9회 이동현을 투입해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내고 마무리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1점차 리드에서 벌써 3일째 연투중인 마무리의 부담을 줄여두고 확실한 세이브를 챙기게 해주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게 야구였다. 믿었던 봉중근이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아내지 못하고 어처구니없게 무너졌다.

대타 이흥련과 김상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고, 나바로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순식간에 2사 만루의 위기를 초래한 봉중근은, 다시 대타 김헌곤을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몸에 맞는 볼을 던지며 밀어내기 동점을 허용했다. 마지막 타자인 채태인에게 풀카운트 접전 끝에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봉중근은 이날 다섯 타자를 상대로 아웃카운트 없이 3안타 2사구로 2실점. 시즌 4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자책점은 3.44로 올라갔다. 전날 삼성을 상대로 3년 연속 20세이브를 기록하며 기세를 높였던 봉중근은 하루 만에 어이없는 패배로 눈물까지 흘려야했다. 임창용은 다소 낯 뜨거운 구원승으로 시즌 5승(2패)째를 챙겼다.

임창용과 봉중근은 각각 상대팀인 LG와 삼성을 상대로 두 번씩의 블론세이브를 주고받으며 악연을 이어갔다. 류중일 감독은 부진한 성적 속에서도 두 선수를 나란히 마무리 후보로 대표팀 명단에 올렸다.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두 선수의 경륜과 후배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기대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표팀 명단이 발표된 지 3일도 되지 않아 류중일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최악의 방화를 선보이며 가뜩이나 말이 많은 선수선발에 대한 논란에 또 한 번 불을 지폈다.

그나마 전날 부진했던 또 다른 대표팀 불펜투수인 차우찬(삼성)이 이날은 3이닝 무실점으로 선방하여 역전승의 디딤돌을 놓은 게 류중일 감독에게는 다소 위안이 될 만했다. 약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최상의 불펜 운용에 관한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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