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에요?"

영화 <변호인>을 보러 극장으로 향하던 길에 중학생 큰 딸이 말을 걸었다. 영화의 결말이 슬플 것 같아 걱정하는 두 딸과 아내가 나랑 함께 <변호인>을 보기 위해 나섰다. 이유는 단 하나. 내가 집에서 자주, 특별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주로 그 분의 연설을 암송하여 들려주는 것이었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했던 '후보 수락 연설'을 지금도 외우고 있다. 우리 식구들에게뿐 아니라 모임의 뒷풀이에서 노래를 해야할 때가 있으면 나는 노래 대신 그 노무현 후보의 연설을 읊는다. 그것은 이렇게 시작된다.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영화관에 도착하니 빈자리가 찾기가 어려웠다. 자리에 앉아 영화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가슴이 떨렸다. 영화는 송우석이 변호사 개업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됐다. 영화를 보는 동안 장면장면에서 내가 외우고 있는 노무현 후보의 수락연설이 떠올랐다. 송우석이 선배 인권변호사로부터 국보법 사건 담당을 부탁받고, 처음에 그 부탁을 거절했을 때, 나는 노무현 후보 연설의 이 대목을 떠올렸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준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보며 살아라'였습니다."

국밥집 아들 진우가 국보법 위반으로 불법체포 되어 잔인한 고문을 받을 때는 노무현 후보 연설의 또 다른 대목이 되뇌어졌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한 진리를 앞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감옥에 수감된 진우의 재판이 열리기에 앞서 재판장, 담당검사, 피고측 변호인의 짧은 상견례 장면이 나온다. 22명의 젊디 젊은 청년들의 인생이 걸려 있는 이 중대한 사건의 판결을 맡은 재판장은 만면에 여유로운 미소를 띠면서 말한다.

"어이 검사, 담당 변호인, 자! 간단하게 마무리 합시다 허허허."

그들의 모습을 볼 때 다시 노무현 후보의 목소리가 세차게 나를 흔들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했던 사람은 모두 권력의 줄에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던 것입니다."

영화는 1987년 민주항쟁 때 시위하다 구속된 송우석 변호사에게 99명의 또다른 변호사들이 동지가 되어 변호인으로 참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한 사람이 희생을 무릎쓰고 앞서자 많은 사람이 함께 한 것이다. 세상은 이렇게 바뀐다! 그 긴 엔딩 장면에서 나는 다시 노무현의 연설을 떠올렸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애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인간 노무현. 그 한 사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바뀌었는가? 나도 그 한 사람이다. <변호인>을 보고 돌아오는 차속에서 큰 딸이 말했다.

"아빠가 들려주던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이 무슨 이야기인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딸의 그 말을 듣고 참고 있던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았다. 나는 눈물을 참기 위해 운전대를 꼬옥 잡고 다시 노무현의 후보 수락 연설을 큰 소리로 읊조렸다.

"조선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덧붙임 : 부끄럽지만,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했던 노무현 후보 수락 연설 암송 영상을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 박수목 시민기자의 노무현 후보 수락연설 암송 박수목 시민기자가 한 모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의 일부를 암송하고 있다. ⓒ 박수목



영화 변호인 노무현연설 부림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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