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선 오브 갓> 한 장면.

영화 <선 오브 갓> 한 장면. ⓒ <선 오브 갓>


성경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선 오브 갓>은 약 2000년 전 이 땅에 태어난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최근에 개봉한 영화 <노아>에 이어 또 하나의 굵직한 할리우드의 성경 관련 영화다. 단, 지금 <노아>의 경우는 성경의 본질적인 부분을 각색하고 왜곡했다는 점에서 많은 기독교인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관심은 시작부터 각별했다. 또 종교를 떠나 이 작품은 미국의 인기 TV미니시리즈였던 히스토리 채널의 <더 바이블(The Bible)>을 영화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모든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아 왔다.

 

물론 관심이 쏠린 만큼, 논쟁도 많았다. 특히 이 영화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갑론을박은 <노아>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양상으로 전개됐다. 교계 일각에서는 성경을 자의적으로 재해석한 '반기독교 영화'라는 말까지 나왔고, 다른 일각에서는 정말 잘 만든 기독교 영화라는 평도 있었다.

 

특히, 영화가 '영지주의' 사상을 담고 있다는 이야기부터 '프리메이슨'과의 연관설까지, 영화와 관련된 논박의 잔치는 끊이지 않았다. 사실, 지금까지 예수를 다룬 영화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도 이러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는 영화에 대한 관심, 그를 넘어 영화에 담긴 예수에 대한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시대적 맥락 조명하여 풍부한 이해 제공

 

 영화 <선 오브 갓> 스틸 컷.

영화 <선 오브 갓> 스틸 컷. ⓒ <선 오브 갓>


일단, 이 영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일대기를 그린 서사극이다. 지금까지 예수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많았으나 그의 일생을 어떻게 요약하고, 무엇에 방점을 찍어 빼낼 것인가에 있어서 조금씩의 온도차를 보여 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가 예수의 '죽음'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영화는 성경에 드러난 예수의 일생 전체를 다룬다.

 

영화는 예수의 제자인 '요한'의 회상으로 구성된다. 요한은 예수의 제자들 중에 가장 오래 살아남아, 밧모 섬에 유배되어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 집필까지 마무리하고 일생을 마무리한 인물이다. 그의 회상 속에서, 예수의 일생이 전달된다. 탄생부터 죽음, 부활, 승천까지가 자극적이지 않은 농도로, '모데라토' 빠르기를 타고 전개되어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특히 이 영화가 예수를 다룬 기존 영화들과 명백하게 구분되는 것은, 시대적 맥락을 정확하게 조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로마의 압제로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고통을 받던 이스라엘의 현실을 비춰 줌으로써, 영화는 많은 이득을 얻는다. 특히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던 예수의 말과 행적들이 그 장치로 인해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예를 들어, 만일 시대의 상황이 비춰지지 않았다면 예수가 성경 <마태복음>을 썼던 마태를 제자로 선택하는 장면이 그리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당시 '로마의 앞잡이'로 여겨지던 직업인 '세리'로 일하고 있던 마태의 모습을 조명하니, 그를 불러 제자로 삼은 예수의 위대한 사랑이 더 드러나는 것이다.

 

이는 시대적 맥락에 대한 배경 지식 없이 성경을 볼 때나, 예수를 다뤘던 기존의 영화를 볼 때는 얻을 수 없었던 풍부하고도 섬세한 이해에 해당된다.

 

스크린에 쏟아진 예수의 사랑, 하이라이트는 그의 부활

 

물론, 이 영화가 예수의 행적을 시종일관 성경 그대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맥락에 따라 적절하게 재배치하는 등 유연하게 처리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또, 일각의 지적대로 본질을 완전히 뒤틀어 버린 것은 아니다.

 

바로 이러한 애매함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평가도 완전히 엇갈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확실한 장점 하나는 관객들에게 예수가 어떤 분인지를 줄곧 담담하고 소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예수의 전 생애에 묻어 있는 그의 위대한 사랑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로부터 오는 감격이 138분 동안 스크린에 쏟아진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역시 '기독교의 심장'이라 불리는 예수의 부활이다. 십자가에서 죽은 예수가 부활해 제자들 앞에 서는 장면에서는,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기독교의 역사는, 예수의 처형 당시 죽음이 두려워 모두 달아났던 제자들이, 나중에 그의 부활을 전하다가 순교함으로써 시작됐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 부활한 예수가 승천한 후, 제자들은 "우리에게 할 일이 있다"고 말하며 확신에 찬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떠난다. 바로 그것이, 예수의 이름이 지금까지 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이유이다. 또한, 예수를 다룬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한 역사의 흔적이다.

2014.04.14 15:30 ⓒ 201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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