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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교황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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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각) 77세 생일을 맞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하루 전날 교황청에서 또다시 행정상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교황은 낙태와 동성결혼 등에 강하게 반대하는 등 초강경 보수성향을 보인 미국의 레이먼드 레오 버크(Raymond Leo Burk) 추기경을 교황청 추기경단에서 전격 배제했다. 교황청 산하의 추기경단은 전 세계, 각 국의 주교를 선별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곳으로, 버크 추기경은 2008년 이 추기경단에 들어갔다. 추기경단에서 배제된 버크 추기경의 미국 내 영향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남부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주교 출신인 버크 추기경은 미국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성향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었고 낙태·동성결혼 등에 대해서도 줄곧 반대를 피력했다. 특히 임신부가 생명을 잃을 위험에 처해 부득이하게 낙태 시술을 행한 가톨릭병원 의사와 수녀, 담당 교구장을 경질하는 등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 즉위 이후 교황의 행보에 대해서도 항상 강한 비판으로 일관했다.

교황에 반발하던 버크 추기경, 결국 추기경단서 배제

버크 추기경이 노골적으로 교황에게 반발하기 시작한 건 지난 9월부터다. 당시 교황은 사제와 수녀들을 상대로 올바른 성직자가 갖춰야할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성직자들은 단지 신학적이고 율법적인 논리와 말에 집착해서 그것을 갖고 상대에게 항의하며 내 주장과 생각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사람들을 대함에 있어서나 매사에, 옳고 그름의 판단의 잣대로 선별치 말아야하며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체휼(처지를 이해하여 가엾게 여김)할 줄 아는 misericordia(긍휼함)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신학적이고 율법적인 의로운 종교인의 모습과 태도와 그 주장함은 상대에게 가해자가 되며 찌름이 되고 상처를 준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가 그 자녀를 품어주고 이해하듯이 사람들을 긍휼함으로 먼저 체휼하고 사랑해야함이 기본이다. 그것이 없는 사제와 수녀는 단지 히스테릭한 독신자들일 뿐이다. 한편 성직자들은 사람들을 섬기는 '종'이기에 사람들로부터 섬김을 받으려 한다거나 혹은 자신의 목적을 위한 세력을 키우며 자아도취에 빠지는 등 마치 왕궁에서나 행해질 법한 태도들을 삼가야 한다."

버크 추기경은 이에 반발했다. 급기야 이탈리아 천주교 언론인 <가톨릭 시민사회(Civilta Cattolica)>와 한 인터뷰에서 교황의 가장 권위 있는 신앙문서인 Lumen Fidei(신앙의 빛)과 Evangelii Gaudium(복음의 기쁨)에 대해 다음과 같은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교황은 우리더러 지나치게 기존의 남녀결혼관을 강조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이 윤리적으로 맞고 옳은 결혼이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이런 주장을 펼 것이다. 기독교적으로 아무리 사랑과 용서가 기본이라지만 그것의 기준은 늘 도덕과 윤리여야 한다. 그리고 그걸 규범 지을 자들도 역시 사회도덕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함이 있는 의로운 자들이어야 한다. 이것이 진리이며 천주교의 교리였다.

지금 교황은 50년간 행해오던 천주교 교리를 완전히 뒤집는 거짓된 발언을 시작했다. 도대체 이제 무엇으로 어떻게 교리를 가르치라는 말이냐. 미래의 천주교 교육관을 다 망쳐놓았다. 교황은 지금 악마적인 상황(situazione diabolica)을 만들고 있다. 그는 사탄적(da satana)이다."

77세 생일 기념으로 노숙인 4명 초대해 식사

이번에 교체된 버크 추기경 대신 새로 임명된 사람은 미국 워싱턴 주의 도널드 우웰 추기경으로 그는 중도성향으로 분류된다. 많은 이들은 일련의 상황들이 최근에 이뤄진 것이라 생각하지만, 바티칸 내 새로운 바람은 이미 지난 8월 31일부터 불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 3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뒤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교황청의 2인자는 누가 될 것인가'였다.

