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검색창에 민영화를 치면, '민영화(privatization)'라는 단어가 나온다. 영어로 'rivatization'는 민영화를 뜻하는 동시에 '사영화'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실지로도 국가 및 정부가 소유하고 있던 공공기업에 대한 법적 소유권을 민간 사업자에게 넘기는 행위 일체가 '민(民)'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사(私)'를 위한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더욱 많다. 2013년 겨울, 철도 민영화 반대 열풍에서 시작된 논쟁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고, 영화 <블랙딜>은 이와 같은 시선들이 모여 맺은 결실이다.

크게 모자란 상영관 개수, 민영화에 대한 사람들 관심 필요

7월 3일, 전국적으로 몇 안 되는 상영관에서 영화 <블랙딜>이 개봉되었다. 8개의 도시에서  의사회를 통해 출발한 <블랙딜>. (주)인디플러그가 제작과 배급을 맡았지만, 상영관 확보는 녹록지 못한 실정이다. 서울 시내에 확보한 상영관의 개수는 채 15개에 미치지 못하고, 인천과 경기 지역 상영관 역시 5~6개에 불과하다. 개봉 12일 만에 관객 수 4백 만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트랜스포머4'가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에서만 14개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수서발 KTX를 두고 철도 민영화에 대한 논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블랙딜>이 관객들의 입소문을 탈 수 있는 좋은 조건으로 작용했다. 민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곧 <블랙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배급을 맡은 (주)인디플러그는 영화를 단체 관람하고자 하는 마을 공동체를 직접 찾아 장비를 설치하는 등 보다 더 영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민영화의 현주소를 찾아 나서다

영화 <블랙딜>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하나 던진다. 그 질문을 던지기 위해 민영화 1세대라 일컬어지는 영국, 칠레, 아르헨티나, 일본, 프랑스, 독일인들의 삶에 담담하게 접근해 나가며 보는 이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자 했고, 결과적으로 민영화의 심각성을 보다 현실감있게 견지시킨다.

 영국 전략철도청 홍보팀장이 민영화 이후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영국 전략철도청 홍보팀장이 민영화 이후 서비스의 질이 개선되었다는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인디플러그


영화 속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단순히 보여주기보다는 같은 쟁점에 대한 다른 시각을 대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민영화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 것인가와 관련해 좋은 견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 만한 부분이다. 민영화의 결과를 온 몸으로 부딪쳐 경험했을 '평범한' 국민의 의견과 민영화를 통해 공공 서비스의 질이 더욱 개선되었다 말하는 정부 관료자들, 그리고 민간 사업자들의 의견이 대조됨으로써 민영화가 개개인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지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으로 민영화를 이뤄냈다고 평가받는 일본의 경우를 통해서 우리나라 철도가 민영화 되었을 때에 나타날 문제점을 내다볼 수 있게 한 것은 효과적인 시도라 할만 하다. 민영화가 이뤄진다면, 도심과의 인접성이 매우 낮고 이용객 수가 적은 역들의 경우 노선의 운행 자체가 중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화 속의 일본 민간 철도회사 JR홋카이도의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수서발 KTX의 자회사 설립만으로 민영화가 끝날 것이라 담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는 역들의 운영을 중단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또한 마을의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공동체의 와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충분히 맞닥뜨릴 수 있다.

아르헨티나의 열차 기존에 일본에서 사용하던 열차를 수입한 것으로, 시설이 매우 노후한 상태이다.

▲ 아르헨티나의 열차 기존에 일본에서 사용하던 열차를 수입한 것으로, 시설이 매우 노후한 상태이다. ⓒ 인디플러그


철도 민영화의 폐해를 겪고 있는 또 다른 사례로는 아르헨티나가 등장한다. 아르헨티나는 철도가 민영화되면서 열차 사고율이 급격하게 증가한 나라. 여기저기 쓰레기가 널부러진 채로 운행하는 영화 속 철도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사익을 추구하기에 급급한 민간 회사는 회사의 청결을 유지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줄였고, 안전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완충기마저 사용한 지 30년이 넘은 상태다. 위험한 상태로 방치된 아르헨티나의 열차는 역 진입 시에 속도를 늦추도록 한 법안 하나만으로 위태위태하게 버티는 중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는 칠레의 교육 제도와 연금 문제를 꼬집고 있으며, 독일의 전력, 프랑스의 수도 서비스의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영화 말미에 칠레의 한 대학생이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역시 그들의 상황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저항하라는 한 청년의 바람을 뒤로 하고 영화는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

영화의 가장 마지막 장면에서 내래이션을 통해 마지막 질문이 들려온다. "당신의 공공재는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차례. 하지만 막상 순서가 다가오자 망설이게 된다. 과연 우리는 주변의 공공재에 대해 얼마 만큼의 관심을 가지고 있었을까. 민영화의 현 주소를 차분히 짚어오던 <블랙딜>은 '검은 거래'를 하는 이들을 방관한 우리의 태도를 차분하게 얘기한다.

지금 당장 나 자신의 이해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경우, 공공재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은 현저히 낮다. 그것이 지역 단위의 문제로 불거지거나 하지 않는 이상 많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의 공공재에 무관심하다. '검은 거래'를 지켜봐 온, 그리고 서비스 사용자로서의 태도로 썩 바람직한 태도는 못 된다. 영화 역시 그 이면을 꼬집었다.

정부 관료자와 민간 사업자가 민영화를 위해 검은 거래를 하는 동안 알지 못한 채 있다가, 검은 거래가 성사되고 나서야 뒤늦게 권리를 찾아 나서는 것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우리 자신의 주변에 대한 꾸준한 관심은 검은 거래를 지켜보는 매서운 눈이 될 수 있다. <블랙딜>은 검은 거래를 하는 사람의 태도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을 대조시키는 방식을 취하다가, 말미에는 사용자로서 우리의 방관하는 태도를 잘 짚어냈다.

'검은 거래'를 하는 사람과 지켜보는 사람 모두에게 경종을 울려줄 만한 영화 <블랙딜>. 많지 않은 상영관이지만 꾸준한 발길로 영화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가족 단위로 보러 가도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리뷰 블랙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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