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 반격의 서막>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 등 외화들의 전쟁 틈에서 '휴식' 같은 한국 영화가 오는 17일 개봉한다. <산타바바라>의 조성규 감독은 9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봄과 여름에 잘 어울리는 영화라 편하게 휴가 온 듯한 느낌으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감독의 말과는 달리 영화를 보고나니 영 어깨가 뻐근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도 찾을 수 없어 상영관을 나오면서 나눌 대화주제가 없었다. 그저 배우들은 영화에서 치열하게 연애만 했다. 일에 모든 걸 건 광고 AE 수경(윤진서 분)과 느긋하기만 한 음악 감독 정우(이상윤 분)의 조합은 어딘가 어색했다.

'썸' 타던 커플은 산타바바라에 왜 갔나?

 영화 <산타바바라> 포스터.

영화 <산타바바라> 포스터. ⓒ (주) 영화사 조제


우선 두 사람의 만남의 시작부터 뭔가 이상했다. 수경과 정우는 우연히 술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함께하게 된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조성규 감독은 "이 영화가 자연스러운 사람의 만남과 인간관계를 담고 있다"고 했지만, 수경과 정우는 부자연스러운 우연한 만남을 반복하게 된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정우가 우연히 맡은 일을 연이어 수경과 함께 하게된다. 이것이 어떻게 우연일 수 있을까. 그렇게 두 사람은 폴이라는 미국 음악가와의 작업을 위해 산타바바라라는 도시에 함께 간다. 하지만 영화의 내용상 두 사람은 일적으로도 굳이 산타바바라에 갈 필요가 없었다. 미국에 가서 두 사람이 한 일이라곤 정우의 동생 소영(이솜 분)을 돌보는 일과 꿈꿔왔던 장소에서 키스를 나누는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그저 조성규 감독의 개인적인 바람이 한껏 담긴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는 평소 <사이드웨이>라는 영화를 특히 좋아했고, 그 배경이 된 산타바바라를 직접 보고 매료되었단다. 조 감독은 그 도시에서 <사이드웨이>를 닮은 로맨스 영화를 찍고 싶었고, 와인과 영화를 즐기는 자신과 닮은 듯한 두 캐릭터 수경과 정우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개성 부족한 전형적인 주인공들...오히려 조연들이 빛나

 영화 <산타바바라>의 이솜(소영 역), 이상윤(정우 역), 윤진서(수경 역).

영화 <산타바바라>의 이솜(소영 역), 이상윤(정우 역), 윤진서(수경 역). ⓒ (주) 영화사 조제


특히 영화를 지루하게 만든 건 두 캐릭터의 부족한 개성이다. 완벽한 듯 하지만 한없이 여린 여자 주인공 수경, 허술하지만 낭만적인 남자 주인공 정우.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비밀을 공유하며 친해진다. 캐릭터도 흔한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공식을 따르고 있었고, 연애방식은 현실 연인들보다도 훨씬 더 평범하다.

하지만 오히려 두 사람의 주변인들이 그나마 영화에 맛을 살렸다. 그들이 저마다의 개성으로 툭툭 던지는 대사들이 경직된 관객을 웃게 했다. 수경의 직장동료는 '투 떰즈 업'(Two Thumbs Up, 두 손으로 엄지 손가락을 들고 칭찬하는 것) 등 어색한 영어를 쏟아내며 수경을 귀엽게 질투한다. 또 술에 취한 정우를 부축할 때 등장한 수경의 친구가 정우를 모텔에 함께 뉘이고선 '나도 피곤한데 같이 있다갈까?'라며 독특한 매력을 풍겼다.

하지만 모델 겸 배우 이솜의 활약은 아쉬웠다. 그의 등장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기대가 컸지만 흐름상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예쁜 얼굴과 다양한 패션으로 시선을 끌었을 뿐, 오히려 철없는 행동으로 답답하게 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산타바바라>가 도시의 독특한 느낌을 활용해 감각적이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그저 산타바바라라는 도시를 좋아하는 두 남녀가 '썸'을 타고 '연애'를 하게 되는 과정만을 담은 영화에서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분위기는 따뜻하고 로맨틱했지만 상영관을 나오는 마음까지 따뜻하지는 않았다.

산타바바라 이솜 윤진서 이상윤 조성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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