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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을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로 나눴다고 할 정도로 큰 획을 그었다. 기자들은 '기레기'를 넘어 '흡혈귀' 같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KBS는 길환영 사장이 보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KBS 양대노조를 비롯해 90%의 구성원들이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또한 KBS 이사회는 오는 5일 이사회를 열어 길 사장 해임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에 언론개혁시민연대(아래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총장을 만나 KBS를 비롯한 언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추 사무총장은 "KBS의 독립성이 훼손된,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들이 드러난 상황에서 내부구성원들의 선택지는 파업일 수밖에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KBS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MBC 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에 대해 추 사무총장은 "KBS 파업의 성과가 좋은 방향으로 흐르면 MBC의 동력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견인해낼 수 있기 때문에 MBC에게 무조건 KBS와 연대파업을 하라는 것은 유일한 해법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연대는 계속해서 '종편 퇴출'을 주장해 왔다. 세월호 보도에서 JTBC가 두각을 보이면서 종편 퇴출 주장이 힘을 잃고 있는 상황을 언론연대는 어떻게 볼까. 추 사무총장은 "종편 규제 도입에 대한 실패는 두고두고 지적을 하겠지만 규제 도입을 원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서 '방송이 아닌 방송은 퇴출'로 운동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지난 5월 30일 추혜선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사망선고' 받은 길 사장 해임이 KBS 문제 해결 시작"

추혜선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
 추혜선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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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이사회가 길환영 사장의 해임안 표결을 6월 5일로 연기했고 KBS 양대노조는 5월 29일 함께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KBS 두 노조의 파업은 당연한 선택지라고 봅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보도, 재난 주관 방송사로의 역할을 못한 부분과 '왜 그랬는가'라는 원인에 대해서 각각의 사실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KBS의 독립성이 훼손된,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한 증거들이 드러난 상황에서 내부구성원들의 선택지는 파업일 수밖에 없죠."

- 이사회가 표결을 연기한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여러 정치적 상황이 맞물려 있다고 봐요. 이사회에서 표결이 연기된 이유를 보면 청와대에서는 길 사장이 지방선거 전까지는 버텨 줘야 한다는, 드러나지 않는 암묵적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이사회를 지배하는 다수의 여권이사들이 이것을 하나의 방어전술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면전환용 정부조직 개편이 진행 중이고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를 여야가 은근히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길 사장이 KBS 문제를 가지고 버티는 게 청와대로 가는 분노에서 쿠션 작용을 할 수 있죠. 이런 부분에서 시간끌기라고 보입니다."

- 6월 5일 이사회에서 길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될 가능성을 높게 보세요?
"글쎄요. 그건 봐야 되는데 길 사장의 해임만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길 사장은 이미 정치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은 사람이에요. 길 사장은 자기가 임명한 간부들마저 보직사퇴를 한 상황에서 사장의 직무를 수행할 수가 없어요. 그럼 길 사장이 왜 버티는가. 정권에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해야 하는 책무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래서 5일 이사회에서 길 사장을 해임한다면 정권의 길 사장 쓰임새는 끝났다고 읽혀질 수밖에 없어요. 다만 KBS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은 길 사장의 해임이라는 것은 명백합니다."

- 그동안 정부의 언론장악 문제에 대해 KBS는 언론노조 KBS 본부, 즉 새노조를 중심으로 투쟁했으나 이번엔 1노조를 포함한 대부분의 KBS 구성원이 동참하는 원인을 뭐라고 보세요?
"이것은 KBS 내부의 진영을 나눌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1노조가 새노조와 결을 달리 대응한다면 정치적인 집단으로 낙인 찍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그래서 1노조도 다른 선택지가 없을 수밖에 없고, 각각 구성원들 간의 결은 다르겠지만 길 사장 사퇴에 대한 부분은 당연히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공동의 목표로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 같아요."

- 일단 이사회 결과를 봐야겠지만 길 사장 해임안 처리 이후 KBS 사태가 어떻게 전개 될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형식적으로는 현 이사회에서 새 사장을 추천해야합니다. 권력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제도적인 장치와 더불어 보도의 공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구성원들의 의지 등 총체적 개혁 방안들이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합니다."

- MBC처럼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현 지배구조 내에서는 '제2의 길환영'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후임자가 누구냐에 따라 MBC를 따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요, 우선 KBS 사장 인사청문회를 길 사장 후임부터 적용시키는 게 입법 취지를 살리는 거라고 봅니다. 한계가 있겠지만 있는 제도를 총동원하고 저항으로 막아내야죠."

- 만약 길 사장이 해임되지 않아 파업이 장기화되면 시측이 시용기자를 채용할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데.
"최악의 상황이죠. 막아야죠. MBC처럼 되면 언론을 완전히 침몰시키는 행위예요. 권력이 작정하고 KBS마저 그런다면 정권 자체가 침몰하는 명운을 맞을 수밖에 없어요. 참을 만큼 참고 분노가 차 있는데 그건 대다수 국민에 대한 정권의 선전포고로 보입니다."

