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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70~80대의 어르신들이 레미콘 공장 저지를 위해 공주시청 입구에서 농성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70~80대의 어르신들이 레미콘 공장 저지를 위해 공주시청 입구에서 농성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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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청 앞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오늘(15일)까지 70~80대의 어르신들이 레미콘 공장 저지를 위해 여섯 차례 집회를 하고 있다.
 충남 공주시청 앞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오늘(15일)까지 70~80대의 어르신들이 레미콘 공장 저지를 위해 여섯 차례 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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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분진은 공기역학적 직경이 0.05~5.0㎛ 수준인 미세한 호흡성 분진으로서 노출 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시멘트 분진에 노출된 근로자와 공장이 위치한 인근 주민들은 만성비염, 만성 기관지염의 질환을 겪을 수 있다는 논문(대한산업의학지 '영월 시멘트공장 인근 주민에게서의 진폐증 집단 발생 사례보고')이 발표된 바 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는 75가구 80여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산촌마을이다. 동곡요양원과 명주원(장애인생활시설)이 마을에 생기면서 주민등록상으로는 412명이 거주한다. 20년 전쯤에 들어선 레미콘 공장에서 날아오는 비산먼지와 소음, 진동에 주민들은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런 곳에 2010년 골재선별 파쇄공장(일명: 돌 공장)이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고통에 심해졌다.

사업자는 지난 1월 17일 업종 변경 및 공장증설(현재 3874㎡, 비금속광물 분쇄물 생산업 변경 7957㎡ 규모에 1467㎡의 부대시설, 레미콘 제조업)을 신청하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주민들은 공주시청 정문 앞에서 지난달 24일부터 오늘(15일)까지 여섯 차례 집회를 하고 "레미콘 공장과 돌 공장 때문에 한여름에도 창문도 못 열고 방안에 수북이 쌓인 돌가루 때문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쓸고 닦는다"며 "건강상에 문제까지 생기면서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관련 기사: 레미콘 공장의 돌가루 탓에 창문도 못 연다).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세 개의 공장 때문에 숨쉬기도 거북하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마을 입구에 행단보도가 있지만, 과속으로 달리는 레미콘 차량으로 인해 주민들은 늘 교통사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리고 도로에는 공장에서 날아온 시멘트와 돌가루 등으로 먼지가 가득했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마을 입구에 행단보도가 있지만, 과속으로 달리는 레미콘 차량으로 인해 주민들은 늘 교통사고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리고 도로에는 공장에서 날아온 시멘트와 돌가루 등으로 먼지가 가득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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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우려하는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기자가 직접 주민들을 따라 나섰다. 마을로 접어드는 고갯길에 이르자 대형레미콘 차량과 자갈을 실은 차량이 뽀얀 먼지를 날리며 줄지어 달려온다. 공장과 100m 떨어진 마을회관에서도 소음과 진동이 느껴진다.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돌가루에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였다.

기자가 왔다는 소식을 접한 어르신들이 몰려왔다. 한 할아버지는 "1년 농사를 준비해야 하는 바쁜 시기에 고추·참깨 모종도 준비해야 하는데 (레미콘) 그놈의 공장이 들어온다는 얘기에 새벽밥 먹고 나가서 데모를 하느라 농사일도 뒷전"이라며 "(사업자) 자기 혼자 돈 벌어 먹고 살겠다고 다 늙은 사람들은 죽어도 괜찮다는 것인지"라며 비난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마을을 둘러싸고 세 개의 공장이 병풍처럼 둘러쌓여 숨쉬기도 거북하다"며 "햇살이 좋아도 장독 뚜껑도 열지 못하고 빨래하나 밖에 널지 못 한다"고 말했다.

박기우(여 73) 할머니가 항아리를 닦고 계신다. 마을 앞에 병풍처럼 두 개의 레미콘 공장과 돌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 0 돌 공장
 박기우(여 73) 할머니가 항아리를 닦고 계신다. 마을 앞에 병풍처럼 두 개의 레미콘 공장과 돌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레미콘 공장, 0 돌 공장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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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닦았다는 항아리 뚜껑 하나를 닦았을 뿐인데 까만 분진이 묻어 나온다.
 아침에 닦았다는 항아리 뚜껑 하나를 닦았을 뿐인데 까만 분진이 묻어 나온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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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앉아 계시던 박기우(여 73) 할머니가 내 손을 잡아 본인의 집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수건하나 들고 오시더니 장독을 닦으시며 "아침에 닦았는데 이것 좀 보라"며 손수건을 내밀었다. 내민 손수건엔 까만 돌가루가 묻어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시던 할아버지(80)는 "나는 폐가 안 좋아서 대전으로 병원을 다녔다"며 "할매도 늘 감기를 달고 살고 숨쉬기가 힘들다고 눕지도 못해서 앉아서 밤을 꼬박 새우고 있다, 마을에 환자가 천지다"라며 눈물까지 보였다.

주민들이 돌 공장으로 간다는 말에 따라 나섰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여름에 공장에서 인근의 논과 밭을 임대하여 허가도 취하지 않고 공장으로 불법사용하고 있어서 시에 고발했다고 한다.

