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왕' 유희관이 완봉에 가까운 호투로 작년 한국시리즈의 아쉬움을 달랬다.

두산 베어스의 좌완 투수 유희관은 15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 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경기에서 8.2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유희관은 두산 선발진 중 가장 먼저 2승을 챙기면서 올 시즌 팀 내 에이스로 발돋움하고 있다. 경기는 마운드를 지배한 유희관과 3안타 2타점을 폭발한 민병헌의 활약에 힘입어 두산이 4-1로 승리했다.

느린 공으로 돌풍 일으킨 유희관, 한국시리즈 부진 '옥에 티'

유희관은 작년 시즌 '느림의 미학'으로 프로야구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유희관은 시속 135km 내외의 느린 공을 가지고도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영리한 투구로 시즌 10승을 챙겼다.

유희관의 활약은 포스트시즌에서 더욱 빛났다. 준플레이오프 2경기와 플레이오프 1경기에서 21.1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0.84)이라는 눈부신 투구를 펼친 유희관은 큰 경기에서 더욱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거칠 것이 없었던 유희관의 기세는 삼성과 만난 한국시리즈에서 한풀 꺾이고 말았다. 원정에서 2승을 따내며 기세를 올린 두산은 시리즈 3차전에서 유희관을 내세웠다.

하지만 유희관은 4회 2점을 내준 후 갑작스럽게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두산의 코칭스태프가 판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유희관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마운드에 올라온 것으로 간주됐기 때문이다. 코칭스태프가 한 이닝에 마운드에 두 번 오르면 마운드에 있는 투수를 교체해야 한다.

결국 두산은 유희관이 조기강판된 경기에서 2-3으로 패하며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끌려 가게 됐다. 두산은 시리즈의 고비마다 유희관을 불펜으로 투입할 순간이 있었지만 김진욱 감독은 최후의 히든 카드로 유희관을 아껴뒀다.

하지만 유희관은 마지막 순간에 웃지 못했다. 한국시리즈 7차전에 선발 등판한 유희관은 2-1로 앞선 5회 1사 만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 왔다. 결국 두산은 3-7로 역전패를 당했고 유희관의 생애 첫 한국시리즈는 커다란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평균자책점 6위-이닝 2위, 작년보다 더 단단해진 유희관

작년 두산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유희관은 2600만 원이었던 연봉이 1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무려 285%가 인상된 금액으로 두산 구단 역대 최고 인상률 기록을 경신했다.

새 시즌을 맞는 유희관은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았다. 강한 구위를 갖지 못한 채 좋은 성적을 올렸던 투수들은 시즌이 바뀌고 상대 타자들의 눈에 익숙해지다 보면 난타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희관은 작년보다 더욱 노련해진 투구로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깨끗하게 씻어냈다. 시즌 3경기에서 2승을 챙긴 유희관은 평균자책점 6위(2.11), 이닝 2위(21.1이닝)를 달리며 실질적인 두산의 에이스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15일 삼성전은 유희관의 진가가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8.2이닝 동안 30타자를 상대로 116개의 공을 던진 유희관은 9회 2사까지 삼성 타선을 단 1피안타 2볼넷으로 꽁꽁 묶었다.

9회 2사 후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던진 공이 가운데로 몰리지만 않았어도 생애 첫 완봉을 따낼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사실상 완봉에 가까운 역투를 펼쳤음에도 유희관은 언제나 그랬듯 호투의 공로를 포수 양의지에게 돌렸다.

유희관은 작년 시즌 느린 공을 무기로 돌풍을 일으킬 때도 2014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꾸준한 활약을 하고 싶다는 의미였다. 유희관의 공은 여전히 느리다. 앞으로도 유희관의 구속이 갑자기 빨라질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희관이 마운드에서 내뿜는 존재감은 그 어떤 강속구 투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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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유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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