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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구제역 사태로 생매장된 돼지들을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농장동물 살처분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 생매장 돼지들의 절규 3년 전 구제역 사태로 생매장된 돼지들을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촬영한 영상의 한 장면이다. 농장동물 살처분이 나치의 유대인 학살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 동물사랑실천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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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이 '온몸으로' 겪는 고통을 '눈으로라도' 거부하지 말아주세요."  (그레첸 와일러, 휴메인소사이어티)

합법적인 선거와 유권자의 압도적인 지지로 권좌에 올랐지만, 세계를 대학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아돌프 히틀러. 광신적 반유대주의자·희대의 살인마·전쟁광 등으로 불리는 그는 오늘날 '인간성 말살'의 상징으로 통한다.

히틀러가 추종한 증오·차별의 이데올로기는 그의 죽음과 함께 종식되었을까?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글로 증언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이작 싱어는 <원수들 사랑이야기>에서 이렇게 썼다.

"사람들이 동물과 물고기를 죽이는 광경을 볼 때마다 허먼은 '다른 생명을 대하는 방식으로 보자면 인간은 전부 나치'라고 생각했다. 다른 종을 멸시하는 인간의 행동이 '힘은 언제나 옳다'는 나치의 유대인 차별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지구생명체>는 이 말이 하나도 거짓이 아님을 보여준다. '종(種)차별주의' 사회의 끔찍한 만행을 조명한 이 다큐는 인간종이 다른 종을 증오하고 차별하는 방식을 고발한다.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만 해도 인종이나 성 차이는 당연한 '차별'의 근거였다. 종차별주의는 인종차별·성차별주의와 동일한 원리로 작동된다. 종차별주의란 자기가 속해있는 종(인간)의 이익을 옹호하면서 다른 종(동물)의 이익을 배척하는 편견이나 왜곡된 태도를 말한다. 피해 대상은 달라도 인종차별·성차별·종차별의 근거는 동일하다. 그것은 바로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는 것.

물론 인간과 동물은 다르다. 그럼에도 둘은 다르지 않다. 두려움과 고통을 피하고 안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동물은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동물을 수단으로 삼는 산업에서 이 명백한 사실은 간단히 무시된다.

<지구생명체>는 보통의 공감능력을 지닌 사람이라면 덤덤하게 보기 어려운 동물학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것은 특수한 분야에서 일어나는 예외적인 학대가 아니다. 애완동물·식품·패션·오락·동물실험산업에서 날마다 벌어지는 '표준관행'이다.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몰래 촬영한 영상들로 제작된 이 다큐는 생산성·효율성을 위해 동물의 고통을 무시하는 '동물학대산업'의 종차별주의를 고발한다. "나는 영상 속의 학대와 무관하다"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산업이 동물을 착취하는 방식은 표준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다르지 않다. 게다가 소비의 국경이 사라진 오늘날, 사람들은 소비자로서 전 세계 동물착취에 가담하고 있다. 바로 아래에 열거된 방식으로.

애완동물산업 : '가족'을 쇼핑한다?

애완동물산업은 개·고양이 대량생산·소비·유기를 초래했다. 문제의 중심에는 10~15년을 사는 생명을 책임감이 아닌 '돈'으로 데려오는 문화가 있다.

왼쪽은 경북 지역의 미신고 번식장. 오른쪽은 펫숍에서 판매되는 강아지.
▲ 강아지 대량생산과 소비의 그늘 왼쪽은 경북 지역의 미신고 번식장. 오른쪽은 펫숍에서 판매되는 강아지.
ⓒ (좌)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우)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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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동물들이 '강아지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된다. 강아지 공장은 동물을 공장식으로 뽑아내는 번식장이다. 평생 비좁고 더러운 철장에서 '번식기계'로 살다가 생산력이 떨어지면 폐기처분되는 종견과 모견의 삶은 지옥을 방불케 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어린 동물은 펫숍에서 소비된다. 동물의 대량생산·소비는 자연히 대량유기로 이어진다. 한국에서 유기동물로 등록되는 동물은 한해에만 10만 마리에 육박한다.

식품산업 : 고기공장의 기계

지능이 높은 동물인 돼지가 이런 환경에서 정신이상에 이르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구생명체>의 한 장면.
▲ 공장식 농장의 어미돼지 지능이 높은 동물인 돼지가 이런 환경에서 정신이상에 이르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구생명체>의 한 장면.
ⓒ Nation 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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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동물 학대만큼 쉼 없는 학대가 있을까?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사람들을 분노케 하는 그 어떤 엽기적인 동물학대도 농장동물 학대에 비할 수 없다. 그 학대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증거는 곳곳에 있다. 거리에 즐비한 고기식당, 마트의 정육코너, 그리고 당신의 밥상 위에.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학대에 분노하지 않는다. 동물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그들을 먹는 걸 당연시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먹는 동물이 고통 없는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야생의 생존경쟁에서 비껴나 농장에서 안락한 삶을 누리다가 '식용' 동물로서 응당한 죽음을 맞이했을 거라고 믿고 싶어한다. 그러나 고기를 먹는 사람들은 고기생산의 진실을 외면할 권리가 없다. 

