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의 한 장면

▲ 두 도시 이야기 의 한 장면 ⓒ 비오엠코리아


폐막을 일주일도 채 남기지 않은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9일 오후 7시 45분 돌연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 15분을 남기고 갑작스럽게 취소된 것.

작년 <헤드윅>의 조승우가 백암아트홀의 음향 사고로 마이크의 힘을 빌리지 않고 육성으로 공연한 적은 있었지만, 공연 자체가 임박해서 취소되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다. 뮤지컬을 기다리던 관객은 영문도 모른 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번 공연 취소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로 알려졌다.

제작사 비오엠코리아는 트위터를 통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찾아주신 관객 여러분께 갑작스런 공연 취소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제작사의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7월 29일 20시 공연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최대한 빠른 시간 내 환불 등의 처리가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조기 폐막하는 공연도 있다. <카페인>은 당초 9월 7일 막을 내릴 예정이었지만, 제작사가 한 달 앞당겨 8월 7일 막을 내린다고 밝혔다. <카페인>은 조성모, 2AM 이창민, SS501 김형준, 김기범, 틴탑 천지, 서하준, 현우 등 7명의 남자 주인공을 내세운 뮤지컬로, 한류 팬을 위해 일본어 자막을 삽입하기도 했다.

제작사 뮤지컬해븐은 <웨딩싱어> 이후 재정난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이후 뮤지컬계가 급속하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두 도시 이야기>는 정동하를 제외하고는 가수를 배우로 내세우지 않았고, 반대로 <카페인>은 뮤지컬 배우가 아닌 가수나 탤런트 7명을 캐스팅하였음에도 일찍 막을 내린다. 이는 뮤지컬계에 낀 거품이 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진단을 내리게 만든다.

브로드웨이에서 몇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막을 내리거나 현지 언론으로부터 차가운 반응을 받았던 뮤지컬, 심지어는 브로드웨이에 입성조차 하지 못한 해외 뮤지컬이 우리나라에서는 과대평가되어 들어오다 보니 해외에 지불하는 라이선스 비용에 거품이 끼는 건 당연한 일이다.

신작 뮤지컬은 계속 제작되는데 비해 제작사가 믿고 맡길 만한 일급 배우와 스태프는 한정되어 있다 보니 이들의 몸값도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진다. 이에 일부 제작사가 배우에게 지급할 임금을 체불하거나 아예 지불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는 게 요즘 뮤지컬계의 현실이다.

뮤지컬계의 불황은 내수 경기 침체도 한 몫을 담당한다.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는 VIP석을 관람코자 한다면 십만 원 이상의 티켓 가격을 감수해야 한다. 요즘과 같은 내수 침체에 회전문 관객이 아니고서는 뮤지컬 대신에 저렴한 공연이나 영화로 발길을 돌리기 쉽다.

계절은 중복을 넘어서서 더위가 절정에 달했지만 뮤지컬계의 속사정은 살을 에는 동장군과 같은 추운 계절을 관통하고 있다. 뮤지컬계가 공존할 수 있는, 제작사의 봄이 다시금 꽃피기 위해서는 그동안 뮤지컬계에 낀 거품이 꺼져야 한다. <카페인>과 <두 도시 이야기>의 경우는 뮤지컬계에 낀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생긴 진통인지라 안타까울 뿐이다.

두 도시 이야기 카페인 웨딩싱어 뮤지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