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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본색'은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取중眞담'으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기자 칼럼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말]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은 "안전행정부 장관직에 이어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게 된 것도 오로지 인천시민과 국민을 향한 충심어린 자기희생의 결단이다"며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인천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인천시장 출마 선언한 유정복, 의원직 사퇴 유정복 새누리당 의원이 3월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유 의원은 "안전행정부 장관직에 이어 국회의원직까지 내려놓게 된 것도 오로지 인천시민과 국민을 향한 충심어린 자기희생의 결단이다"며 "희망과 행복이 넘치는 인천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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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3일 오후 3시 28분]

3일 오후 1시 15분께, 한 동료기자가 카톡으로 '급보'를 날렸다. 인천시에 사는 한 인사가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이다.

'오후 2시 유정복 후보 개소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온다고. 이거 선거법 위반 아닌가요?'

사실이라면 정말 큰 뉴스거리다. 하지만 누가 봐도 심각한 정치적 논란이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라 여당 후보 개소식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박근혜 대통령은 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예비후보에게 덕담(?)을 건네 출마할 때부터 선거법 위반 논란을 겪지 않았나?

기자는 본래 첩보에 약한(아니 민감한) 법.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 대통령의 극비 방문 소식을 처음 알려준 인사에게 전화해 "그거 신빙성이 있는 얘기인가요?"라고 물었다.

"저도 아는 분에게 들은 얘기인데요, 그 분이 괜한 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거든요. 게다가 개소식이 열리는 곳 근처에 경호 상황이 감지되고 있다고 하네요."

경호상황까지 감지되고 있다? 그럼 사실인가? 청와대를 출입하는 후배기자에게 사실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후배는 심드렁한 어조로 "노무현 대통령은 말 한마디에 탄핵까지 당했는데 현직 대통령이 핵심 측근의 출정식에까지 간다?"라며 "대통령이 제정신이라면 가지 않겠죠"라고 대꾸했다. 후배의 심드렁한 대꾸에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결국 기자가 직접 유정복 후보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유 후보님 개소식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오시나요?"
"당연히 대통령은 안오시죠."

'당연히'라는 단어가 가슴에 팍 꽂혔다. 최종 확인해본 결과, 이날 오후 2시 부평역 근처 유정복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개소식 행사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국노래자랑' 사회자로 유명한 송해씨만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누군가는 우스개소리로 "송해씨가 혹시 박 대통령 특사 아니여?"라고 했다. 이렇게 대통령 극비 방문은 뜬소문으로 판정났다. 

정체불명 단체에서 보낸 문자가 '대통령 극비방문'의 근원지

그래도 드는 의문 하나. 상상할 수 없는 대통령 극비방문 얘기가 어떻게 흘러나왔을까? 앞서 언급한 인사는 "유정복 후보 쪽에서 흘렸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유 후보쪽에서 개소식 성황을 위한 바람잡이용으로 혹은 '박심 마케팅'을 극대화하기 위해 슬쩍 이런 얘기를 흘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의문을 풀어줄 실마리가 하나 잡혔다. "남구지회"라는 단체에서 전날(2일) 보낸 문자가 근원지였다.

"언제나 반갑고 행복한 우리 남구지회 여러분^^ 잠시 협조요청의 부탁의 말씀이 있습니다. 남구지회의 자랑 직전회장의 시의원 출마로 요즘 불철주야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마음 따뜻한 우리 회원은 서로 도울 일이 없을까 하고 항상 고민인데요 내일 유정복 시장 예비후보 개소식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극비방문하십니다.

이에 우리 직전회장님의 옆에서 함께 힘을 실어주실 고마운 분들을 모시고 있습니다. 단 보안상 성함과 전화번호를 금일 7시까지 보내드려야 합니다. 답문으로 참석 희망을 보내주세요. 혹시 함께 응원해주실 분이 계시면 동행자 성함과 전화번호도 함께 부탁합니다."

하지만 이 문자를 보낸 "남구지회"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관변단체나 이익단체의 인천 남구지회로 추정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지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극비방문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문자을 작성한 사람과 행위에는 조사를 의뢰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통령 극비방문 해프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 소식을 듣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러 유 후보 사무실로 달려갔던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당 일부 당직자들이 경찰에 연행된 것이다. 채증한다며 카메라를 들고 있다가 '이상하게' 걸린 모양이었다.

벚꽃 흩날리는 봄날, 카톡에 올려진 '급보'는 이렇게 엉뚱하게 막을 내렸다.


태그:#박근혜, #유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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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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