동화 속의 목가적인 농장은 오늘날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현대의 농장은 '고기생산 기계'가 가동되는 '공장'이기 때문이다. 출근시간대 혼잡한 지하철에서 평생 갇혀 산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오늘날의 농장은 동물들의 밀집창고이다. 동물들이 밀집 스트레스로 서로 해치면 이윤에 지장이 생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체를 절단한다. 부리 끝·송곳니·꼬리 등 공격 무기로 쓰이거나 공격의 대상이 되는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다. 물론 마취는 없다.

어미돼지는 몸을 돌릴 수도 없는 비좁은 철제 칸에서 평생 새끼만 낳는다. 젖소는 우유생산을 위해 계속 강제임신을 당하고, 새끼를 낳자마자 빼앗긴다. 많은 살코기를 생산하도록 계량된 닭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비대해진다.

농장동물에게는 고통 없는 죽음마저 사치다. 산 채로 목이 잘리고, 의식이 있는 채로 끓는 물에 들어간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해 고기생산기계로 운명 지워진 이들의 삶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고통의 연속이다.   

시민단체들이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AI를 비롯한 전염병과 관련하여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장식축산 폐기와 동물복지축산 전면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공장식축산 폐기와 동물복지축산 전면도입을 촉구한다 시민단체들이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AI를 비롯한 전염병과 관련하여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장식축산 폐기와 동물복지축산 전면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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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판매대에 진열된 계란·우유·고기에서 이런 진실은 찾아볼 수 없다. 공장식 농장과 도살장의 굳게 닫힌 문 뒤에서 동물들이 질러대는 비명은 세상에 들리지 않는다. 해체되고 포장된 그들은 아무말이 없다. 물론 소비자도 불편한 진실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게 밥상 위의 학살은 계속된다.

패션산업 : 산 채로 벗겨지는 모피

인도에서는 가죽 때문에 매주 수천 마리의 소가 도살된다. 인도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도축이 금지되어 있다. 소들은 도축이 허용된 지방으로 가는 동안 끔찍한 죽음의 행군을 한다.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채 며칠 동안 더위와 먼지 속을 끌려가는 동안 소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된다. 사람들은 소가 주저앉으면 꼬리뼈를 부러뜨려 강제로 일으킨다. 눈에 고춧가루나 담배를 넣고 문지르기도 한다. 정신이 혼미해진 소가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날 때까지. 

이런 지옥의 행군에서 절반가량이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도살장에 도착한 소들을 기다리는 공포는 지금까지의 공포를 뛰어넘는다. 다른 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살이 행해질 정도로 생명에 대한 기본적인 배려조차 없다. 게다가 도살이 단숨에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무딘 칼로 난도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모피는 흔한 겨울 패션 아이템이다. 인간이 대량으로 소비하려면 동물은 그만큼 착취당한다.
 모피는 흔한 겨울 패션 아이템이다. 인간이 대량으로 소비하려면 동물은 그만큼 착취당한다.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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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농장의 동물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이다. 그런 이들이 비좁고 더러운 우리에서 스트레스로 미쳐간다. 또한 골절, 세균감염, 영양실조, 극도의 추위로 서서히 죽어간다.

도살에는 가장 값싼 방식이 사용된다. 독극물 중독·질식·목 부러뜨리기·전기 감전 등이 쓰이는데, 모피를 벗기는 동안 의식이 깨어나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조악하다. 전 세계 모피의 대부분이 생산되는 중국에서는 아예 살아있는 채로 모피를 벗긴다. 모피생산에 '멋'이나 '세련' 따위는 없다. 불결과 고통, 잔혹만이 있을 뿐.  

오락산업 : 평생 부려먹고 감옥에 가두고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지구상의 창조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혐오스러운 존재"라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다른 동물 괴롭히는 걸 오락으로 삼기 때문이다.

동물 쇼를 보며 어떻게 동물이 불을 통과하고, 재주넘기를 하고, 자전거를 타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조련사는 동물에게 보상을 주어 훈련시킨다고 말하지만, 동물은 처벌이 두려워 지시에 따를 뿐이다. 동물조련은 지배·복종·고통으로 이루어진다. 동물 쇼는 야생동물의 자유를 빼앗아 노예로 부리는 행위다.

