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한 장면.

영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엑스맨> 프랜차이즈는 2000년에 시작되었다. 1편의 연출은 브라이언 싱어가 맡았다. 그로부터 14년 후, 감독은 돌고 돌아 다시 브라이언 싱어가 메가폰을 잡고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이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가 개봉했다. 사실 10년이면 강산만 바뀌는 게 아니다. 14년의 세월은 리부트(reboot·전작의 연속성을 거부하고 시리즈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새롭게 만드는 것)가 2번은 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실제로 2002년에 개봉했던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2002)시리즈는 딱 10년 만에 마크 웹 감독에 의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으로 리부트됐다. 마지막 시리즈인 <스파이더맨3>(2007)를 기준으로 하면 5년만의 리부트다.

비슷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배우 조지 클루니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시원하게 '말아먹은' <배트맨과 로빈>(1997)이 개봉한 지 8년이 지난 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3부작·2005~2012)로 리부트됐다. 심지어 배트맨은 2016년에 잭 스나이더의 <배트맨 vs 슈퍼맨>으로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시작한다.

또, 솜털 보송한 크리스 에반스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판타스틱 4>(2005)는 2007년 두 번째 시리즈 <판타스틱 4: 실버 서퍼의 위협>을 내놓는 것을 끝으로, 2015년에는 조쉬 트랭크 감독(<크로니클> 연출)에 의해 리부트된다.

세계관 유지하면서 시리즈 발전시켜 온 <엑스맨>

이렇듯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던 타 히어로 시리즈물과 비교해 볼 때 <엑스맨>의 꾸준함은 도드라져 보인다. 긴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세계관은 마모되지 않고 도리어 발전과 확장을 거듭해왔다.

울버린을 솔로 주연으로 내세운 스핀오프를 두 편(<엑스맨 탄생: 울버린>, <더 울버린>)이나 만들고, 찰스와 매그니토의 과거 젊은 시절을 다룬 프리퀄(<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도 제작하며 시리즈의 타임라인을 연장시켰다. 리부트를 해 기존의 이야기는 싹 엎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쉬운 길을 택하는 대신, <엑스맨>은 온고지신의 집요함으로 전작들의 유산을 기우고 때우며 그 위에 차곡차곡 시리즈의 금자탑을 쌓아갔다.

또한 울버린, 매그니토, 찰스자비에, 스톰, 진 그레이, 스콧, 로그, 바비 등의 메인 캐릭터를 맡은 A급 배우들이 이탈하지 않고 근작에도 합류함으로써 스토리뿐 아니라 전체 영화의 외관에서도 시리즈의 연속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그것이 감독의 역량이었든, 제작사의 집념이었든 간에 기릴 만한 멀티캐스팅의 업적이다.

이러한 유구한 전통을 차치하더라도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이 자체로 완성도 높은 작품이다.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엑스맨들의 분투가 예전 자신들의 과오를 바로잡으려는 반성과 돌이킴의 몸부림이기에 더욱 눈물겹고 안쓰럽다.

절망하는 과거의 찰스와 희망을 부여잡는 미래의 찰스가 만나서 대화하는 장면은 디지털 CG가 만들어낼 수 없는 진한 아날로그적 감동을 선사한다. 애초의 계획이 틀어지고 문제가 꼬여만 가는 갑갑한 상황 속에서 '원래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어'라는 운명론적 포기를 포기하고 한 발자국을 더 내딛는 용기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얻어지는지를 엑스맨들의 싸움에서 절절히 느낄 수 있다.

좋은 영화는 장르를 불문하고 인간 삶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여 극화시킬 줄 안다.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그러한 미덕을 갖췄다. 그래서 설령 전작들을 보지 못했더라도 영화에 몰입하여 울고 웃는 데 큰 지장은 없다.

외려 중간 중간 이전 시리즈의 내용들과 교차하는 부분에 대해 궁금증이 들고 각 캐릭터의 사연을 찾아보고픈 열정이 가득해질 가능성이 크다. 또 만약 이전 시리즈를 섭렵한 팬이라면, 영화의 마지막에 찰스 영재학교를 수놓는 엑스맨들의 군상으로부터 뜻밖의 깊은 안도감과 행복을 누릴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pellicks513)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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