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공개된 현아의 신곡 ‘빨개요’ 티저 영상 중 한 장면.

23일 공개된 현아의 신곡 ‘빨개요’ 티저 영상 중 한 장면. ⓒ 큐브엔터테인먼트


솔로 활동 복귀를 앞둔 그룹 포미닛의 현아가 23일 타이틀곡 '빨개요'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19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지만, 컴백을 앞둔 현아가 어떤 콘셉트로 돌아올 것인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상의를 벗고 원숭이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나, 노란 바나나를 부각시키는 장면, 그리고 현아의 눈빛 등에선 여러 가지 섹시 코드가 읽힌다. 그렇다. 이번에도 현아의 앨범 콘셉트는 'sexy'라는 한단어로 요약된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번 발표 예정인 솔로 미니앨범 3집까지 현아는 늘 같은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그룹 비스트의 장현승과 함께한 트러블메이커와 포미닛 완전체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다. 안무, 의상, 노래 가사 등 어느 것 하나도 '섹시'라는 단어를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할 만큼 현아의 활동은 철저하게 그녀의 섹시 이미지를 강조하고 또 소비하는데 맞춰져 왔다.

문제는 현아의 나이가 아직 스물셋밖에 안됐다는 데 있다. 앞으로 활동할 나날이 더 많은 이 어린 친구가 벌써부터 본인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섹시 이미지를 전부 소모해 버리면,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중은 어떤 자극을 통해 쾌락(즐거움)을 맛보고 나면, 더욱 큰 자극을 원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한번 굳어진 섹시 이미지는 쉽게 끊어낼 수가 없다. 오히려 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극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하는 굴레에 빠지게 된다. 노출은 더 심해질 것이며, 가사 역시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민망한 단어들이 빼곡하게 들어설 것이다.  스텔라의 엉덩이 노출, 그리고 피에스타의 쓰리썸 논란도 결국은 지나친 섹시 경쟁이 불러온 결과 아니던가.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섹시 콘셉트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른 걸그룹과 솔로 활동을 준비 중인 여가수 모두 섹시 콘셉트를 들고 나오는 마당에, 현아만 다른 걸 시도하기엔 분명 위험성이 따른다. 게다가 대중의 기대치라는 것도 있다. 어느 날 현아가 갑자기 청순한 이미지의 노래를 들고 나온 들 이에 호응해 줄 수 있는 대중이 과연 얼마나 될까.    

딜레마다. 특히 퍼포먼스로 승부를 봐야하는 현아의 경우엔 더 그렇다. 가창력이나 감성적인 노래로 다가갈 수 없으니, 남은 건 섹시 이미지의 수위를 높여 나가는 길 뿐이다. 하지만 이제 스물이 갓 넘은 여자 연예인에게 '패왕색기'란 별명을 붙여주고, 거기에 맞는 섹시 이미지를 요구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이번 새 앨범의 타이틀 곡 '빨개요'는 현재 현아가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빨개요'란 제목은 무척이나 애매모호하게 들린다. 발음에 따라 뜻이 달라지고, 어떤 목적어를 가져다 놓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되기도 한다. 성적인 코드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도 다분하다. 섹시 콘셉트에 맞춰 노이즈 마케팅을 의도한 거 아니냐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섹시 이미지에 갇히다 보니, 이런 불상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출을 통한 논란, 그리고 섹시 이미지를 통한 접근은 분명 짧은 활동 기간에 대중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는 않다. '빨개요' 티저가 공개 된 후 현아에게 쏟아지고 있는 일부 악플과 비난만 해도 그렇다. 이제는 현아가 그런 이미지를 즐겨서 그렇다는 루머마저 만들어지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컴백 전 논란을 통해 관심을 끌기 위한 소속사의 전략일수는 있겠다. 하지만 1, 2년 활동하고 말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조금 더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체 언제까지 섹시 콘셉트에 사로잡혀 소속 가수의 이미지를 소모시킬 것인가. 섹시라는 것은 그 사람의 매력 중 한 부분이 되어야지,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기획사의 보다 현명하고 멀리 보는 안목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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