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오싹한 연애>는 이민기와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를 떠올리면 어떤 내용인가를 연상하기 쉬울 듯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귀신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여주인공 여리를 향해 조구라는 남자 마술사가 사랑으로 다가오는 이야기. 연극은 2D인 영화에 비해 4D로 관객의 비명을 먹고 자란다.

그도 그럴 것이, 연극은 불이 꺼지자마자 배우가 객석의 발목을 덥석 잡지 않나, 여자 가발이 관객의 머리 위를 스윽 하고 지나가는 식으로 관객의 심장을 덜컹 내려놓게 만드는지라 항상 관객의 비명이 떠나가지 않는다. 공포를 무대 위 배우의 연기로만 느끼지 않고 입체로 감상하기에 배가 되는 셈.

오싹한 연애 에서 여리를 연기하는 황선화

▲ 오싹한 연애 에서 여리를 연기하는 황선화 ⓒ 박정환


<오싹한 연애>에서 여주인공 여리를 연기하는 황선화는 죽는 것보다 공포영화를 보는 걸 싫어하는데도 공포영화 <아파트>를 이를 악물면서 보았다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인 배우 김동욱을 응원 차 찾은 공포영화였기 때문이다. 황선화는 함께 공부한 한예종 동기가 스무 명 안팎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김동욱 뿐만 아니라 모두가 가족 같이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는 의리파 배우였다.

공포영화도 제대로 못 보는 이 배우는 <오싹한 연애>에서 어떻게 하면 관객의 기대치를 채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한다. 무대에서 예쁜 척 하기보다는, 여자 관객의 공감을 자아내는 연기를 구가할 줄 알고 있었다.

"몸에 여자 가발 닿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요"

- 무서운 걸 싫어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로맨스 코미디와 호러가 섞인 <오싹한 연애>에 출연한다.
"영화를 연극으로 만드는 창작 초연작에 몇 번 출연한 적이 있다. 영화를 그대로 만드는 공연은 없다. 각색을 한다. 영화를 똑같이 무대화하지 않겠다는 연출가의 이야기를 듣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수락했다. 영화가 공포와 코미디의 조합이라면 연극은 두 남녀 귀신이 주인공 여리와 조구 곁에서 에피소드를 풀어가고 관객과 소통하는 점이 다르다."

- 주인공 조구가 마술사인지라 마술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남자 배우들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카드 연습을 열심히 했다.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아도 관객이 감탄할 수 있는 마술을 찾기 위해 배우들이 노력했다. 많은 마술을 접하고 시행착오를 겪은 다음에 무대에 올려서 평이 좋을 만한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손과 손 사이에서 카드를 띄우는 마술이 있다. 처음 보았을 때 '어떻게 한 거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신기했다. 알고 보니 제작비가 가장 저렴한 마술이었다."

- 중간에 엉덩방아를 찧는 장면이 리얼하다.
"연습할 때에는 팔걸이가 있는 의자에서 떨어지는 설정이었다. 의자 끝에 앉으면 엉덩이를 미끄러뜨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공연할 때의 의자는 각이 둥근 의자라, 미끄러지듯이 떨어질 수 없다. 엉덩방아를 피할 수가 없다."

'오싹한 연애' 황선화 "배우가 낚싯대에 여자 가발을 걸어놓고 관객을 놀라게 만들 때 관객만 놀라는 게 아니라 저도 놀란다. 깜깜하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여자 가발이 닿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 '오싹한 연애' 황선화 "배우가 낚싯대에 여자 가발을 걸어놓고 관객을 놀라게 만들 때 관객만 놀라는 게 아니라 저도 놀란다. 깜깜하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여자 가발이 닿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 박정환


- 관객의 비명 때문에 공연하다가 놀란 적이 있을 텐데.
"암전(무대 객석의 불이 꺼졌을 때) 때 관객의 발목을 잡고 놀라게 만드는 게 배우들의 몫이다. 회를 거듭할수록 배우들이 어떻게 하면 관객이 더 비명을 지르게 만들까 노력한다. 윙에 서 있을 때 아시바(철골 구조물) 위에 누가 있는 것 같아서 섬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거울 장면에서도 놀라지만, 배우가 낚싯대에 여자 가발을 걸어놓고 관객을 놀라게 만들 때 관객만 놀라는 게 아니라 저도 놀란다. 깜깜하니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여자 가발이 닿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

- 영화와 방송을 병행하고 있다.
"9월에 개봉예정인 영화 <카트>를 찍었다.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부당한 해고를 당했을 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과정을 그린 영화다. 해고노동자를 연기하는 언니들과 영화를 전개한다. <국제시장>에서는 극 중 황정민 선배님의 현재 역할에서 막내딸 역을 맡아 촬영했다."

오싹한 연애 황선화 김동욱 손예진 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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