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her) 그녀(her) 포스터

▲ 그녀(her) 그녀(her) 포스터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존 말코비치 되기>,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알려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새로운 영화 <그녀>를 들고 나왔다. 존즈 감독이 연출뿐만 아니라 직접 시나리오까진 쓴 영화 <그녀>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영화의 장르는 포스터가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SF로맨스다. 그것도 사람과 인공지능 OS(operating system)간의 사랑이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뭔가 쓸쓸함을 풍긴다. 처음에 주인공 테오도르가 성심껏 연애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로는 고객 대신 쓰는 대필편지다. 전문 대필가로 일하는 테오도르는 아내와 1년 가까이 별거하며 이혼준비 중인 외로운 남자다. 퇴근 후에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낯선 여인과 허무한 폰섹스를 하며 잠이 든다.

그녀(her) 그녀(her)의 한 장면. 최첨단 미래도시지만 개인으로서는 쓸쓸하다.

▲ 그녀(her) 그녀(her)의 한 장면. 최첨단 미래도시지만 개인으로서는 쓸쓸하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무엇보다 영화는 배경음을 삭제함으로써 그 쓸쓸함을 가중시켰다. 주인공들의 대화만 들릴 뿐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자동차 소리는 들리지 않아 개인과 개인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OS, 사만다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연기된 OS, 사만다는 그런 테오도르에게 사람보다도 더 사람같은 존재다. 테오도르가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만다의 명랑한 첫 인사에 테오도르는 처음 만나는 진짜(?) 사람을 대하듯 어색하게 "hi"라고 답한다. 그러나 사만다의 낙천적인 성격과 자신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주는 모습에 점점 사랑을 느낀다.

연출기법도 그 과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처음에는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대화 장면이 전체 컷이나 바스트 컷으로 나오지만 테오도르가 마음을 여는 장면부터는 얼굴만 클로즈업 된다. 둘 사이 관계의 흐름에 따라 화면구성을 다르게 한 것이다.

그녀(her) 그녀(her)의 한 장면. OS 사만다를 만난 후 테오도르는 사랑에 행복하다.

▲ 그녀(her) 그녀(her)의 한 장면. OS 사만다를 만난 후 테오도르는 사랑에 행복하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사만다를 사랑하는 과정을 통해 사랑을 다시 배우는 테오도르

테오도르는 자기중심적인 사랑을 하는 남자다. 전 부인 캐서린과의 이혼도 대내외적으로 성장하는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한데다 그런 감정 역시 표현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관계를 통해 자기중심을 허무는 사랑을 배운다.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사만다의 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의 사랑도 끝내 이루어지지는 못한다. 사람과 같은 인격을 가졌지만 계속 성장해야만 하는 OS라는 정체성 때문에 그녀는 테오도르 곁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녀(her) 그녀(her)의 한 장면. 사만다는 성장해야 하는 OS 본연의 속성 때문에 사랑하는 테오도르를 떠난다.

▲ 그녀(her) 그녀(her)의 한 장면. 사만다는 성장해야 하는 OS 본연의 속성 때문에 사랑하는 테오도르를 떠난다. ⓒ 유니버설픽쳐스인터내셔널코리아


사랑에 빠졌던 순간과 다른 당신을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상대의 어떤 좋은 면을 보고 사랑에 빠질 때가 많다. 그러다 내가 처음 생각한 모습과 다르다고 느끼면 이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헤어진다. 사랑의 초입단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사랑이 깊어지고 상대가 서로 성장하는 만큼 변하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묻고 있다. 당신은 그래도 상대방을 사랑할 수 있는지를. 성장하는 상대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모습도 사랑할 수 있는지를 말이다. 자기중심적 사랑이 아닌 자기를 비우는 사랑을 이 영화에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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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사회에 평범한 신입아빠, 직장인인 연응찬이라고 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바라보는 사회가 정말로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고 공감하는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평범한 눈과 자세로 세상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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