주민의 연락을 받고 온 공주시 농업기술센터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돌아보고 있었다. 사업자도 나와 있었다. 주민 성은무씨는 "공장에 물을 뿌리지 않아서 돌가루가 날리고 공장에 드나드는 차량도 세륜 시설을 통하지 않고 우회해서 다니고 있다"고 손으로 가리켰다. 귓전을 때리는 소음만큼이나 심각할 정도로 먼지가 날리고 있었다. 공장의 외부는 여기저기 찢기고 떨어져 나간 시설물 때문에 폭탄 맞은 폐허 같았다. 

"주민들의 건강상 역학·환경조사가 필요하다"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암석을 가져다가 파쇄하는 공장으로 레미콘 공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려고 허가를 신청한 업체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 암석을 가져다가 파쇄하는 공장으로 레미콘 공장으로 업종을 변경하려고 허가를 신청한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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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혜 공주생태시민연대 회장은 "최근 환경부가 레미콘 공장으로 인한 환경피해로 주민건강역학 조사를 할 정도로 피해가 우려되는 상태"라며 "주민 건강까지 위협받는 상황에서 공주시가 아무리 적법한 절차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주민들도 모르게 공장 인허가를 진행하는 것은 눈감고 귀 닫은 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우철 충남근로자 건강센터 부센터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작은 지역에 두 개 정도의 공장이 밀집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진폐증(폐에 먼지가 쌓이면서 딱딱해지는 증상)과 만성 호흡기 질환이 공장이 없는 유사한 지역과 비교했을 때 더 많이 생긴다는 연구논문이 있다"며 "그 이후로 시멘트 공장과 석회석 공장이 있는 곳에서는 주민이 환경부에 건강영향 조사를 요구해서 조사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곡리) 이곳처럼 20년 전에 들어선 레미콘 공장과 돌 공장에서 먼지가 날리고 가까운 거리에 주민들이 호흡기에 질환이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면 관련성이 있다 없다고 단정을 짓지는 못하지만,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역학·환경조사가 필요하다"며 "환경부에 역학조사를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자리를 옮겼다는 농업기술센터 담당 공무원은 "지난여름에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 원상복구 명령을 내려서 조치가 끝난 상태로 자료가 남아 있지만, 오늘 돌아본 현장이 공장과 논밭의 경계지점이 모호해서 GPS나 측량을 다시 해서 문제가 드러난다면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차폐시설과 저류지 등 보안을 요구할 계획이다"

기둥이 부서지고 판넬이 떨어져 나간 사이로 암석까지 밀려나오면서 폭탄 맞은 공장처럼 방치되어 있다.
 기둥이 부서지고 판넬이 떨어져 나간 사이로 암석까지 밀려나오면서 폭탄 맞은 공장처럼 방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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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 레미콘 공장 허가담당자는 "심의가 끝나고 각 부서에서 서류가 올라와야 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사업자로 하여금 차폐시설과 저류지 등 보안을 요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허가를 염두고 해도 한 얘기로 들렸다.

사업자는 "공장을 시작하고 3년간 주민민원에 시달리다가 공장을 그만할 생각을 하고 있지만, 배운 게 이것이라 주민피해도 덜한 것을 찾다가 레미콘 공장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낮에는 차량이 수시로 다녀서 바퀴에 묻어나는 흙 때문에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리고, 차량이 세륜기를 통하면 흙먼지가 더 묻어나서 옆으로 돌려서 고압 살수기를 이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는 "임대한 논과 밭은 길을 만들면서 경계선을 침범할 수 있지만, 공장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는 달리 차량에 무분별하게 뿌려진 살수로 인해 돌가루가 함유된 흙탕물이 인근 하천으로 그대로 유입되고 있었다. 

건강상 취약한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동곡요양원과 거동이 불편한 명주원(장애인생활시설)이 들어선 곳과 돌 공장과 레미콘 공장 등 직선 거리상 500m 정도로 인접해 있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곳과도 가까운 곳은 100m에서 300m 인근에 있다.

레미콘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하수관에 침전물을 성은무 주민이 삽으로 뜨자 시멘트 가루로 가득 차 있다. 하천을 따라 확인한 결과 돌가루로 하천 바닥을 덮으면서 생물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레미콘 공장에서 흘러나오는 하수관에 침전물을 성은무 주민이 삽으로 뜨자 시멘트 가루로 가득 차 있다. 하천을 따라 확인한 결과 돌가루로 하천 바닥을 덮으면서 생물이라고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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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서 레미콘 공장 허가가 떨어진 실도 모르다가 공주시 1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열릴 때 처음으로 알았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은 공주시에 사업계획서를 요구하고 있지만, 공주시는 주민동의가 필요 없는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보건법 15조 환경건강피해역학조사 등 1항에 따르면, 환경부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환경성질환 발생 또는 환경유해인자로 인한 건강피해가 우려되거나 의심되는 지역 주민에 대하여 역학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관련법 17조에 국민은 환경유해인자로 인하여 자신의 건강상 피해가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경우에는 환경부장관에게 환경유해인자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여 줄 것을 청원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 만큼 공주시는 주민들의 건강역할 조사를 환경부에 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레미콘 공장 추가 증설, #공주시, #주민역학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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