곰에게 적합한 생태와 전혀 거리가 먼 콘크리트 철장 안의 삶. 바로 '감옥'이다.
▲ 동물원의 반달곰 곰에게 적합한 생태와 전혀 거리가 먼 콘크리트 철장 안의 삶. 바로 '감옥'이다.
ⓒ 조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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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감옥의 삶을 선택할 동물이 과연 있을까? 흔히 동물원을 가리켜 '생태교육·동물보호의 장'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그런 동물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거의 모든 동물원은 동물로 이윤을 창출하는 상업시설이다. 생태와 거리가 먼 철장 안에서 사람들의 눈요깃거리로 전락한 동물을 보며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까? 동물원은 동물의 본성을 무시하는 법과 지배 이데올로기를 가르쳐준다.

동물실험산업 : 연구를 위한 도구

동물실험은 흔히 질병치료법 발견을 위해 옹호된다. 그러나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잘못이다. 동물은 인간과 다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동물실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임상테스트를 통해 인간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해야 한다. 동물실험은 임상실험의 중요성을 놓치거나 잘못된 결론으로 이끌 수 있다. 또한 실험실에서 고의로 발생시킨 질병은 자연 상태에서 발생한 질병과 다르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동물실험으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아닌 '동물'에 관한 것이다.

1950년대 후반 유럽의 임산부들은 입덧을 이겨내려고 탈리도마이드 성분이 포함된 진정제를 복용했다. 그 결과 팔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아기들이 태어났다. 탈리도마이드는 무수한 동물실험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다. EBS 지식채널e <동물실험>의 한 장면.
▲ 탈리도마이드 베이비 1950년대 후반 유럽의 임산부들은 입덧을 이겨내려고 탈리도마이드 성분이 포함된 진정제를 복용했다. 그 결과 팔다리가 짧거나 아예 없는 아기들이 태어났다. 탈리도마이드는 무수한 동물실험으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켰다. EBS 지식채널e <동물실험>의 한 장면.
ⓒ E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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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언급된 학대에 가담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통의 선량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종의 '아주 사소한' 이익을 위해 다른 종의 '가장 중요한' 이익을 희생시킨다. 이런 점에서 인간사회는 종차별사회다.

사람들은 흔히 "몰랐다"고 변명한다. 그러나 진실을 알려는 의지만 있다면 몰랐다고 변명할 수 있을까? 인식의 부족은 대부분 현실의 외면에서 비롯된다. 

"그만해, 밥맛 떨어지잖아!"

고기생산의 진실을 듣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동물들의 처지가 그렇게까지 비참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싶어 한다. 현실이 그 지경이 되도록 정부나 동물보호단체가 방관할 리가 있냐고 생각할 뿐이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동물에게 의존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고마운 동물들을 철저하게 짓밟고 무시해왔다. 그리고 지배와 착취는 과도한 육식으로 인한 질병·환경파괴·기후변화·인수공통질병 등으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사람은 고통당하는 동물을 보면 본능적으로 얼굴을 찡그린다. 인간은 동료 지구생명체의 고통에 공감하는 심성을 지녔다. 이런 공감을 한낱 '감상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인간 본성의 선한 부분을 애써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동물이 기왕이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을 수 있는 것이다.

<지구생명체>는 오직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야만으로부터 지켜온, 인류가 그토록 고귀하게 여기는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다. 그럼으로써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바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다음 글에 계속).

다큐 <지구생명체>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물권리 다큐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무수한 사람들을 변화시켜 일명 '채식주의자 제조기'라고도 불립니다.

미국의 영화배우이자 국제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동물을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대변인인 호아킨 피닉스가 내레이션을, 세계적인 아티스트 모비가 사운드트랙을 맡았습니다. 연출을 맡은 숀 몬슨은 반려동물에 관한 영상을 제작하던 중, 로스앤젤레스의 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구생명체> 제작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구생명체>는 제작사인 네이션어스 웹사이트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주소 http://earthlings.com/?page_id=32

<지구생명체> 한국어 자막판은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주소 http://youtu.be/YlGAxXdvApM

'극단 더더더'는 3월 서울 동숭동에서 창작극 <Earthlings(지구생명체)>를 무대에 올립니다. 연출을 맡은 이태양씨는 다큐 <지구생명체>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아, 연극으로 동물의 현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공연 일시 : 2014년 3월 14일(금) 오후 8시, 3월 15일(토) / 16일(일) 오후 3시, 오후 6시
공연 장소 :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129-144 지하 1층 101호 (제우야 지하)
페이스북 페이지 : https://www.facebook.com/pages/창작극-Earthlings/257961297691926?ref=hl




태그:#지구생명체, #종차별주의, #나치, #창작극 지구생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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