교황은 교황청의 2인자 자리로 분류되는 '바티칸시국의 비서이자 사무총장'에 신세대 진보로 분류되는 58세의 몬시뇰 파롤린을 임명했다. 이는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임용이었다. 당시 나폴리타노 이탈리아 대통령은 즉시 축전을 띄우며 이 같은 임명조치를 크게 환영했다. 명실상부 교황청의 제2인자가 된 대주교 파롤린은 임명 당시 베네수엘라 주재 교황청 특사였고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지방 출신이다(관련기사 : "여보세요, 저 교황입니다" ...나에게도 전화가? /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보라서 돌직구? 사실은...").

베네토 지방은 최근 몇 년 동안 성경말씀과 묵상·적용 실천 움직임이 진행되는 곳이다. 지난 2011년 한 한국인 여성이 추기경들과 주교들이 모인 공식석상에서 거침 없는 즉석 신앙 간증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들로 베네토 교구는 새 교황 프란치스코를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이다.

지난 11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알현 행사 말미에 피부병에 걸린 사람을 껴안고 있다.
 지난 11월 3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시티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알현 행사 말미에 피부병에 걸린 사람을 껴안고 있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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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7일 교황은 자신의 77세 생일을 맞이하여 4명의 노숙인들을 초대해 함께 미사를 올렸다. 이날 노숙인 중 한 명은 자신의 반려견을 데려왔는데, 이들은 교황과 함께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구제사역담당인 크라예스키 추기경과 함께 종종 일반신부 복장으로 거리에 나가 노숙인들을 위한 쉼터나 식사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평소 그렇게 노숙인들과 시간을 보내기에 그들과 친분이 있고 따라서 그들을 가족으로 여기므로 생일에 초대해 함께 했다는 게 교황청의 설명이다.

가톨릭 청년단체인 '파파 보이스'는 17일 당일 교황을 위한 24시간 릴레이 기도를 교황의 생일선물로 제안했고 이에 여러 단체들도 함께 기도에 동참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소 "나는 신이 아니다. 나 역시 단점이 있고 인간적 연약함이 있는, 신 앞에서 죄인일 뿐인 한 사람이다. 나를 위해서 기도해달라"고 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리 없는 외침에 귀 기울이는 교황...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한편 교황청은 이날 아침 교황의 생일을 기념해 성 베드로 성당 주변지역 노숙자들에게 아침식사를 제공했다.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공식 행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이 교황을 위한 기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 로렌소 데 알마그로' 프로축구팀은 6년 만에 국내대회에서 우승해 받은 트로피를 그의 생일선물로 증정하기로 했다. 교황은 추기경 시절 이 축구팀의 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의 추기경 시절 동료인 부에노스아이레스 산호세 교구의 루이스 아벨라네다 신부는 "교황은 가난한 자에게 많은 사랑을 나눠주고 있다"면서 "그 같은 모습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며 그들은 교황의 뜻에 공감하고 있다"고 기뻐했다.

취임식 때부터 방탄차를 사양하고 무개차를 타고 등장해 군중들과 직접 만나고 환자들에겐 먼저 다가가 인사하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던 프란치스코 교황. 당시 그는 모든 행사와 전례식을 검소하게 진행할 것을 지시했고, 교황관저가 아닌 산타 마르타 숙소에 머물며 공동식당 밥을 먹는데, 그마저도 더 검소하고 조촐하게 운영해 줄 것을 자주 부탁한다.

교황은 취임 후 첫 공식방문지로 남들이 모두 꺼리는 람페두사섬 난민 수용소를 방문했다. 또 부활절 이전의 세족식 행사를 소년원에 가서 진행했으며, 세족식 참가자 12명에 사상 처음으로 여성 신자와 이슬람 신자도 포함시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울러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미사 드리는 걸 환영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바티칸은행 정보를 미국 정부와 공유하기로 결정하는 등 바티칸은행 개혁을 과감히 시행하는 등 용기 있고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줬다.

이렇듯 깜짝 놀랄 행보를 지속 중인 교황 프란치스코는 늘 전 세계 곳곳의 기독교(천주교,개신교) 움직임과 현장의 소식들을 곳곳에 있는 그의 측근 통신원들로부터 낱낱이 듣고 있다. 소리 없는 외침에 관심을 기울이는 교황의 이후 행보가 기대된다.


태그:#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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