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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호(洞庭湖)와 악양루(岳陽樓) 주변에는 거대한 조각물과 건축물이 사람을 압도하였습니다. 중국 관광지의 특징은 거대한 지나친 인공미입니다. 자연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건축물은 자연 경관을 해치고 있습니다. 더구나 지역적 특성을 살리지 않아 어디가든 비슷한 모습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조각물 모습
▲ 동정호의 조각물 하늘을 찌를 듯한 조각물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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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보다는 사람 구경

관광지보다는 사람 구경이 좋은 것 같아 시장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시장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지역 특산물을 접할 수 있습니다. 시장에는 동정호에서 잡은 물고기 거래가 활발합니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 보았던 메기, 쏘가리, 미꾸라지 등이 보입니다.

물고기 거래가 활발한 동정호 시장 모습
▲ 시장 모습 물고기 거래가 활발한 동정호 시장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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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도가 앞에 발길을 멈추었습니다. 아궁이에 불을 때서 증류하는 방법으로 빠이주를 만들고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주인은 술을 따라서 권합니다. 한 잔 마셔보니 얼굴이 화끈됩니다.  2근(斤)을 사기에는 양이 너무 많아 1근을 주문하였습니다. 갑자기 주인의 안색이 변하며 팔지 않습니다. 도매로 거래되는 술도가에서 1근을 주문하자 화가 난 것 같습니다. 

빠이주를 제고하고 있는 술도가 모습
▲ 술도가 빠이주를 제고하고 있는 술도가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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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구경을 하다 일행이 나뉘어졌습니다. 온 길을 거슬러 갔지만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한 시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 불안한 마음에 일행을 찾아 나섰습니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시장 근처 버스 정류소에서 일행을 만났습니다. 서로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편리한대로 판단하고 행동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몇 가지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길을 잃으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던 곳에서 기다린다. 그래도 만나지 못하면 숙소로 돌아온다."  낯선 곳에서는 조심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여행은 예기치 않은 일의 반복입니다.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얻고 경험은 지혜가 되지만 한 번의 시행착오로 족합니다. 

들리지 않는 중국어

악양루 인근에 있는 대부분 식당은 물고기 요리 전문점입니다. 지역 별미를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기에 전문 식당으로 향했습니다. 우리를 본 종업원들이 당황해합니다. 웨양은 외국인보다 내국인 관광객이 많아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없습니다.

메뉴를 이해할 수 없어 수족관에 가서 직접 물고기를 골랐습니다. 종업원이 물고기를 꺼내 저울에 무게를 단 후 가격을 알려 줍니다. 요리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당황하자 중국어가 들리지 않습니다. 제 입에서는 "팅부동(听不懂)" 즉, "알아들을 수 없다"란 말만 반복됩니다. 30분 실랑이를 벌렸지만 주문에 실패하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악양 중학교 앞  식당 모습
▲ 식당가 악양 중학교 앞 식당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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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식사는 숙소 인근 음식점에서 해결하였습니다. 악양제일중학교 정문에 있는 식당은 영어가 통하며 음식 사진이 첨부된 메뉴가 있습니다. 종업원의 영어 실력이 뛰어나 우리의 짧은 영어로도 주문이 가능합니다. 더구나 주방에 들어가서 음식 재료를 직접 볼 수 있어 입맛에 맞지 않은 것들은 빼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동정호 가운데 떠 있는 조그마한 섬 진산다오(君山島,군산도)를 구경하고 밤기차를 타고 소수민족의 다양한 삶을 볼 수 있는 구이저우성(貴州省,귀주성)의 성도인 구이양(贵阳,귀양)으로 이동합니다. 진산다오는 동정호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있습니다. 우기에는 유람선을 이용하지만 건기에는 버스로 이동해야 합니다.

중국 10대 명차인 은침차 생산지
▲ 군산도 차밭 모습 중국 10대 명차인 은침차 생산지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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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산다오는 1㎢의 작은 섬에 72개의 산이 있고 섬 곳곳에는 차밭이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이곳은 황제만이 마셨다는 은침차(銀鍼茶)의 주산지입니다. 은침차를 끓는 물에 담가 놓으면 찻잎이 바늘처럼 가늘게 표면에 뜨면서 맑은 향이 퍼진다고 합니다.

섬은 비록 면적은 작지만 이비묘(二妃墓), 상비사(湘妃祠), 유의정(柳毅井) 등 명승고적이 분포되어 있으며 섬 곳곳에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건기여서 옥빛 같은 동정호의 물은 볼 수 없었지만 억새들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였습니다.

겨울철 건기여서 억새밭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음
▲ 건기 동정호 겨울철 건기여서 억새밭이 지평선을 이루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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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돌아와 떠날 준비를 하였습니다. 짐을 꾸리고 푸는 일이 점점 익숙해집니다. 짐을 꾸리다 보면 여전히 불필요한 짐들이 많습니다. 배낭의 무게와 여행의 재미는 비례한다는데 언제 저는 단출한 배낭으로 여행할 수 있을까요!

여행의 쾌적함은!

후난성(湖南省,호남성) 웨양(岳陽,악양)에서 구이저우성(貴州省,귀주성)의 성도인 구이양(贵阳,귀양)행 기차표 좌석은 연와(软卧)입니다. 4인실로 이루어진 객실은 안락한 2층 침대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객실에는 개인등과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플러그가 있으며 탁자에는 꽃이 화병에 담겨 있습니다. 

4인실로 이루어진 연와(??) 객실 모습
▲ 연와(??) 4인실로 이루어진 연와(??) 객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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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 모두 만족한 모습입니다. 경와표를 구하지 못해 연와표를 구입하였는데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구이양까지 15시간 정도 소요되기에 연와표를 발급하였으면 불편했을 것입니다. 흠이라면 가격이 비싸다는 것입니다.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경좌(硬坐)표에 비하면 약 3배입니다. 불편한 것을 즐기는 것이 여행이지만 때로는 호사도 필요하겠지요. 여행의 쾌적함은 화폐의 액수와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모두들 객실에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들으며 여행을 즐깁니다. 다섯 명이 함께 여행을 하지만 보고 느끼는 것은 서로 다릅니다. 같은 사물을 보고 있지만 자신의 시각에 따라 의미는 다르겠지요. 이번 여행에서 제가 보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태그:#진산다오, #동정호, #구이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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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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