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가 오랜만에 힘차게 날개를 펼쳤다. 시즌 개막 후 첫 연승이다. 게다가 2경기 모두 접전 끝에 거둔 한 점차 승리였기에 팬들은 더욱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화 연승의 일등공신은 단연 신인 투수 최영환이었다. 토요일 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던 최영환은 일요일에도 2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틀 동안 데뷔 첫 승리와 첫 세이브를 모두 챙기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하지만 최영환의 역투를 마냥 좋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현재 한화는 구위가 좋은 특정 투수에게 많은 경기와 많은 이닝을 맡기는 소위 '80년대식 투수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경기서 윤규진 95개-최영환 65개 던져야 하는 한화 불펜

시즌이 개막할 때만 해도 한화의 마무리는 송창식이었다. 송창식은 2012년과 작년 나란히 70이닝을 넘게 소화하며 각각 2.91과 3.42라는 준수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검증된 불펜 투수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패전투수가 되며 찝찝하게 시즌을 출발했던 송창식은 10일부터 13일까지 4일 동안 세 번이나 마운드에 올라 64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 아닌 투혼을 발휘했다.

송창식과 함께 더블스토퍼로 활약해주길 기대했던 김혁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혁민은 8일부터 11일까지 4일 동안 세 번이나 마운드에 올랐고 15일 KIA타이거즈전에서 패전, 19일 LG트윈스전에서 연속 3안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다음 날 곧바로 2군에 내려 갔다.

16일 KIA전에서는 '늦깎이 유망주' 윤규진이 희생양(?)이었다. 윤규진은 4회 선발 케일럽 클레이 대신 마운드에 올라 5.1이닝 동안 8탈삼진 무실점으로 103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맛봤다.

이 경기를 통해 윤규진은 추격조에서 필승조로 신분이 상승했지만 필승조로서는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일 LG전에 등판한 윤규진은 3점의 리드에서 정성훈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추격을 허용했다. 윤규진은 지난 주 2경기에서 무려 95개의 공을 던졌다.

주말 연승의 주역 최영환 역시 이틀 동안 3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1승 1세이브를 챙겼지만 투구수가 65개에 이를 정도로 많은 공을 던졌다. 최영환은 20일 경기에서 조쉬 벨에게 홈런을 맞은 후 급격하게 흔들렸지만 한화 벤치는 끝내 최영환을 내리지 않았다.

이제 14% 소화, 장기 레이스 위해 불펜 투수들 체력 관리 필수

프로야구 초창기만 해도 주력 투수들이 보직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때문에 최동원, 선동열, 한희민 등 주로 선발 투수로 활약했던 각 팀의 에이스들이 매년 5개 정도의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가 세분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이후부터는 선발과 불펜의 구분이 확실해졌다. 여기에 불펜도 필승조, 추격조, 원포인트 릴리프, 셋업맨, 마무리 등으로 더욱 전문화되고 있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의 투수운용엔 불펜의 전문화 따위는 찾아 볼 수 없다. 한화는 마치 매 경기가 포스트시즌인 것처럼 그날 대기하고 있는 투수들을 총동원한다. 그렇게 투수들을 소모하다가 패하기라도 하면 당연히 다음 경기까지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물론 매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화는 이제 고작 18경기를 치렀을 뿐이고 아직 시즌은 80% 이상 남았다. 투수들의 체력을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시즌이 거듭될수록 과부하가 걸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지난 주 많은 공을 던졌던 윤규진은 2년 간의 군복무를 마친 후 첫 시즌인 데다가 과거에도 이미 혹사로 인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전력이 있다. 프로에서 첫 시즌을 맞는 신인 최영환이 느낄 부담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외국인 투수 클레이와 앤드류 앨버스, 영건 좌완 듀오 유창식과 송창현이 지키는 한화의 선발진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한화가 올 시즌 진정한 다크호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어지러운 불펜진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제 한화 마운드엔 구대성 같은 불펜의 '만능열쇠'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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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최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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