종편퇴출, '방송 아닌 방송 퇴출'로 운동 방향 잡아야

추혜선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
 추혜선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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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는 수신료 인상 문제가 있어요. 이와 괸련해서 추 사무총장은 한 토론회에서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폭로 전문을 읽으면서 KBS의 인적 청산의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깨달았다"며 "제대로 인적 청산을 이루지 않는다면 수신료 상정안은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셨어요.
"내부적으로 KBS가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인적청산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김 전 국장의 폭로 전문을 읽으면서 보도국 체제 안에서 정권에 부역하고 있는 인적 구성원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드러났다고 평가를 했어요. 그게 사장의 지시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노골화되어 있고 습관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과 자사의 이익만을 위하는 반 시민, 반 시청자 집단이라는 판단이 들었어요.

수신료 인상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 상황에서 언제든지 여야가 이른바 '정략적 합의'라는 야합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 18대 국회 수신료 인상안 처리 과정에서 보인 KBS의 행태는 시민, 시청자가 대의해 준 권력을 자사의 이익을 위한 무기로 사용했습니다. 수신료는 시민권력을 상징하는 유일한 수단입니다. 이에 대해 정략적으로 혹은 적당하게 타협하거나 굴복한다면 안 됩니다. 이 부분들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권력에 줄타기하는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공영방송에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럼 수신료는 어떻게 될 것으로 보세요?
"앞서 말했듯이 정략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어요. 뭐냐면 야당은 형식적으로 반대를 하다가 암묵적인 날치기 동조로 그림을 완성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수신료가 정치적으로 휘둘리기 때문에 그 요소를 없애자는 주장을 가지고 '선 수신료 후 KBS 정상화' 등 여러 가지 정치적 수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어떤 것도 건강하다고 볼 수 없는 것이고 그 부분은 분명히 저지를 해야죠.

수신료라는 건 공론장을 위한 가장 순결한 재원이 되어야 합니다. 수신료를 인상하는 과정이 지난할지라도 민주적이어야 하고 명분과 절차에 합당하게 절차를 밟아야 인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번 수신료 인상과정을 보면 날치기의 연속이었고 KBS가 제시한 인상안은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야합으로 인상이 이뤄진다면 금액에 상관없이 말이 안 된다는 게 시민사회 공동적인 입장인 거 같아요."

- KBS 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에 비해 MBC 노조는 움직임이 적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MBC 문제를 'KBS는 이렇게 동력을 가지고 파업을 하는데 MBC 노조는 뭐하나?'라는 식으로 풀면 답이 없습니다. 처참해진 MBC 문제의 해법을 찾기란 쉽지가 않아요. 우리가 MBC의 불법적인 요소들을 하나하나 기억하고 기록해 내는 활동들과 더불어서 MBC 노조와 미약할지라도 진정어린 연대를 다시 다지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현 규제체제에서 지배구조 개선 등의 제도적인 개혁은 MBC도 동일하게 적용을 받기 때문에 KBS 파업의 성과가 정말 건강하고 뭔가 이뤄질 수 있는 방향으로 흐른다면 MBC의 동력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견인해낼 수 있다고 생각입니다. 그래서 MBC에게 무조건 KBS와 연대파업을 하라는 것은 유일한 해법이 아닌 것 같아요."

- 세월호 참사는 한국 언론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세월호 참사보도와 함께 우리 언론도 침몰했다는 성찰이 메아리 치고 있습니다. 세월호 보도에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작용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김시곤 전 국장의 폭로로 권력과 언론의 매우 일상적인 작용을 확인했고요. 슬퍼하기에도 버거운 세월호 유족들이 팽목항 현장과 언론 보도가 너무 달라서 제대로 보도할 언론사를 직접 섭외를 해야 할 지경까지 왔다는 것은 제도 언론의 처참한 현실을 드러낸 겁니다."

- 세월호 보도에서 JTBC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무조건 종편 퇴출 주장을 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있어요. 이와 관련해서 추 사무총장은 "종편반대 명분을 잃게 만든 건 지상파3사다. 공영방송은 공론장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며 정치 환경에 무력하게 장악됐다"고 비판하셨어요. 그러면 종편 퇴출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언론연대가 행정 소송을 통해 종편승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불법 탈법으로 4개의 종편을 승인해 준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방송시장과 환경을 무력하고 혼란스럽게 만든 원인은 종편의 과도한 도입에 있고, 이를 되돌리지 않으면 무력함과 혼란은 지속 가능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기울어진 공론장 속에서 감시견이 되고 있는 언론은 제도권에서는 JTBC를 꼽을 겁니다. 세월호 참사보도를 거치면서 공고해지는 것 같고요. 종편 규제 도입에 대한 실패는 두고두고 지적을 하겠지만 규제 도입을 원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현실에서 '방송이 아닌 방송은 퇴출'로 운동의 방향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 현재 JTBC는 손석희 사장이 있기 때문이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것 아닌가요?
"'삼성 방송이기 때문에 믿을 수 없고 손 사장이 나가면 언제든 바꿀 수 있다'는 건데 저는 역으로 손 사장을 영입한 것도 자본 고도의 틈새전략이라고 생각해요. 종편 4개가 시장의 포화상태에서 풀어졌고 특혜를 연장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MB정권의 방송장악으로 공론장이 붕괴되었을 때 그 역할을 대행했다는 명분은 사회적 퇴출 요구를 잠재울 수 있는 강력한 카드이겠죠.

자본의 세련된 선택이 손석희의 영입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자본이 취사선택하는 기준은 상품성입니다. 미디어의 상품은 대중이 만드는 것인데 손석희 뉴스가 지속 가능하게 해 주는 힘 또한 미디어를 소비하는 대중의 응답일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추혜선, #언론개혁 시민연대,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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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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